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내가 태어난...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지만...
언젠가부터 마냥마냥 좋을수만은 없었던 계절...
'이 나이에 결혼을 안하는게 정말 가장 큰 불효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거든...
주위에서 결혼이 많은 계절이다보니...
어쩔수가 없이 이런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불편한 계절...
저 말이 내게 가장 비수같은 말이기도 하고...
내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ㅡ.ㅡ) 순식간에 이성을 잃을만큼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말이기도 하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효도하자고 별 생각 없는 결혼을 할 수는 없는거잖아'...
난 늘 이 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가 되는거지...
그래서...
이 노래 처음 들었을때 굉장히 마음이 아팠어.
영화보면서 영화가 아니라 이 노랫말 때문에 혼자 많이 울었었어...
혼자라는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같아...
살아가는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그때도 딱 내 마음이 이랬었거든...
음...
그저께는 우리우리 말썽꾸러기 꼬맹이로만 있을것 같았던 청주 이모님의 장남 섭이가 결혼을 했고
다다음주엔 자기 언니보다 내가 좋다며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전주 고모님의 막내 연정이가 결혼을 한단다.
(그 꼬맹이들이 벌써!!!!! @.@)
나의 오랜 버팀과 끈질긴 설득(ㅡㅡ;)의 결과로 이제는 "너 편한대로 살아라, 내가 젊었을때 너처럼 사는 방법이 있는줄 알았으면 나도 결혼 안했을거다" 라고 하시는 어마마마 이시지만...
여전히 가끔씩 뜬금없이 결혼에 대한 미련을 내비치시곤 하시니까...
친척들의 결혼소식이 들려오면 안그런척 하면서도 부모님의 눈치부터 살피곤하지...
.......... 왜... 이래야 할까?
'국경의 밤' 앨범 듣고있다가 이 노래가 나오는데 또 '나 진짜 죄인인가?' 하고 있다...
받지도 못할 축의금 축내고 있는 이 불쌍한 내가!!!!! 왜 죄인이 되는걸까?...ㅡㅜ
난 나름 잘 살고 있는데...
씩씩하게 즐겁게 혼자 힘으로 잘 살고 있는데...
내 주위엔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는데...
이 정도면 나도 내 삶에 꽤 만족하면서 열심히 사는데...
나름 범생이의 길을 고수했던지라 부모님 크게 속 썩인 일도 없는데...
부모님을 크게 부끄럽게 해드린적 없었고
대학 다닐땐 장학금도 탔었고
대학 다닌 이후로 부모님께 손 벌린적 없었고,
졸업 전시회 할때도 내 힘으로 알바한 돈으로 했고
졸업하고는 알아서 내가 하고싶었던 일 찾아서 취직도 잘 했었고
동생이랑 오빠 결혼 할때도 도움 줄만큼 줬었고
미국에 간 오빠 대신 집안 대소사에 장남 몫까지 한다고 해왔고...
오마마마, 아바마마 환갑때도 통장 잔고 빡빡 긁어서 최선을 다해 남부끄럽지 않을만큼 해드렸고...
크게 성공은 안했어도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 편인데...
내가 생각했을때 결혼 안한다고 버틴거 말고는 부모님께 크게 잘못한 일이 없는데
왜! 내가! 이렇게 '결혼'앞에서는 죄인같은 마음이 되어야할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걸까...?
난 이렇게 나름대로 참 열심히 잘 살았다고 생각하는데도
언제나 이유를 불문하고 '결혼 안한 자식은 부모의 평생 짐' 이라는 말이 나올때면
억울하기도 했고...
죄송하기도 했고...
내 나름대로는 당당하지만...
잘못한게 없어도 단지 '혼자'라는 이유로 부모님께는 늘 '죄인'이라는 낙인 찍힌것 같은 기분...
참... 기분 드럽게 나쁘면서도 아직도 이렇게 찔리는건...
나 '효녀병'인가? ㅡㅡ;;;;;
효녀 될 생각은 전혀 없으면서 왜 자꾸 스스로 내 마음만 할퀴는건지...
노랫말은 실연의 아픔을 말하는데도
난 저 후렴구의 가사만 자꾸 가슴에 맺힌다. ㅡ..ㅡ
(이것도 병이지 싶다. ㅡㅡ;;;;)
이젠 창문 열어놓고 자면 혼날만큼 서늘해진 밤 공기...
창문 열어놓고 오리털 이불 둘둘 말고 자는 요즘
음악듣기엔 더할나위 없이 참 좋은 시간들...
루시드 폴의 '국경의 밤' 음반을 들으면
내 마음 어딘가에 나도 모를 구멍이 숭숭 뚫려서
서늘한 바람들이 지나다닌다...
내 눈 어딘가에 나도 모를 우물들이 마구마구 생겨서
무방비 상태로 눈물을 후두둑 떨궈낸다....
'사랑을 놓치다'라는 영화에서 김연우씨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처음 들었었지만
솔직히 김연우씨가 부른 노래들은 참 좋아하지만 음색을 별로 안 좋아하는지라... ㅡ.ㅡ;;;
이 노래도 조윤석씨의 목소리로 부른게 더 좋다.
담담하게 넋두리 하는듯한 목소릴 듣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가슴이 서늘...해지는 느낌이랄까...
어쩜 이런 노랫말들을 풀어내는 걸까...
어쩜 이런 멜로디들을 만들어낸 걸까...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덧문을 아무리 닫아 보아도 흐려진 눈 앞이 시리도록 날리는 기억들...
어느샌가 아물어 버린...
고백에 덧난 그 겨울의 추억
아...
힘겹게 사랑한 기억
이제는 뒤돌아 갔으니...
바람은 또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내 맘에 덧댄 바람에 창 닫아 보아도
흐려진 두 눈이 모질게 시리도록 떠나가지 않은 그대...
혼자라는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같아...
살아가는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혼자라는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살아가는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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