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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ter Me/나혼자 웅얼-2010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법 없이 사는 사람

by soulfree 2010. 1. 17.
"여기 어때?"

"남동공단 같아요, 낯설지 않네요.
사람들이 다 순박해보여요.
법 없이도 살 사람들 같아요."

"좋아보여?"

"네, 되게 평온해 보여요."

그래?
그렇지...
순박하다면 순박한거겠지...

난... 여기 올때마다 내가 한국에서 우리 부모님에게서 태어난걸 감사하게 돼.
착한것도 좋고 순박한것도 좋겠지만
너무 원초적이라
너무 원초적으로 본능적이라...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던가 배려라던가
그런거 절대 없어 보이거든.
마치 저혼자 사는것 말고는 아무것도 상관없어하는 살벌한 원시림 같달까?

중국 본토로 들어올때마다
개화기에 우리나라에 선교활동 한다고 들어왔던 사람들의 눈에 보이던 조선의 모습도
이런 모습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해.

법 없이도 살 것 같다고?
아니지...
법 없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 해야 맞지 않을까싶다.
법이 없어도 살만큼 순하고 착한 사람들이 아니라
법이 있거나말거나 관심도 없고 그저 '개념'없이 사는 사람들이라 해야 할거다.

기초적인 질서라든지
도로 교통법이라든지
약자에 대한 동정심이라든지
미성년자는 사회에서 최소한의 보호를 해줘야 한다는 의식도 없고
교육에 대한 의무감이나 필요성도 없고
원초적인 폭력 욕구, 성적 욕구를 제어하는 사람들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쓰는 사람도 없고
다른 사람이 뭘 하건 신경쓰는 사람도 없고
오직 자기 자신이 먹고 사는것에 지장이 없다면 불법이건 뭐건 아무 상관없는
말 그대로 '법 없이' 살고 있는 모습들 아닐까 싶어...

아무리 교육수준이 낮다 한들
기본적으로 민족 정서? 혹은 민족의 특징 같은게 있을텐데
일본인들은 못배웠어도 깔금떨고 남에게 폐끼치면 안된다는 습성이 몸에 밴 사람들이고
쿠바나 브라질 남미 사람들은 못배우고 경제가 어려워도 춤과 음악을 일상처럼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라하고
한국인들은 못배웠어도 대부분 부지런하게 생활하며 자신들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있으면 나눠먹고 나눠쓰는 소위 말해 '정'이 있는듯 한데
중국인들은 게으르고 청결과 거리가 먼~생활이 일반적이고 '우린 세상의 중심' '나대로'주의가 강해보여.
그런데다 급성장한 경제때문인지 모든 개념위에 돈이 서있는게 사회라는게 엄청 강하게 느껴진다고나할까?
내가 다녀봤던 심천, 동관, 청도 공장주변의 정서는 마치 약육강식 의 정글지대같다.
돈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는 정말 아무런 연고가 없어도 무작정 빈대붙어서 생활하고
돈있는 사람도 그 빈대붙는 사람을 투명인간 취급하면서도 그 사람의 몫을 말없이 지불하고 다닌다.
예들 들자면...
누가 밥이라도 살라치면 사돈의 팔촌까지 다 와서 주객이 전도될만큼 맘껏 시켜먹고는 그자리에 죽치고 앉아서 자기들끼리 놀면서 갈 생각도 안한다.
그럴때마다 이방인들은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하고 어리둥절해 하는데 중국인들은 그런걸 당연시한다.
저 사람들 다 누구냐고 물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람인데 밥을 먹네? 니가 다 계산하면돼~ 이러고 만다.
이런건 대체 뭘까???? ㅡㅡa
그리고 돈 100만원만 준다면 사람 목숨따위는 모기의 가치정도?
팔다리 하나 상해입히는건 그저 일반적인 다반사처럼 얘기하고
이웃집에 누가 죽어나가도 대수롭지 않다는듯 '아~ 그래~'하는게 전부다.

10살이 넘으면 밥벌이에 나서는게 당연하고
어린 자식들이 벌어다 준 돈으로 생활하는걸 당연시 여겨서 부모들은 놀고 먹고하는 모습들이 만연하고
겨우 10대 초반의 청소년들이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음주와 흡연등은 물론이고
동거와 이별을 반복하며 아이를 낳기도 하나 아이 생겼다고 결혼하는것도 아니고
가정은 꾸려지지않은 상태로 아이만 생기고 양육은 어디서 하는지 알 수 없고
성생활이나 사회생활에 대한 교육이나 양육의 책임따위 가르쳐주는 곳도 아무데도 없고...
특히나 여자 아이들은 제 몸 하나 지키기가 너무 힘들다 한다.
스무살쯤 되면 이미 아이가 둘 셋쯤 되는 사람들도 허다하고
그 중에서 가정을 꾸려 사는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인거고...

점심때면 우르르르 공장에서 쏟아져 나온 어린 청소년들이
달랑달랑 비닐봉지에 점심밥을 사들고 가기도 하고
짝지어 자전거를 타고 제법 연애질을 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참 평온하고 평범해 보이는 모습인데도
보는 나는 괜히 마음이 짠하다.
본인들이 좀 더 노력한다면 더 다르게 살 수도 있을텐데...
여기보다 좀 더 나은 세상이 있다는걸 알긴할까? 궁금하긴 할까?
다르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긴한걸까?
스스로 저 삶을 만족해한다면 어쩔수 없겠지만
분명 안 그런 아이들도 있을텐데...

난... 중국의 공단지역을 갈때마다 마음이 짠해진다고 할까... 답답하다고 할까...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공장의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일때문에 중국에 들어와 사시는 분의 일상적인 걱정 왈.
"박팀장, 여기는 무섭다.
집 밖에 나가는 순간 아이들은 방치 상태가 돼
아무도 케어해주지 않아.
그게 정말 무서운거거든.
술을 먹던지 말던지 사람을 패고 다니던지 말던지 아무도 신경을 안써
옆에서 사람이 죽어가도 그냥 모른척하고 지나간다니까!
아무도 신고할 생각도 안하고 말릴 생각도 안해.
진짜 그럴때마다 대체 중국사람들은 무슨생각으로 사는건지 알 수가 없다니까!
청소년 보호라던가 치안의 개념이라는게 너무 미약하다 보니까
어른이고 애들이고 해지면 안나가는게 상책이야.
내가 우리 아이들 통금시간을 괜히 만든게 아니라니까!
그러니 괜히 호기심에 여기저기 돌아다닐 생각 하지말고 그냥 호텔올라가서 얼른 자.
나도 해지면 집에가서 TV보다 자.
하긴 봉변당하는 사람은 집에서도 봉변을 당하더라만..."


p.s.
그 공장에서 마주친 일본회사 담당자는 수트를 쫙 빼입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흰장갑 끼고 열나 깔끔을 떨고있더라.
'뭐냐? 쟤는?
중국공장에 제품 컨펌하러 오면서 수트가 웬말이야?
일본 직딩들은 원래 저래?'
그 일본인은 공장에 무슨 몹쓸 전염병이라도 있는듯 완전무장한 느낌이었달까?
나만 그런 느낌을 받았을까??

또 모르지.
그 일본 직딩은 나보고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공장 시찰하러 온 사람이 왜저렇게 후줄그레 한거야?
한국 직딩들은 원래 저렇게 프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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