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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ter Me/나혼자 웅얼-2016

시각장애인 과 안내견

by soulfree 2016. 10. 9.
사방으로 혼잡한 신도림역 지하통로에
시각장애인 청년과 안내견이 있었다.
스무살 남짓 됐을까 싶은 그 청년은
지나는 사람들에게 뭔가 물어보려 머뭇머뭇 하다가
이내 벽에 붙은 플랫폼 안내판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조심스레 다가가 살짝 물어봤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어느 방향으로 가셔야 하나요?"
순간 굉장히 반가운 기색으로 "인천행을 타야 되는데요~" 라는 대답.

TV에서 봤던대로 내 팔을 잡게하고 인천행 플랫폼 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안내해줬더니 이내 고맙다며 성큼성큼 올라갔다.
나도 뒤따라 올라갔다.
플랫폼 계단 앞에는 사람들이 많이 붐벼서 치이기도 하고, 안내견을 보고 흠칫 놀라서 피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보는 내가 자꾸 불안해졌다.

다시 다가가서 아까 안내해드렸던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이 곳이 계단앞이라 많이 혼잡하니까 조금만 이동하시면 어떻겠냐고 묻고, 다시 내 팔을 잡게해서 좀 더 한적한 곳으로 갔다.
물론 그 곳에서도 안내견을 달가와하지 않는 여인 둘이서 깜짝 놀라 살짝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갔다.
이번에 도착하는 차가 마침 인천행이니 이거 타시면 될거라고 얘기해주고 난 옆줄에 섰다.
그 청년은 내가 옆 줄에 선줄은 몰랐겠지.
내 앞에 서있던 여자분은 시각장애인 청년과 안내견을 유심히 쳐다봤다.
그 정도 눈길이면 앞이 보이지 않아도 감으로 느껴졌을 정도로 뚫어지게 바라봤다.
누군가 자신을 그렇게 대놓고 쳐다봤으면 기분나쁘거나 당혹스러울텐데...

내 손에 들려있던 만두 냄새가 안내견의 후각을 엄청 자극했을텐데 이 순하게 생긴 안내견은 코만 연신 벌름거릴뿐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이 청년과 안내견은 순한 인상이 서로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판을 보려고 노력했던 모습이나
두 눈의 눈동자가 빛이 있는 쪽을 똑바로 응시했던걸 보면 아직 시력이 조금 남아있긴 한걸까?
전철 타고 가는 동안 계속 말동무라도 해줄껄 그랬나 싶을만큼 뭔가 불안정한 모습이 신경이 쓰였다.
장애를 얻은지 얼마 안된걸까?
시각장애인 특유의 노련한 움직임도 없고
오히려 안내견이 없었다면 시각장애인인줄 모를 정도로 시선처리도 자연스럽고... 분위기랄까? 이런게 장애인들 특유의 새초롬하거나 주위를 경계하는 그런 긴장감 같은게 없었다.

다행히도 전철안에 친절한 사람들이 많아서 얼마 지나지않아 그 청년에게 자리도 양보해주시고, 앉기를 주저하던 청년을 사람이 많아지면 안내견이 힘들어질수 있으니 앉아서 안내견이 좌석 앞쪽으로 편하게 앉을수 있도록 청년이 앉는게 좋다며 설득도 해주셨다. ^^
청년이 앉자 안내견도 바닥에 편하게 쭉~퍼져 앉았고
사람들은 또 안내견이 편히 앉도록 주변을 피해주셨다.
훈훈한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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