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는 신인류, 초식남 [2009.05.08 제759호] |
[레드 기획] 불필요한 ‘감정노동’보다 독립생활 즐기는 무연애남… 20~30대의 무기력한 단면일 수도
김미영
기사출처>>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4900.html
“여자 쪽에서 걸어온 유혹에 응하지 않는 것은 남자의 수치”.
일본 기성세대가 말하는 ‘남성다움’의 개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란다.
그런데 이를 ‘수치’로 받아들이지 않는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이른바 ‘초식남’(草食男·초식계 남자의 줄임말)이다.
초식남은 육식계 동물처럼 공격적이지 않고 온순하며 자기애가 강한 남성을 일컫는 일본의 신조어다.
초식남은 이성과 같이 밤을 보낼 일이 있어도 ‘헛된 꿈’으로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고 ‘잠만’ 잔다.
회식 자리에서 선배들이 맥주로 건배를 제안해도 술이 싫다며 “칵테일로 할게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줄도 안다.
술집보다는 카페를 주로 찾고, 연애보다는 독신 생활을 즐기며, 섬세하고 연약해 보호본능을 일으키기도 한다.
여성적으로 보이지만, 이들은 ‘남성다움’을 새로 쓰고 있는 ‘신인류’로 통한다.
‘잠’만 자는 신인류, 초식남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풋크림 바르고 스포츠 중계 보기
초식남이라는 새로운 남성에 대한 정의가 나타난 건 벌써 3년 전인 2006년이다.
여성 칼럼니스트 후카사와 마키가 자신이 인터넷에서 연재하는 칼럼인 ‘U35 남자 마케팅 도감’에서 처음 언급했다.
이후 그를 인터뷰한 패션잡지가 시도한 ‘초식남 유형분석’이 화제가 되면서 초식남은 사회현상으로 안착했다.
초식남 연애 공략법, 초식남 성향 테스트 등 다양한 상업적 접근이 이뤄졌다.
관련 서적들도 쏟아졌다.
모리오카 마사히로의 <초식남의 연애학>, 우시쿠보 메구미의 <초식남, 여성화된 남자가 일본을 바꾼다> 등이 대표적이다.
초식남이 등장한 배경으로 후카사와 마키는 이 세대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나 치열하게 살 필요가 없었던 점, ‘잃어버린 10년’ 동안 성장하며 미래에 대한 큰 기대 대신 성실함만을 지향한 점 등을 꼽았다.
여기에 달라진 여성의 경제적 능력과 권위, 성인 비디오나 성인 인터넷사이트 등 성산업이 발달한 일본 사회의 특수성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연애보다 성애에 관심이 높다 보니 번거로운 관계를 맺는 대신 혼자 해결하는 젊은 남성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경제위기로 빈곤해진 경제 사정이 남성성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총평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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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도 초식남의 성향을 가진 20~30대 남성들을 쉽게 볼수 있다.
직장인 Y는 연애를 안 한 지 10년이 넘었다.
오랜 자취 경험으로 둘이 사는 것보다 혼자 사는 게 편하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활동적이기보다 내성적인 그는 술집보다 카페, PC방 등에서 친구들과 어울린다.
지난 밸런타인데이에도 친한 남자 후배와 함께 풍경 좋은 서울 삼청각에 올라 차 한잔을 마시고 내려왔다.
또 다른 직장인 C.
청일점으로 여성 동료들과 어울리는 자리가 많은 그 역시 연애에는 별 뜻이 없다.
밤에는 풋크림을 바르고 자고, 패션에도 관심이 많은 그의 취미는 스포츠 중계 보기.
유일한 취미를 이해해줄 여성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비혼 쪽에 마음을 두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연애를 위해 시간과 돈을 쓰며 불필요한 ‘감정노동’을 하느니 자신의 독립된 생활을 즐기겠다는 생각이다.
이들이 연애에 관심이 없고, 여성 동료들과도 동성처럼 어울린다고 해서 남성답지 않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이들은 겉보기에도 건장한 남성이다.
기성세대들이 정의하는 책임감, 권위, 근성 등으로 표현되는 ‘남성다움’과 거리가 멀 뿐이다.
중앙대 여성학과 이나영 교수는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공격적이면서 책임감 있는 남자가 능력 있는 남자로 통했다”면서 “여성 공감지수가 높은 남성의 등장은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허물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공략하려면 ‘육식계 여자’가 돼라
초식남이 눈에 띄면서 초식남 연애 공략법, 초식남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도 등장했다.
최근 <한겨레> ESC 섹션(4월19일치)에서 초식남·초식녀의 연애 상담을 해준 연애 카운슬러 임경선씨는 “자상한 초식남이 연애 무경험 여성들에게는 환영받을지 몰라도 연애 유경험 여성들에게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유는 “나에게 반했는지조차 불명확한 상태에서 미적지근한 태도를 유지하기 때문”이란다.
그는 연애에 무관심한 초식남을 공략하려면 연애에 적극적이고 쿨한 성격을 가진 ‘육식계 여자’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방송에서 6월 방영 예정인 <결혼 못하는 남자>는 초식남을 본격적으로 다룬 드라마가 될 예정이다.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에서 지진희는 고집스럽고 혼자이길 좋아하는 남자 주인공을 맡았다.
일본에서도 현재 초식남을 다룬 <콘카츠>라는 드라마가 방영 중이다.
직업상 어쩔 수 없이 결혼해야 하는 초식남이 결혼을 하려고 좌충우돌하는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서 초식남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경제위기로 인한 남성성의 추락에서 배경을 찾을 수 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경제위기가 오면서 남성들에게 야수성(전투성)과 여성성(공감·소통 능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며 “한편으로 ‘남성다움’의 굴레에서 벗어난 초식남의 등장은 20~30대 미취업 현상과 근성 없는 세대의 무기력한 단면으로도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풍요와 빈곤을 오가는 불안한 환경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애착이 강해지고, 현대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수많은 역할들의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자신이 필요한 것에만 집중하게 하는 현상을 낳았다는 것이다.
‘주머니랑 상의’하는 합리적 소비
공격적이고 야심적이며 이성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육식남’과 달리 초식남은 안정적이고 소박한 생활을 지향한다.
전투적으로 살아온 기성세대들이 보기에 물욕도 없고 성욕도 없는 초식남은 마뜩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자기 인생을 소비하는 방식을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선택해 살아간다.
일본에서는 자기 경제력에 맞춰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는 뜻으로 ‘주머니랑 상의한다’는 말이 있다.
초식남은 주머니랑 상의하고 실천하는 대표적인 남성상이다.
일본에서는 이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이들을 공략하려는 비즈니스적 접근이 활발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들이 여심 대신 까다로운 남심(男心)을 잡으려고 동분서주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기사를 보면서 '나는 초식녀일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요즘 내 또래의 미혼들을 일컫는 단어가 3종류 정도 있다.
골드미스, 토이남, 초식남.
남,녀의 성 분류를 빼면 다 비슷한 얘기들이다.
기본베이스는 결혼보다 혼자사는 자유로움을 택한 30대 미혼들 이고
골드미스는 재력?
초식남은 취미?
토이남은 초식남의 베이스에 섬세함과 유머가 + 되어야???
이 정도의 특징들이 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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