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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 웅얼웅얼

[화양연화,花樣年華,In The Mood For Love]

by soulfree 2018. 11. 11.

Yumeji`s Theme를 듣다가
오래오래전에 써놨던 낙서가 생각나서 찾아보니 여기에 옮겨놓지는 못했군....
그냥 내가 볼라구 옮겨놓는 글. ^^;;;;;;.

하이텔- 2000.10.29 20:46

1.
Yumeji's Theme 라는 첼로연주를 요 며칠동안 잘 듣고있어...
OST가 하도 안보이길래 물었더니만 한정 발매 된 앨범이 적은 수량 수입 됐었는데
이미 동이 났다는군...
다음 달 쯤에 라이센스 발매될 예정이라구 기다리라는 서운한 말들만 하네...
키사스X3 는 따로 쉽게 구할수 있지만...
이 곡은 없더라구...
이 곡... 얼핏 듣기론 일본 영화의 ost에 있던 곡이라 하더군...
그 일본 영화의 제목이 기억나지가 않는게야... 쩝...
'얼핏'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런거지...
필요할 때 중요한건 생각 안나고 곁가지들만 생각 난다는거...

소리바다는 역쉬 멋져~
내가 요 며칠 듣고 있는건... 소리바다에서 다운받은거...
잘 듣고 있어...

2.
[화양연화(花樣年華,In The Mood For Love)]를 보면서 생각했었지...
사람들이 [화양연화]를 설명하면서 왜 자꾸 [아비정전]을 들먹였는지...
저주받은 명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아비정전(阿飛正傳,Days of Being Wild)]처럼
[화양연화]도 두고두고 문득문득 생각치 못한 상황에서 생각이 날거야...
구식 보온통을 보면... 바람에 날리는 붉은 커튼이 보이면...
쿵짝짝 하는 꿀꿀한 분위기의 삼박자 첼로 연주가 들리면...
깃이 높고 타이트한 차이니스 칼라의 치파오를 볼 때면...
현미 아줌마의 진한 아이라인을 볼 때...
아마도 난 우습게도 [화양연화]가 생각날거야...
그 아련하고 안타까운 감정선들이 떠오를거야...

3.
자주 비춰지는 시계
축축하고 끈적여보이는 날씨
말로 못하는 무수한 생각들처럼 풍성하게 피어오르던 담배연기
(정말 저게 한사람이 뿜어대는 담배 연기 일까 싶을 정도로 진짜 자욱~ 했었지)

 

요즘 들어 자주 생각나는말...
말로 하지 않아도 분위기로, 행동으로, 몸의 움직임 하나로 너무나 많은...
말로는 차마 표현 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 말해진다는...
장만옥의 의상... 여기저기서 칭찬이 많았었지...
옷은 어떨까? 

옷에 의해 제약 되어진... 절제 되어진 행동의 폭은?
옷으로도 자신의 의사가... 감정의 표현이 어느 정도는 되지 않을까?
높은 깃, 저 옷을 입으면 대체 보폭이 몇cm일까 싶을 정도로 타이트한 원피스...
기본 디자인은 하나인데 때론 너무 정숙하고, 때론 섹시하고, 때론 도발적으로 보일만큼 화려하기도 한 그 수많은 옷감들...

높은 목깃에 반짝 비쳐보이는 투명심...
그 빛에 더 길어보이는 장만옥의 목선...
표정을 위장할 수 있을 만큼만 살짝 올려 그린, 약간 진한듯한 아이라인...
보여주려는 체면 만큼이나 뒤로 높게 올린 머리...
차마 혼자서도 소리내어 울지 못하고 눈물만 그렁그렁하던 첸부인 장만옥...
장만옥이 저렇게 가늘었던가... 저렇게 목선이 길고 갸날펐을까...
'로즈'이후로 내가 이렇게 장만옥이 애처럽다 느껴진건 첨인것 같아~
'로즈'의 주윤발을 내가 다시 볼 수 없었듯이... 

'로즈'같은 장만옥은 다시 볼수 없으리라 생각했었는데...

 

4.
왕가위 영화의 주인공들은 왜 늘 그런 허한 표정들일까?
[동사서독(東邪西毒,Ashes Of Time)]의 새장의 이미지 같던 양조위 침실의 조명...

쏟아지는 빗속에서 울어대던 막문위
쏟아지는 빗속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울던 장만옥
[아비정전]에서 함께했던 1분을 끝내 기억에서 거두어내지 못하던 장만옥
[화양연화]에선 함께했던 추억일 수 있었던 자신을 슬리퍼를 거둬가더라...

내가 영화 '왓쳐'를 기다리던 이유?
오랜만에 제임스 스페이더를 볼 수 있다는 기쁨...
그처럼 아이같은 얼굴에 세상사 관심없다는듯 나른한 무표정을 자연스레 연기해 낼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 생각한 적이 있었지...

양조위를 보면서 내가 기다리는 제임스 스페이더의 이미지가 겹쳐 보이더군...
엷은 미소 하나에 저렇게 고단한 일상을...
허허로운 맘을 실을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 생각하다가
피식 웃음이 났다.
[아비정전]의 마지막 부분에 한 1분이나 나왔을까?
양아치처럼 한껏 나름대로 멋을 내고 휘파람을 휙휙거리며 머리를 빗던 양조위가 

나이 먹어서는 바람난 부인을 둔 남편이 된건가? 하는 띨한 상상에...
쿠쿠쿠...
정말 멋지게 나이를 먹어가는 배우 양조위...

6.
왕가위는 늘 세상의 끝...
혹은 세상같지 않은 어떤 결계(結界)같은 '장소'에 대한 집착이 있는걸까?
[화양연화]의 앙코르와트, [춘광사설(春光乍洩,HAPPY TOGETHER)]의 이과수 폭포, [동사서독]의 사막...

쿠쿠... 
그러고보니 내가 처음 기억하게된 앙코르와트란...
'아르미안의 네딸들'에서의 식인을 하던 앙코르와트 성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던 이발사의 전설때문일까?
앙코르와트에서 진흙으로 봉인한 곳에서도... 
시간이 흘러서... 아주 나중에라도 바람이 불면 
양조위가 봉인했던 비밀들이 바람결에 들리게 될까?
나중에 나중에... 양조위를 지켜보던 어린 동자승이 늙어서 '옛날에 옛날에~'하면서
꼬맹이들한테 이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
그럼...이 두 사람의 사랑도 
'첸부인과 차우는 둘이 행복하게 살았다는군~'하는 식의 해피엔딩 전설이 되는걸까?


이런 띨~한 상상을 하는 나란 사람은 언제 철이 들까?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