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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듣고 웅얼웅얼

100대 명반> 루시드폴의 [새](2002), 미선이의 [Drifting](1998)

by soulfree 2008.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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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 예전에 미선이를 좋아한다고 할때... 그냥 그런 인디밴드가 있나보다 했다.
그 당시 미선이, 언니네 이발관, 허클베리 핀 이런 밴드들의 이름들이 심심찮게 들려 왔었지만 굳이 찾아듣는걸 귀찮아하는 나는... 그냥 그런 밴드들이 있나보다 했었다.
그러다 김민정 양을 좋아하는 나는 그녀의 첫 주연작인 [버스,정류장]이란 영화에 관심있어했고 영화 역시 꽤나 맘에 들었었다.
[버스,정류장]의 영화음악은 영화보다 1.5배쯤 더 좋았다.
그때 처음 기억하게 되었던 루시드 폴...
이름만 듣던 밴드 '미선이'가 없어지고 '루시드 폴' 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얼핏~ 봤었다.
그리고는 [버스,정류장] 이후로 '루시드 폴'이라는 이름을 잊고 있었다.

어느날 블로그에서 우연히 듣게 되었던 '새'
한참을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이 흐르다 조용조용 흘러나오던 목소리...

새벽녘 내 시린 귀를 스치듯 그렇게 나에게로 날아왔던 그대
하지만 내 잦은 한숨소리... 지친듯 나에게서 멀어질테니...
난 단지 약했을뿐... 널 멀리하려 했던건 아니었는데...
난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너무 멀리 가진 마... 어쩔 수 없다 해도...

미선이의 새보다 루시드 폴 버전의... 담백한 어쿠스틱 기타 반주의 새를 먼저 듣게 되었지...
어쩜... 이런 노래를 부르다니...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목소리 듣기가 참 귀한 이규호씨가 떠올랐다.
노래의 정서는 좀 다르지만... 김현철씨의 아침향기를 처음 들었을때의 그 기분이 떠올랐다.
그래...
발라드 가요의 전성기였다는 90년대 초반의 노래를 듣는듯한 기분...
노랫말 또한...

뒤늦게 '새'에 반하고 나서야 미선이를 루시드 폴을 찾은들...
이미 그(들)의 라이브 는 홍대에서 볼 수 없는 공연이 되었고...
어느샌가 유학길에 올랐다는 소식이나 들리고...ㅡㅜ
이제는 그저 앨범을 꾸준히 발표해 주는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되었지...
작년 겨울... 토이의 'Thank you' 앨범과 루시드 폴의 '국경의 밤' 앨범을 들으며 얼마나 좋아라~했었는지...
'새'를 듣고 좋아했을때보다 '국경의 밤'을 듣고 루시드 폴이 더욱 더 좋아졌다.
국경의 밤 앨범이 왜 그렇게 좋냐고 묻는다면... 그 무엇보다 노랫말의 힘이라고나 할까...
그저그런 사랑타령, 떠나간 사랑에 대한 원망이나 미련이 아니라 지금 내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상에서 느끼는 여러가지들에 공감할 수 있는 노랫말이어서... 그게 너무 좋았다...
요즘은 거의 '너 아니면 내가 죽을것 같으니까 언넝 다시 돌아와~' 이런식의 무시무시한 협박성 사랑타령이라 멜로디가 아무리 좋아도 듣는 내가 확~ 질려버릴때가 많거든...
조윤석씨가 아래 대담에서도 말했듯이 사랑타령이나 어린 시절 꿈 얘기가  아닌 다른 노랫말들이 더더욱 많이 나오길... 나 역시 바라던 바인데...
대담을 보니 루시드 폴이 더 좋아지네...^^

이 명반시리즈에 내가 좋아라~하는 앨범들이 많아서... 이 기사가 뜰때마다 찾아보고 있는데 루시드 폴을 직접 인터뷰 할줄은 몰랐구려... ^^

땡큐!

p.s.
나중에서야 미선이 버전의... 밴드가 연주하는 반주로 새를 들었었는데...
역시... 그새 익숙해져서인지... 난 루시드 폴 버전이 더 좋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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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usic.naver.com/today.nhn?startdate=2008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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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명반 선정앨범 : 루시드폴의 [새](2002), 미선이의 [Drifting](1998)     
대담 : 루시드 폴 (조윤석) VS 김윤하
글 : 김윤하 (가슴네트워크) / 사진 : smo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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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해야만 하는 숙명에 놓인 루시드 폴, 그는 무척 지쳐 보였다. 한국을 떠나있던 지난 5년여의 시간 동안 학기 중에는 연구에, 방학 동안에는 귀국과 동시에 이어지는 공연 준비에 맘 편히 친구를 만난 기억도 가물가물 하다고 했다. 그런 그를, 조금 더 괴롭혀야만 했다. 인터뷰 당일, 마치 무슨 액운이라도 낀 양 곳곳에서 문제가 터져 나왔고, 겨울바람은 매서웠다. 인터뷰가 시작된 시간은 이미 인터뷰가 끝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압구정에서 분당으로, 분당에서 다시 양재로 오가며 80분을 빠듯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인터뷰어도 인터뷰이도 꽤나 예민해져 있었다. 100대 명반 안에 '미선이'와 '루시드 폴'의 이름으로 각각 한 장 씩의 앨범을 올려놓았고, 2년 반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뮤지션과의 인터뷰에 주어진 예민한 80분은 한숨이 나올 만큼 짧은 시간이었다.

"숙명(宿命)처럼 노래하는 그, 루시드 폴(Lucid fall)"

김윤하 : 최근 새 앨범 외에도 화제가 되는 일들이 많았다. 논문상이나 코엘류 인터뷰나. 항간에서는 '엄마친구아들'의 대표격이 아니냐는 얘기를 하던데.(웃음)

조윤석 : 글쎄. 근데 원래 언론에 나갈 때는 본의 아니게 조금 과장돼서 나가기 때문에 실제보다 듣는 분들은 더 대단하게 느끼실 수도 있지만, 그냥 그렇다.

김윤하 : 그런 부분이 부각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랄까 그런 건 없나?

조윤석 : 하나도 없다. 아, 보도가 나가고 나서 약간 우울했던 적이 있긴 한데, 기사에 되게 멋있게 얘기가 나왔더라. 그런데 그걸 내가 싫어하고 있지 않더라.
그런 스스로에 대해서 약간 실망 같은 건 좀 했다.
하지만 그런 것 있지 않나, 사람이 누구나 갖고 있는 어떤 허영심 같은 것들.
얼굴도 조금 예쁘게 나오면 좋아하고, 성격도 조금 좋다고 하면 좋아하고.
그래서 나중에는 그것도 내가 갖고 있는 또 다른 한 면이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먹었다고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생각했다.
그 정도다.

김윤하 : 오늘 인터뷰를 하게 된 건 경향신문과 가슴 네트워크에서 선정한 100대 명반에 '미선이'와 루시드 폴의 첫 번째 앨범이 선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순위 같은 것에 선정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가?

조윤석 : 그것도 조금 전 얘기와 똑같은 것 같다.
그런 거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거다.
자기가 앨범 만든 게 어느 누구에 의해서 선정이 됐든 몇 위 안에 어떻게 뽑혔다 이런 거를 당연히 속으로 좋아하겠지.

김윤하 : 뮤지션들 중에서는 그런 것 자체에 어떤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어서 아무런 생각도 없다, 이렇게 말하는 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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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석 : 나는 다 좋다.
누가 뽑았든 어디 몇 위에 뽑혔든 다 좋다.
상도 그냥 다 좋고.

김윤하 : '미선이'나 루시드 폴이나 작업환경은 참 힘들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결과물은 하나같이 높은 평가를 받는 앨범들이다.

조윤석 : 재밌는 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오히려 미선이나 루시드 폴이 좀 더 과대평가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니까 그게 좀 아이러니인데, 지금 보도자료나 이런 것들을 가끔 보면 '미선이'가 당시 홍대 클럽에 있었던 음악들과도 달랐고, 포크를 했었고,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클럽에 있을 땐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팀도 아니었고, 앨범은 조금 그런 느낌이었어도 라이브를 할 때 포크스럽게 한 적은 없다. 그래서 오히려 지나고 나서 노스탤지어처럼 그렇게 좀 과대평가가 된 면이 있지 않나 싶다.

김윤하 : 루시드 폴 1집도?

조윤석 : 그때도 마찬가지다.
'미선이' 앨범보다 훨씬 덜 팔렸고, 오히려 '미선이'를 좋아하셨던 분들의 비난도 많이 받았던 앨범이다.
가사도 너무 개인적인 가사로 갔다, 밴드 음악이 아니니까 약해졌다, 뭐 그런 얘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지만 특별히 공격을 받은 앨범이었다는 기억은 없다.
왜냐하면 어차피 그 정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위치에 있진 않았으니까.
그래서 그 당시에 받았던 관심보다 시간이 지나서 [버스, 정류장] 앨범 나오고 조금 알려지고, [오, 사랑] 앨범 나오면서 조금 더 알려지고 이러면서 오히려 옛날 앨범이 조금 더 고평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사실은.

김윤하 : 예전에 인터뷰를 하면서 좋아해주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앨범이 잘 팔리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분노를 표출한 적이 있다. 혹시 아직도 앨범에 대해 앙금 같은 게 남아 있나?

조윤석 : 물론 없다. 그 때 메이저 시장은 꽤 좋았지만, 소위 말하는 언더랑 메이저 사이의 벽이 참 두꺼웠다. 공중파를 탄다든지 하는 것들은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예를 들면, 그 때 인디 뮤지션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이소라씨가 하던 '프로포즈', 그런 프로에 나가면 앨범 십만 장이 나가고, '수요예술무대' 이런 데를 나가면 만장이 더 나간다, 이런 얘기가 있었다.
일단은 아무도 섭외를 안 해주고, 경기방송의 조경서 PD 방송 같은 몇몇 방송들을 빼고는 라디오 공중파를 탄다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알고 싶은 분들이 있어도 그런 것들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실제로는 원천적으로 없었던 거다.
그런데 나는 그 안의 리그에 있었으니까,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 사이에 싸여 있었으니까 모든 분들이 음악을 다 알거라고 생각을 했던 거다.
모든 분들이 '허클베리 핀'을 알고, 모든 분들이 '코코어'를 알고, 모든 분들이 루시드 폴을 알고.

김윤하 : 갑갑한 환경이었겠다.

조윤석 : 모르니까.
일단 음악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알아야 판단을 할 텐데 판단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그런데 그 속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홍보나 이런 것들에 대해 기본적인 개념도 없었다.
그게 좋게 말하면 우리가 음악을 좋게 만들었으니까 언젠간 알려지겠지, 라는 약간의 낭만주의였던 거고, 조금 나쁘게 말하면 시장에서 기대를 하는 것에 비해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거다.
그럴만한 인프라도 없었고. 그런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 분노를 했다기보다 현실의 장벽을 느끼고 좌절을 한 거였다.
여전히 아무도 모르고, 앨범은 나가지 않고, 내 노래는 들리지 않는 거다.
그러니까 세상이 들어주지 않는 거다. 거기에 대해서 세상에 삐진 거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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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하 : '미선이'의 1집에 조금 설익은 열정이 묻어난다면, 루시드 폴의 1집은 깎고 또 깎아서 만든 앨범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나 노랫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는데.

조윤석 : 사실 내가 제일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있는데, 나는 2집을 내고 가사가 스스로 업그레이드됐다라고 되게 뿌듯해 하면서 '자뻑'을 했었다.
가사를 내 스스로 돌려서 평가를 해보자면 1집 때처럼 가사를 쓸 수는 없다.
1집은 모든 가사가 결국 연애의 실패에서 온 거다.
아마 그것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거다.
그 때에는 정말 그것 자체가 나한테 너무나 큰 상처였고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노래를 안 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미 그 시기가 지나갔고, 더 이상 연애지상주의자가 아니다.
좀 감상주의적인, 연애만이 모든 걸, 날 해결해줄 수 있는 구원이다, 하는 감상주의를 더 이상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설사 실패를 하든, 다시 누군가를 만나든 그걸로 인해서 이렇게 노래를 써야만 내 스스로 무언가를 치유할 수 있다든지, 아니면 찬미하고 싶다든지, 그런 것에 대해 약간 회의적이 되었다.

김윤하 : 그 이후 가사가 더 넓어진 것 같다.


조윤석 : 2집에서 나름대로 내가 다른 가사를 쓸 수 있구나 하는 가능성을 조금 봤다.
예를 들면 '물이 되는 꿈'이나 '할머니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어라'나 '들꽃을 보라'나 다 연애 얘기가 아니다. 연애 얘기가 아니라도 내가 가사를 잘 쓸 수 있겠다 생각했었다.
'오, 사랑' 같은 노래도 실패한 연애 얘기는 아니잖은가.
'이젠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도 감상주의적이진 않다. 말을 좀 담담하게 하려고 했었고, 그래서 나는 너무너무 뿌듯했던 거다.
3집 같은 경우엔 더 그렇고.
3집에서도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당신 얼굴 당신 얼굴' 같은 경우엔 2004년에 쓴 거다.
김연우씨 주려고 썼던 곡을 제외하고는 이성과의 연애 얘기는 없다.
왜냐하면 내가 이제 그걸 쓰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가사에 있어서 내가 주로 생각한 건 그런 소재 문제였다.
그런데 항상 연애에 대한 이야기의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왜냐하면 남녀를 불문하고 가장 감각적이고, 특히나 젊은 사람들한테는 제 1의 화두가 되는 게 연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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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하 : 그렇다면 아마도 이 이후에는 음악이나 가사에 있어서 1집 같은 예민하고 감상적인 앨범을 만들 생각은 없는 건가.

조윤석 : 감상적이라고 한다면 아마 아닐 거다. 그런 앨범은 안 나올 거다.
내가 단언할 순 없지만 현재 내 입장에서의 계획을 묻는다면 그렇게는 안하고 싶다.
그리고 아까 가사의 소재에 대한 얘기도 (감상주의적인 소재의 노래는) 아마 안할 거다.
근데 또 모르겠다, 20년 지나고 30년 지나면 어떨지.

김윤하 : 예전 앨범들이 싫은가? 부끄럽다거나.

조윤석 : 아니다.
그냥 내 역사인 것 같다.
그러니까 그 당시 앨범을 만들었던 20대 초반, 중반의 내가 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나온 자연스런 결과물이다.
그 당시의 모자란 능력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베스트를 다해 만든 앨범이고.
그래서 부정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냥 나는 항상 그랬듯이 항상 해왔던 거랑 똑같이 하면 되는 거다.
그 때 그 때 하고 싶은 것. 지금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겠다는 것뿐이다.

김윤하 : 혹시 '미선이' 다시 활동하나. 얘기가 있던데.

조윤석 : 그게 참... (잠시 침묵) 제일 슬픈 게 뭐냐면, 내가 가지고 있는 '미선이'에 대한 추억은 미선이의 앨범을 듣고 갖고 있는 팬들의 추억의 100만 배는 더 될 거다.
그래서 너무 돌아가고 싶은데, 다른 멤버들이 갖고 있는 '미선이'의 추억은, '미선이'의 1집을 좋아하고 그 모습을 그리워하는 분들만큼도 안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다 동생들이지만, 어느 누구도 나에게 '미선이'에 대한 얘기를 한 사람도 없고, 심지어는 연락도 잘 안 한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멀찌감치 떨어트렸는지 모르겠다.
그게 한 때는 내 마음 속의 큰 상처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대로 그냥 받아들이려고 하는데, 그렇다고 다른 이름으로 '미선이'를 한다는 건 루시드 폴이랑 다를 게 뭐가 있나.
똑같지 않나.
루시드 폴 4집 내면 돼지.

"그러니까 나는 노래를, 음악을 해야만 하는 거다."

김윤하 : 세 번째 앨범 [국경의 밤]을 들으며 확신이 든 것은, 루시드 폴은 자신이 살고 있는 시간을 그대로 앨범에 담는 뮤지션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조윤석 : 아무튼 나는 다양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관습, 클리셰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그래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었고. 그런데 뭐랄까, 내가 앨범을 만드는 게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냥 이렇게 해야 돼, 이렇게 할래, 이렇게 작업 했다기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그 때 하고 싶은 걸 했다는 게 더 맞다.
그러고 나서 돌이켜 보는 거다.
그 때 나는 왜 이렇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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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하 : 이번 앨범은 루시드 폴의 다른 앨범보다도 미선이의 앨범과 가장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런 노래들을 부를 생각인가.

조윤석 : 물론 그렇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사회적인 의무감이 아니라, 지금 한국에 있는 음악인으로서 갖고 있는 이상한 사명감이다.
 실은 우리나라의 대중가요 가사가 매우 척박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뮤지션들이 어색하게 들리고 좀 이상한 내용이고 좀 무거워 보이는 이런 것들도 계속 다뤄주지 않으면 우리는 끊임없이 떠나간 그대만 노래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히.
기껏해야 어린 시절의 꿈 얘기하고.
그런데 이게 결국은 한국 대중음악, 팝 음악의 가능성이나 폭을 좁혀 가는 거다.
뭐 그런 거창한 얘기는 아니더라도, 계속 개인적으로 도전하고 싶다.
내가 어떤 얘기를 어떻게 할 수 있나,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나.
노래해야 할 것들은 많으니까.

김윤하 : 최근의 음악으로 올수록, 조윤석, 루시드 폴이라는 이름과 음악에 조금씩 생명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의 삶에 있어서도 강해지고 있는가.

조윤석 : 글쎄, 잘 모르겠다. (웃음) 아마 예전보다 음악에 대해서 더 분명해진 건 있을 것이다. 미선이나 1집이 나왔을 때에는 이제 막 음악을 시작했을 때였다. 그 때는 어쨌든 음악인으로서나 한 사람으로서나 조금은 혼돈스럽기도 했고, 지금보다 조금 더 서툴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더 풋풋하기도 했을 거고, 거칠기도 했을 것이다. 그 때에 비해서는 아마 조금은 더 성장하지 않았을까. 음악인으로든 사람으로든. 그게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지만.

김윤하 : 그런데 우스운 건, 그렇게 성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혼돈스럽고 서툴렀던 모습에 시선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거다.

조윤석 : 나는 음악 자체로만 평가를 받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들었을 때의 나, 그리고 그 때의 모든 상황이 그 음악을 어떻게 나에게 들리게끔 하는 지를 규정한다고 본다.
1집을 들었을 때 무척 신선하고 충격적이고 좋게 들어서 루시드 폴의 음악에 빠졌던 분들에게는 앞으로 1집을 능가하는 음악이 없을 거다.
왜냐하면 음악도 음악이지만, 그걸 처음 들었을 때의 그 분들의 나이 같은 것들, 지금 돌이켜 봐라.
7년 전의 그 나이와 상황, 그 때 홍대 씬의 어떤 분위기. 기타 등등의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앨범에 남아 있는 거다. 그래서 그게 더 애틋하기도 하고 절실하기도 하고, 그런 면도 있지 않나 하고 감히 생각하기도 한다, 사실은.
아마 새 앨범에 실망했다고 하는 분들은 팬 층에서 서서히 떨어져 나갈 거다.
그리고 그 새로운 음악에 공감하고 거기에서 또 다른 위로를 받는 분들은 나랑 같이 살아갈 테고.
친구도 옛날 친구가 평생 갈 것 같지만, 언젠가 자연스럽게 헤어지고 또 새로운 친구가 생기고 하지 않나. 마음이 맞는 사람이 생기고.
그러다 어떤 사람은 정말 죽을 때까지 가기도 하고. 그런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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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하 : 그런 것이 덧없다는 생각은 안 드나.

조윤석 : 팬이라는 것 자체가 참 덧없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힘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이긴 하다.
그렇지 않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을 받아들이고 보내는 걸 조금씩 더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할 줄 알게 되지 않나.
그래서 그런 것 같다.

김윤하 : 그렇다면 왜 그런 작업을 하나. 왜 노래하나.

조윤석 : 업인 것 같다.
그건 지금 느끼는 것이 아니고, 이미 미선이를 하기 3, 4년 전부터 그랬다.
나는 음악을 해야 하는 사람이고, 그게 내가 어떤 대단한 뮤지션이어서가 아니라 나는 음악을 안 하면 살 수가 없다.
이미 음악을 듣는 걸로 만족을 할 수가 없고, 음악을 만들어 내야 되고, 그래야 성이 차는데. 만들어 내야 된다는 게 사람들에게 들려 줘야 된다는 거고. 그런 거다.
지금은 정말 운이 좋게 내가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음반도 만들 수 있고 공연도 할 수 있는 상황이라 행복한 상황이다. 예전엔 참 절박했지만.
음악은 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욕구 중의 하나다.
본능 중의 하나일 거고.
그러니까 노래를, 음악을 해야만 하는 거다.

장소 : 분당 NHN 본사
진행 : 박준흠(가슴네트워크, www.gase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