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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ter Me/나혼자 웅얼-2009

편지

by soulfree 2009. 1. 5.
편지함 정리하다 문득!


 기억 1.
중학생때... 선생님께 이상한(?) 전언을 들었다.

"너 위문편지에 뭐라고 썼었니?"
"별 얘기 안 썼었는데요~?"
"그래? 그럼 참 이상한 일이구나."

그러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내가 썼던 위문편지에 답장이 왔다는...
선생님 말씀에 그 군인 아저씨께서 내 연락처를 물어 답장을 직접 들고 찾아왔었고
나를 만나보겠다는 군인 아저씨를 선생님께서 중간에서 막으셨다고 하셨었다.
군인 아저씨가 직접 찾아온 이유를 묻자, 내가 썼던 위문편지가 자기한테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많은 위로가 되어서 나를 꼭 한번 보고 싶어서 찾아왔었다고 했었단다.
선생님께선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서 중간에서 막으셨었고 군인 아저씨를 돌려보낸후 미안하지만 내게 쓴 답장의 내용도 봤다고 하셨다.
답장의 내용이 중학생인 나에겐 너무 먼 미래의 얘기까지 쓰여있어서 좀 난감한 내용인데 답장편지를 보겠냐고 내게 물으셨었다.
듣는 나도 놀라서 "네~? 군인 아저씨가요? 제가 대체 뭘 쓴걸까요???" 하면서 선생님께서 알아서 처리해달라고 했었다.

신중한 성격이셨던 선생님도 이렇게 답장들고 온 군인도, 막무가내로 만나게 해달라고 조르는 일도 처음이라고 놀라시며 대체 무슨 내용을 썼길래 군인이 답장들고 찾아오게 만드냐고 농처럼 얘기하시면서 연신 고개를 갸우뚱 거리셨었다.
나 역시도... 아무리 생각해도 별 다르게 쓴 내용이 없을텐데 왠일일까? 하면서 군인 아저씨가 내 이름에 낚이신거 아닐까? 했었다는...^^


기억 2.
고등학생때... 나랑 다른학교에 다니는 선배가 내게 소개팅을 하라고 졸랐었다.
미팅, 소개팅 이런거 싫다고 버티는 나한테 그럼 펜팔이라도 좀 해달라며 소개시켜준 선배의 친구가 K였다. (물론 얼굴 본 적 없다.)
뭐... 예나 지금이나 낙서하고 편지쓰고 이런거 좋아했던지라 펜팔은 재미있겠다 싶어서 알았다고 했었지.
선배에게 우리집 주소를 가르쳐주고 K로부터 편지가 오기 시작!
K는 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듯했고 재미있기도 했고, 무늬만 공학에 다니는 내게 남자 고등학생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의 디테일한 면들을 보는듯해서 즐거웠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장~~~~문의 편지가 왔다는거...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 통 정도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펜팔인데 매일매일 답장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답장쓰기가 귀찮아져서 몇번 거르면 자기가 뭔가 잘못했냐는둥~ 부담스럽냐는둥~ 삐쳤냐는둥~ ㅡㅡ;;;;
너무너무 세심하게 신경쓰고 챙기는게 아닌가!
이딴거 일일이 신경쓰는거 귀찮아서 남친도 못만들고 지내던 나에게
이렇게 엄청나게 성실(?)하고 열정적(?)인 펜팔은 한달여만에 무척~난감한 일이 되어버렸다는...
K 말고도 친구들에게 정기적으로 편지나 엽서를 써서 보내던 나는 K의 답장을 쓰느라 친구들에게 보내던 편지를 쓸 시간이 없어졌다는것도 싫었지.
게다가 은연중에 한번 만났으면 하는 내용도 슬슬 등장하고...
이럴거면 차라리 소개팅 한번 하고 끝냈으면 편했을텐데 왜 펜팔을 했을꼬~하는 후회도 슬슬... ㅡ.ㅡ;;;
이래저래 부담스러워져서 펜팔 그만하자는 편지를 보냈더니만 답장보내기가 힘들어서 그러면 가끔 한번씩만 답장해도 된다 부터 시작해서 내가 그만두자는 이유에 모두 다 자기가 어떻게 바꾸면 되겠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ㅡㅡ;;;;
이러니까 갑자기 내가 굉장히 나쁜 사람이 된듯한 기분. ㅡㅡ;
그래도 그냥 그만 뒀으면 좋겠다고 하고 K에게 편지쓰는 일을 중단했다.

며칠후엔 K를 소개해줬던 선배도 나에게 K랑 무슨 문제 있냐며 묻는! ㅡㅡ;;;;
K가 요즘 나한테 소식이 없다면서 매우 우울해져서는 대체 내게 무슨일이 있는건지 알아봐달라고 선배를 닥달 하더라나?
그냥 이러저러해서 부담스러워졌다니까 K가 킹카라며~ 공부도 잘하고 키도 크고 준수한 외모에~ 여자애들한테도 인기많고 성격도 좋고 재미있는 친구니까 한번 만나보면 내 생각이 달라질수도 있을테니 한번 만나보라는 권유를...ㅡㅡ;;;;;
(남친을 만들고 싶어하는 이들에겐 호박이 덩쿨째 굴러들어온 상황!
그러나... 난... ㅡㅡ;;;;; 호박을 옆차기로 뽀개고도 남을 인간이었으므로... ㅡㅡ;;;;;;)
만나기 싫다고 하니까 자신의 선배인 울오빠까지 들먹이면서 아무나 소개시켜 줬다간 울오빠한테 맞아죽을텐데 자신이 그런일 하겠냐며 자기를 믿고 자기 친구 K를 한번만 만나보라고 자꾸 사정(?)하다시피... ㅡㅡ;
소개팅 피해서 펜팔로 갔건만 결국은 소개팅이 되는 시츄에이션?

"그런 킹카는 퀸카랑 소개팅 시켜줘야 하는데~ 제 친구 소개시켜드릴까요? ^^;;;"

이런 4가지 없는 멘트를 날리며 선배와 K의 간곡한(?) 청을 거절을 했었다는...

나중에 들은 상황으론 K는 결국 나를 보러 성당에 왔었다는군.
나는 미사 보면서 옆에 있던 K가 누군지도 모르고 친절한 인사까지 날리고~ ㅡ.ㅡ;;;;;

K가 하는말이...
처음엔 그냥 재미있겠다 싶어서 펜팔 시작한건데 내 편지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었단다.
그래서 나에 대한 관심도 생겼었고... 보고 싶어지기도 했었고...
그런데 단지 '답장에 일일이 신경쓰는게 힘들어졌고 소개팅 같은거 싫다'는 이유로 안 본다는게 납득이 되지 않았단다.
K도 자존심 상했다며 자기를 소개하지 말라고 하면서 굳이 성당까지 와서 나를 보며 한다는 말이
"만나기를 꺼려한다길래 엄청나게 외모에 컴플렉스가 있는 애일까 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저렇게 성격좋게 헤헤거리는 애가 왜 나를 거부한걸까?" 그랬다나?
너의 귀차니즘이 킹카를 놓쳤다며 나를 나무라는 선배한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매일매일 답장을 써줘요~ 것두 보내오는 편지가 보통 3-4장은 기본으로 빡빡하게 적힌 편지가 오는데 답장을 적어도 한장은 다 채워서 보내줘야 하잖아요~ 일기쓰는것도 아니고 매일매일 그게 얼마나 힘든데요~" 이랬더니 선배도 "매일? 그 자식이 맨날 그렇게 보냈다고?" 하면서 뒤늦게 놀라더라는... ^^;;;;;
여하튼...
편지함엔 그 옛날 K로부터 받았던 재미있는 편지가 아직도 수북~ ㅡ.ㅡ
지금도 뒤져서 보면 재미있다. ^^




엄....
저거 말고도 옛날에 채팅을 할때도 그렇고
다른 편지들도 그렇고
상대방들이 내가 쓰는 내용에 대해서 굉장히들 좋은 반응(?)을 보여줬었다.
그냥 예의상으로 보인다고 생각하기엔 좀 과한(?) 반응들이라...
특히 남정네들의 반응은 상,중,하로 나눈다면 십중팔구 '상'의 반응을 보였던지라...
한때는 내가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뭔가 매우 좋은 환상을 품게 쓰는게 있나?  뭔가 계도(啓導)적인 내용이 있는건가? 하는 생각에 왜 내 편지가 좋은지, 왜 나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물어보고 다녔던 적이 있었다.
돌아온 답변들은 다들 그냥 섬세(?)한 느낌이 있다나? ㅡㅡa 뭔가 깊이가 있는듯(?) 하다나? 그런식의 뭉뚱그려진 얘기들이었다.
대체 뭐가 깊고 뭐가 섬세하다는걸까?... ㅡㅡa

지금은 그런 생각 하는것도 귀찮은데...
편지들을 보다보니 갑자기 또 궁금해진다. ㅡ.ㅡ;;;;
진짜 내가 뭘 어떻게 썼었던걸까?
다들 내 이름에 낚였던걸까? ㅡ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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