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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 웅얼웅얼

[주홍글씨] 기사> 변혁 감독님께 - 욕망은 욕망, 대가는 대가

by soulfree 2004. 11. 16.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는 아니지만 내가 봤던 느낌과 제일 유사한 느낌의 기사...

이 잡지 즐겨보는 잡지는 아닌데...

특히나 누구누구 전상서 라고 쓴 이 코너 가끔 디게 재수없어(^^;;;)하던 꼭지인데...

트렁크씬에 대한 트집잡기(?)가 내 생각이란 좀 비슷해서리... ㅡㅡ;

뭐... 난 원래 예쁜화면 좋아하는 사람인데...

(동사서독 보고나서 도대체!!! 줄거리가 뭐냐고 투덜거리는 애들 앞에서 "아 화면이 예술인데 뭘 더 바래~ 그케 줄거리가 좋으면 줄거리 빡빡한 영화보면 될거아냐!" 하며 동사서독 욕하던 애덜 입을 무력으로 막아버렸던(ㅡㅡ;) 사람이다 난...)

말도 안되고 이상해도 화면예쁘면 다 용서하는 스타일...^^;;;;;

근데... 주홍글씨는 무언가 삐걱삐걱...

화면을 위한 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정을 위한것도 아니고... 스토리를 위한것도 아니고...

조금씩 살짝살짝 걸치긴 한것같은데 무언가 상당히 어정쩡한 느낌을 받았던게 사실...

게다가 재즈와 첼로 사이에 낀(?) 형사라니... 표현이 좀 웃긴데 내 머리에선 딱 저거였지... ㅡㅡ;

내 느낌에... 알록달록함에도 정사 만큼이나 생활공간이 Dry 해 보였었는데 그 공간에서 너무나 '절절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나와서... 뭔가 삐걱거리는 느낌이었지...

이야기엔 빠져들지않고 감정에 동요되지도 않으면서 자꾸 눈에 보이는것들이 나를 투덜투덜거리게 만들었던 영화...

한석규씨가 '강력계'형사라는걸 아는 순간엔... '저 사람... FBI 인가? ㅡㅡ;;;; 강력계 형사가 저렇게 반질반질한 걸을때마다 꼬박꼬박 딱딱 소리나는 구두를 신고 주름하나 없는 잘빠진 수트를 입었넹...' 하는 생각이 들던걸...

뭐... 강력계 형사가 다 장항선 아저씨처럼 후줄근하게 입으라는 법은 없지만... 자꾸 이야기보다 화면속 소품들이 이런식으로 자주 눈에 띄더라...

또... 이은주가 노래부르던 장면은 노래는 참 잘했는데 너무나 긴장한듯이 보이던 이은주의 어깨가 내 눈에 너무 거슬렸달까...^^;;;; (별걸다 거슬려하지~ 난~)

그래도 표창장 받는 장면까지만해도 걍 괜찮네~ 멋지네~ 했었는데...

트렁크씬에선 나도 모르게 '참... 어이없네...' 이런 소리가 나오곤...

그래... 장전된 총이야 버릇처럼 가지고 다닐수 있다쳐...

요즘세상에 부인도 그렇고 다른 형사 동료들도 그렇고 어떻게 핸드폰으로 위치추적도 못하고

표창까지 받은 사람이 총으로 트렁크도 못열고 (게다가 최소한 3발이나 남아있었는데!!!!)...

게다가 옆에서 자살하는 사람도...  못말리다니...

(결국 총소리가 나길래... 어쩌면 한석규가 자살을 말리고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한석규가 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트렁크씬 덕분에 그나마 따라가던 감정들을 다 까먹어 버렸어....

저거 뭐야...? 총알이 남아있었어? 

헛... 저런... 유산?

뭐야... 총알이 아직도 남아있었어? 이러다

"사랑했다면 괜찮은가요?" 어... 글쎄다... 뭐야~ 끝났어?...

이러면서 무언가 어정쩡한 기분으로 영화관을 나왔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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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출처>> 무비위크http://www.movieweek.co.kr/magazine/200411/10/20041110103513420020000020500020502.html

 

 

<주홍글씨> 변혁 감독님께 - 욕망은 욕망, 대가는 대가

 

한석규의 복귀작이라는 것 때문에 많은 기대를 모았던 <주홍글씨>가 개봉하자마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더군요. 그러나 인간의 욕망과 죄와 업보를 다룬 이 영화는 스타일에 대한 과도한 욕망 때문에 오히려 거리감이 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은행잎 노랗게 물든 가을입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면 옷을 몇 겹 껴입어야 할지 잠시 고민하게 될 정도로 쌀쌀해진 계절에 인간의 욕망과 파국을 다룬 감독님의 영화 <주홍글씨>에 대한 글을 쓰려니 낙엽 뒹구는 광장에 부는 스산한 바람 같은 것이 가뜩이나 심란한 마음을 훑고 지나가는군요. 혹시나 제 편지에서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느껴지시더라도 ‘이 인간이 가을 심하게 타는군’하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강력계 반장 기훈(한석규)이 아리아를 흥얼거리며 운전하는 모습을 플라잉 캠으로 잡은 도입부를 보면서, 저는 <주홍글씨>를 대하는 제 입장을 일찌감치 정했습니다. 리얼리티는 찾기 힘든, 그렇지만 스타일은 넘쳐나는 영화일 거라는 입장을요.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왜, <인정사정>을 보다 보면, 강력계 반장 역을 맡은 기주봉이 구두 신은 형사의 정강이를 까면서 “누가 구두 신으래? 구두 신는 새끼는 강력반 자격 없어”라고 호통을 치는 장면이 나오잖습니까? 저는 이 장면을 강력계 형사의 세계를 실감나게 보여 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 <주홍글씨>에 나오는 강력계 형사들의 옷차림은 하나같이 펀드 매니저 같더군요. 강력계 형사의 옷차림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관습과 편견에 불과하고 <경국대전>같은 법전에는 명시된 바가 없기 때문에 <주홍글씨>에 나오는 형사들의 옷차림이 위헌인지 아닌지 여부는 고결하신 헌법재판관들이 판단할 문제겠죠. 그렇지만, 아무튼 저는 스타일리시하지만 리얼하지는 않은 형사들의 옷차림 때문에 <주홍글씨>에 일단 거리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융합

 

저는 기훈과 가희(이은주)가 가희의 집에서 다투던 중에격렬한 정사를 벌이는 장면을 보면서도 스크린과 저와의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가희가 섹스 도중에 “사랑해”라고 울부짖는 것을 보고는 가슴이 아닌 머리로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가희는 기훈을 정말로 사랑하나 보다.’
감독님. <주홍글씨>의 패착은 과욕과 과잉 때문이 아닐까요? 기훈이 모든 것을 다 가지려는 욕심 끝에 파멸을 맞게 되는 과정에서 걷는 길을 감독님의 영화는 그대로 따라갑니다. 영화는 아내 수현(엄지원)과 애인 가희를 동시에 소유하고 사랑하려는 기훈의 가정생활을 보여 주는 한편으로, 살해당한 사진사의 아내이자 용의자인 경희(성현아)에게 의심과 욕정의 눈길을 던지는 기훈의 직장생활을 보여 줍니다. 사진관 살인사건이 “사랑했다면, 사랑했다면 괜찮은가요?”라는 뭔가 있어 보이는 경희의 대사를 통해 기훈의 가정생활에 어떻게든 섞여들려고 시도하지만, 기훈의 이 두 생활이 컵에 담긴 물과 기름처럼 겉돈다는 것이 <주홍글씨>의 문제 중 하나입니다. <주홍글씨>라는 같은 잔에 담겨있다는 것 말고는 접점이 없는 사건 두 개를 깊은 연관이 있는 사건처럼 보여 주려는 욕심으로 인해 <주홍글씨>의 이야기 전개가 꽤나 산만해진 탓이죠.
영화 뒷부분에 20분가량 등장하는 자동차 트렁크 신은 <주홍글씨>를 다룬 글에서는 빠지지 않고 언급되더군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이 장면은 <주홍글씨>가 왜 실패한 영화가 될 수밖에 없는지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배우들의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로 인간의 그릇된 욕망과 그로 인한 파국을 보여 주겠다는 감독님의 욕심은 이해가 되지만, 저는 그 장면 하나를 연출하기 위해서 감독님이 몇 가지 무리수를 둬야 했고 그 무리수 때문에 영화가 많이 망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이 장면의 전개는 이렇습니다. 기훈의 아이를 임신한 가희가 이제 막 표창장을 받은 기훈을 경찰서로 찾아갑니다. 호숫가로 드라이브를 간 두 사람은 장난을 치던 중에 트렁크에 갇히고 맙니다. 트렁크 안에서 가희는 기훈에게 엄청난, 또는 엄청나다고 영화가 주장하는, 비밀을 털어 놓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경찰은 표창장 받으러 갈 때 장전된 권총을 소지하고 가나?’하는 거였습니다. 트렁크에 갇혀서 패닉 상태가 된 인간들이 홧김에 총질을 해대고, 그렇게 해서 생겨난 총알자국을 통해 구원의 햇살이 스며드는 광경은 보기에는 그럴 듯해 보입니다만, 그 장면을 위해서 흉악범 잡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표창장 받으러 가는 경찰이 장전된 권총을 차고 간다는 설정을 해야 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수 아닐까요? 요즘 자동차는 트렁크 안에서도 트렁크를 열 수 있게끔 만들어진다면서 이 설정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인터넷에 몇 편 올라있더군요. 저는 그것도 그렇지만, 총을 쏴서 트렁크를 열지 못한다는 설정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표창장을 받은 강력계 반장, 그것도 마늘 찧듯 머리가 짓이겨져 살해당한 남자의 사건을 해결하려고 열심인 반장이 며칠 동안 연락이 두절됐는데도 경찰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이해가 안 됩니다. 정상적인 경찰이라면 혹시 범인한테 납치돼서 몹쓸 일은 당한 것은 아닐까 하는 노파심에 휴대전화 위치 추적에 나서고 차량 수배하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해서 갑자기 하혈하고 공황상태가 되고 하는 일을 미리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과다하고 모호한 욕망

하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감독님이 <주홍글씨>에서 다루려 했던 것이 혹시 ‘출산’의 어려움에 대한 것 아니었나요?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임신을 했으면서도 출산을 거부하거나 출산을 하지 못하는 식의 설정이 영화 곳곳에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이브가 선악과를 먹는 내용의 <창세기>를 자막으로 보여 주며 시작됩니다. 이브가 선악과를 먹어서 받게 된 형벌 중 하나가 출산의 고통입니다. 경희는 출산의 고통을 회피하겠다는 뜻에서인지 계속해서 중절수술을 받았다는 게 밝혀지고, 어떻게 해서든지 자식을 갖고 싶은 사진사의 욕망은 결국 살인사건으로 이어지고 맙니다. 임신을 한 수현은 기훈과 함께 간 병원의 사람 붐비는 로비에서 직업정신이나 상식하고는 거리가 먼 간호사로부터 “이번에는 중절하지 말고”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자식을 낳아서 소설 <주홍글씨>에 나오는 아이의 이름인 ‘펄’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겠다는 가희의 욕망은 좌절되고 맙니다. 영화는 출산과 그에 따른 고통, 그리고 좌절 같은 것을 줄곧 제시하지만, 정작 그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은 것 같고, 왜 그런 얘기를 반복해서 들려주는지도 밝히지 않습니다. 아, 딱 한 장면은 있군요. 수현과 같이 병원에 간 기훈은 초음파로 찍은 태아의 모습을 보고는 한 마디 합니다. “에이리언 같다.” 그렇게 보면, 파티에 나타난 가희가 수현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던지면서 타고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에이리언>같은 SF영화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분위기가 풍기는 게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주홍글씨>의 영화 속 여인들은 에이리언을 낳게 될까봐 공포에 떨고 있는 걸까요? 궁금하기는 한데 답을 알 길이 없군요.
<주홍글씨>를 화제의 영화로 만들어 준 배우들에 대한 얘기를 빼놓으면 안 되겠죠? 광고계와 영화계를 ‘이중간첩’처럼 오가는 배우 한석규는 <주홍글씨>에서 굉장히 공들인 연기를 보여 줍니다. 그렇지만 <주홍글씨>에서 보이는 한석규 얼굴의 상당 부분은 우리가 이미 본 얼굴들입니다. 예를 들어, 욕실에서 상체를 드러내고 거울을 보며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은 <넘버. 3>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영화의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에게서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없었다는 사실 앞에서, 저는 뛰어난 연기자가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얼굴 개수의 최대치는 어느 정도일까를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한석규의 연기는 열심히 한 연기이고 고민한 흔적이 많은 영화이기는 했지만, 새롭다거나 인상적인 연기는 아니었습니다.
<주홍글씨>의 여자 캐릭터들은 밑도 끝도 없는 캐릭터들이라서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이라 해도 제대로 연기해 내기가 힘들었을 겁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뚱한 얼굴로만 일관하는 쉽지 않은 연기를 보여 준 엄지원이나, 살인을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요부같다는 생각은 도무지 들지 않는 성현아에 비해, 여친과 남친을 동시에 뺏기고는 지하에서 노래 부르며 지상 높은 곳에서 호화스럽게 살아가는 가희를 연기한 이은주의 연기는 그나마 빛을 발하는 편이더군요.
감독님. 인간의 과다한 욕망과 죄와 응보를 다룬 <주홍글씨>를 보고는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스타일에 대한 과다한 욕망은 제대로 된 작품의 출산을 막는 방해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요. 날이 많이 차갑습니다. 감기 조심하십시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윤철희(자유기고가) 200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