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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웅얼웅얼-S_Free

해안선을 지켜 볼 의무?

by soulfree 2020. 9. 19.

https://news.v.daum.net/v/20200918181847522

[단독] 신발에 정액 넣은 그놈..여대생 성범죄 호소에 법 "재물손괴"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축제가 열리고 있었던 지난해 5월 동국대학교 캠퍼스,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을 나서며 신발장에 있던 신발을 꺼내 신던 A씨는 뭔가 축축한 물체가 발에 닿는 것을 느��

news.v.daum.net

「A씨는 직접적인 범죄뿐만 아니라 피해를 호소하는 자신을 대하는 주변의 반응에서도 큰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범행 피해를 입은 직후 A씨는 학교 학생들만 볼 수 있는 내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피해를 알리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반응은 싸늘했다. 많은 댓글이 '아직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왜 남자에게 범죄자 프레임 씌우냐'며 A씨를 몰아세웠다.

경찰조사가 마무리되고 나서 범죄와 관련된 전반적인 사실이 드러났을 때 A씨는 다시 한번 학생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돌아오는 건 '너한테 한 게 맞아?' '직접적인 피해는 신발 젖은 것밖에 없잖아' 등의 반응이 돌아왔다. A씨는 "정말 남들 다 겪는 일인데 내가 유난 떨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뉴스를 보면서 Q가 생각났다.
이내 또 미안한 감정이, 죄책감 같은 것들이 불쑥 쳐들어 왔다.
내 입으로 말은 안했어도 "남들 다 겪는 일인데 유난이다"라는 행동을 한거나 진배없다.
나름의 핑계로 '공정성'을 운운하며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사고유발자가 모임자체를 비판하거나 문제를 일으킨게 아니니 두 개인이 해결할 문제라고 하면서.

같은 사건을 겪어도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임을 알면서도 추상적이고 막연한 '내 기준'으로 일반화하고,
내가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선 그저 팔짱끼고 훈장질하듯 '객관성'을 운운하며 주둥이질 하는 것을 일 삼고,
입으로는 성폭행, 성추행, 데이트 폭력은 '피해자 입장에서 피해자가 '가해'라고 느낀다면 그것은 가해가 맞다'라고 말하면서도
막상 내 주변에서 저런 피해자의 증언이 나온다면 나 역시 처음엔 들어주는척 하다가 경찰조사 의뢰하고 법적 책임까지 묻겠다고 하면 "남들 다 겪는 일인데 유난이다" 라고 말하고도 남을 사람이 나다.

'적당히''좋은 사람'으로 포장을 즐겨하는 나의 이중성.
머리로는 합리적이고 의로운 사람이고 싶지만
감정적으로 피곤해지면 쉽게 귀찮아하고 내팽겨치는 스타일.

내가 저런일을 당해도 아마 처음엔 부들부들 분노하고 소름끼쳐 하다가도
내가 경찰에 신고를 하고 뭔가 행동해야하는 상황이 오면 '귀찮은데.. 그냥 전화로 안되나?' 이러면서 흐지부지 넘길 사람이다.
그러면서 저런 뉴스를 보면 또 막 분개하겠지.
관람은 피곤하지 않으니까. 덜 귀찮으니까.




"우린 해안선을 지켜 볼 의무가 있는 사람들 이잖아요"
비밀의 숲2를 보면서 가장 움찔했던 대사가 이거였다.
끊어진 해안 안전선을 보면서 '사고가 났을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지나치고
전관예우를 부당하다 생각하면서도 습관처럼 자연스레 '전직'을 찾았던 황시목의 반성처럼
나 역시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인맥, 학연, 배경 등을 처세술 삼아 사는 잘 사람들을 비판하면서도 부러워하고
막상 내게 문제가 생기면 '누구 아는 사람'의 손쉬운 도움을 간절히 바라니까...
나의 귀찮음을 대신 해결해 줄 누군가를 막연히 기다리니까...

이런 내가 의무감을 갖고 '지켜봐야 할 해안선'을 제대로 지켜본 일이 있었을까?
귀찮음을 무릅쓰고 뭔가 작은 행동이라도 해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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