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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ter Me/나혼자 웅얼-2016

전철에서?

by soulfree 2016. 10. 8.
그녀(?)가 전철을 타는 순간
'여기가 도쿄인가? ㅡㅡa'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성별을 분간하기 힘든 얼굴인데
한밤에 까만 썬글라스에 현미색(?) 비니를 머리에 쓰고
소녀소녀한 흰색 면 블라우스와 연한 황토색 면치마를 입은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독특한 인상의...
도쿄에서나 종종 봤던 코스프레족(?) 같은 50대 반백발의 여인네 (일단 치마와 블라우스니깐...^^;;;)
한가롭던 빈자리 많은 전철에서 내 맞은편에 앉았다가 한두 정거장이 지난후 굳이
내 옆자리로 이동해왔다.
흰 면장갑을 낀 손에는 묵주가 쥐어져 있었고 묵주알을 돌리고 있었다.
묵주 한알 이동하는 시간이 성모송을 반도 못하는 시간이라 묵주로 기도하는건 아니구나~하는건 알았다.
앉아서 멍~하니 몇정거장을 지났는데
나를 대놓고 흘끔 쳐다보던 그녀가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요새 꽃게가 비싸요?
*그..글쎄요? ^^;;;;;;
제철이라고 하던데 많이 비싸진 않지 않을까요?? ㅡㅡa

물어볼 사람한테 물어야지~
잘 먹지도 않는 게의 가격을 내가 알리가 없는데...
근데 갑자기 훌렁 장갑을 벗어서 손톱의 흔적이 거의 없는 손을 내게 보여주며 이런다.

-내 손이 이런데 게처럼 딱딱한거 먹으면 괜찮아질것 같은데~
칼슘같은게 많이 필요한것 같은데~
*칼슘이나 철분은 멸치랑 깻잎만 많이 먹어도 되지 않나요?
-멸치... 별론데~
근데 전화 한통만 걸어주면 안되요? 우리 딸한테~
*제 핸드폰이 방전되서 꺼졌어요.
-우리 딸이~~ 어쩌고저쩌고~

뭔가... 사람과의 대화에 굶주린 사람처럼
말도 안되는 밑도끝도 없는 얘기를 하기시작하던 찰나
다행히 내가 내려야할 역에 도착했다.
냉큼 잘 가시라는 인사를 하고 내렸다.

휴우...
괜히 무서웠다.
무서워하면서도 말 건다고 넙죽넙죽 잘도 대답해주는 나는 또 뭐니?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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