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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좀보고 웅얼웅얼

[연극] 그 집에 갔지만, 들어가진 않았다 I went to the house, but did not enter

by soulfree 2011.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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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LG아트센터 패키지 예매를 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작품이 이거였다.
힐리어드 앙상블의 음악극?
힐리어드 앙상블의 노래야 익히들어 알고있고 또 좋아하고 있지만 그들의 음악극???

공연정보를 자세히 보지 않는 나는 ㅡㅡ;;;;
힐리어드 앙상블의 음악에 맞춰진 '연극'일거라 상상하며 예매했었다.

막이 올라가는 순간
헉...하는 감탄...
난생 처음보는 무대.
마치 무대가 흑백TV 화면같은...
무채색만 존재하는... 흡사 회색도당의 세계같은 흑백의 세트가 무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테이블위 화병의 꽃조차 검은 꽃
검은색, 회색, 흰색... 그 외의 색이라곤 중절모를 쓴 네명의 피부색 밖에 없었다.

T.S.엘리엇의 알 수 없는 글들이 지나가고
하나하나 조심스레 찾잔을 싸고
꽃병을 거두고
테이블을 치우던 이 네 분이 노래를 한다.

헐...
무대 위 네명의 중절모 신사가 힐리어드 앙상블이었다. @.@

아름다운 목소리
허나 이해할 수 없는 극...
다만... 무대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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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장소는 빌라.
정말 무대 세트가 너무 맘에 든다!
조명처리된 이 나무를 비롯해서
조명과 음향만으로 너무나 완벽하게 거리 풍경을 자아냈다.

2막의 주제가 '한낮의 광기'던가? ㅡㅡa
이 네 명이 각각 얘기하는 각각의 내용들
내 기준에선 이해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다.
그냥... 이 무대의 모습을 보고 느껴지는게... 스산함이랄지...
혼자있고싶지 않지만 어쩔수없이 혼자 감당해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하소연이랄지...
혼란하고 분주한 한낮을 지나온 사람들의 당황스러움을 스스로 진정시키고 있는 해질녁 즈음의 느낌?


세번째 장소는 어느 방.
연출가의 의도로 자막을 내보내지 않았으나
노랫말이 그리 어려운 영어들이 아니어서 대충은 알아들었다.
상상력으로 극을 완성해보라구?
나의 빈곤한 상상력에 그런 무리한 부탁을... ㅡㅡ;;;

90년대 초반에 이 나라에 문화의 화두로 언급되던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단어가 생각났다.
세련되고 무미건조한 무대에 힐리어드 앙상블의 천상의 목소리로 읊어지는 알수없는 단어들.
이 부조화스러울것 같은 조합이
영화 [싱글맨]처럼 세련되고 멋지고 군더더기 없이 딱 깔끔한 극을 만들어냈다는 느낌.

saying
unchanging

3막에서 읊어지던 이 단어들이 뇌리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