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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ど) Empathy

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

by soulfree 2007. 4. 17.

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 백석(白石)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끝에 헤메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위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 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 인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끼며, 무릎을 꿇어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처음 이 시를 읽었을땐... TV문학관을 보는듯한 기분...

시를 읽으면서 눈앞에 어떤 그림들이 그려졌었지

누추하게 돗자리가 깔린 방한구석... 화로를 들쑤시는 회한의 눈을 한... 아니 이미 회한따위 초월한듯한 빈 눈을 한 노인의 모습...

몇 년 후 이 시를 다시 봤을땐 헤르만 헷세의 소설속 싯다르타를 떠올렸었다.

강가에서 옴의 소리를 들었던... 해탈의 경지에 이르던 싯다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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