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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ど) Empathy

찌르는 칼도 있지만, 지키는 칼도 있다고 나는, 나를 위로했다...

by soulfree 2008.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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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실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약속을 하면,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고 나에게 총을 겨누었다.
옳지 않은건 옳지 않다고 거침없이 말했고, 때론 거짓말을 하기도 했지만, 그러지 말라고 나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
거짓말도 생존을 위한 인류의 문화유산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다.

...

세상은 평화로워 보였지만 곳곳마다 화약 냄새가 가득했다.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사람들 사이에 전선이 있었다.
자기 혼자만 건너려고 징검다리를 놓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등짝을 징검다리처럼 밟으며 험한 세상을 건너가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세상은 때때로 나를 속였다.
세상에 상처 받으며, 나에게 상처 받으며, 내 몸에도 하나 둘 가시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찌르는 칼도 있지만, 지키는 칼도 있다고 나는, 나를 위로했다.
칼이 부러지면 맨손으로 싸울 수 있는 깡다구도 내겐 있었다.
그러나 나의 의지는 부질없이, 간단없이 톱밥처럼 분분히 부서졌다.

...

누군가 나를 무시하면, 나 혼자 있는 곳에서 그를 향해 거친 욕을 퍼부었다.
내가 뱉은 욕들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되어 마디마디 나를 더럽혔다.

...

나를 버리지 않고는 한 움큼의 진실도 얻을 수 없었다.
잘못을 고백하지 않고는 한 움큼의 진실도 얻을 수 없었다.

...

쓰러질 때마다 진실 한 조각을
주울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넘어지면 일어서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그림을 자꾸자꾸 망쳐야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몰랐고,
풀꽃들은 일어서기 위해 당당히 쓰러진다는 것을 몰랐다.

진실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면,
나는 눈사람처럼 무너져야만 했다.
진실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면,
나는 눈사람처럼 일어서야만 했다.

쪽팔린다 해도
상처 받는다 해도
눈사람처럼 한 걸음도 걸어갈 수 없다 해도,
진실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면,
정말 진실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면.

-- 이철환 산문집 [반성문] 중에서 '반성문'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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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크리스마스때 친구에게서 받았던 책...
정신없다는 핑계로 책꽂이에서 잘 보관(?)하다가 이제서야 들춰보고 있다.
은진이가 말하던... 책 냈다던 카생선배 철환 선배가 바로 이 사람인가? ㅡㅡa
맞으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하리~^^
어차피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인데...^^

읽으면서... 너무 심하게 착한 사람 아닌가?
심하게 정석대로 사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 유지되나보다...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자신이 쓴 글에 배신하고 싶지 않다 라...
이 글귀를 읽는 순간 난 왜 류시화씨를 떠올린걸까? ^^;;;;;;;
책을 읽으며 상상하게 되는 작가의 사는 모습이랄지... 이런게 실상의 작가의 모습이 차이 난다해도 어쩔수가 없는건데...
누가 시키지도 않은 혼자만의 상상을 해놓고 자신의 상상과 실제모습이 다르면 실망 내지는 괜한 배신감 같은걸을 느끼는것 또한 어쩔수가 없는걸...^^;;;;
근데 이 작가는 대놓고 자신이 쓴 글에 배신하고 싶지 않아서 자신이 썼던 내용에 반하는 언행은 삼가하려 노력한다고 하니... '정성이 지극하군! 너무 성실하군!... 이렇게 살려면 난 낙서를 하지 말고 살아야 하겠군...'하는 생각이 들더군...

어쩌면 난 편하고 자유롭고 싶다는 이유로
나 편한대로 무책임하게 낙서하고 말하고 잊어버리고 그러는게 아닐까...하는 반성
나란 사람이 어차피 내 편한대로 망각하고 생활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니까...
내가 실수하고 잘못했던건 축소해서 기억하거나 까먹어버리고 그러니까...
그러면서도 "저런거 다 일일이 기억하면 괴롭고 창피해서 어디 살겠니???" 이런 핑계를 대지...

사람이 너무 정직해도
너무 순수해도
너무 섬세해도
너무 올곧아도
살아가기 피곤한 세상이다.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
난 피곤하게 사는거 싫다...
저렇게 일일이 다 상처받고 조심하고 아파하며 살기보다
대충~ 나 편한대로 적당히 피하고 외면하고 망각하며 살기로 작정한 나다.
그게 나한테 맞다고, 그렇게 사는게 옳다고 생각하기로 한 나다.
그런 내가... 저런 글에  연연해하며 반성하는것도 어울리지 않아... 어색해...
저런글에 매우 찔려하는 내가 오히려 생색내기용으로 반응하는것 같아서 무안하단다...

그저... 아직도 저런 사람이 있다니...하며 부러워하고 말자.
저런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하고 말자.

나 같은 사람이 있는가하면 저런 사람도 있어야지...
많고많은 사람들이 다 똑같이 모범생일 필요가 있니?
나로 인해 저런 사람들이 더 돋보일테니...
그 또한 나쁘지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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