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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 취향나름

[박용우] 햇살 아래서도 웃지 않는 그 남자

by soulfree 2008. 4. 1.
[올가미]에서 처음 봤을때 '남자가 저렇게 해사하게 웃을수도 있네~'하면서 웃는 얼굴이 좋아서 좋아하기 시작했던 배우인데 [혈의 누]에서 보여줬던 그 절절한 눈빛에 한번 더 반했더랬지...^^


<뷰티풀 선데이>박용우-햇살 아래서도 웃지 않는 그 남자
http://www.movieweek.co.kr/article/article.html?aid=6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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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우는 요즘 아프다.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사랑이 현재진행형이어서는 아니다. <뷰티풀 선데이>가 남긴 일종의 후유증 때문이다. ‘죽일 놈의 사랑’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지독한 사랑. 그 사랑 때문에 파멸을 자초하는 강 형사를 연기하며 박용우는 끝을 알 수 없는 절절함을 맛보았다.
따뜻한 남자가 변했다. 입에서는 욕설이 나오고 퇴폐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항상 단정하게 차려입었던 그가 걸친 옷은 남루하기 그지없다. 오죽하면 저럴까. 얼마나 사랑을 하면 저렇게 변하는 걸까.

사랑이 사람을 변하게 만들었다. 사랑이 박용우를 변하게 만들었다.
피를 부르는 지독한 사랑 이야기 <뷰티풀 선데이>에서 박용우는 음울하기 짝이 없는 강 형사를 연기하며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박용우’라는 이미지를 철저하게 파괴한다.
“따뜻한 영화를 좋아했어요. 휴머니스트적인 부분이 있어서요. 그러나 사람이 늘 꿈만 좇으면 현실을 바라볼 수 없잖아요. <뷰티풀 선데이>는 사랑의 현실적인 문제를 건드리는 영화예요. 현실을 건드리면 아프겠죠. 그렇지만 여러 번 건드리면 상처처럼 내성이 생기지 않을까요.” 사랑이라는 ‘현실’을 이야기한다는 것. 그 점에 끌려 박용우는 <뷰티풀 선데이>를 선택했다.

그동안 사랑을 이야기한 영화는 많았지만 사랑이 낳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이야기한 영화는 거의 없지 않던가.
그 점 때문에 <뷰티풀 선데이>는 어떤 면에서 어려운 영화다. 박용우가 연기하는 강 형사는 사랑하는 아내가 식물인간이 되자 마약조직과 결탁한다. 치료비를 얻기 위해서 마약을 훔치고 태연히 거짓말을 하며 폭력도 서슴지 않고 휘두른다.

정말이지 나쁜 남자다.
흥미로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그의 사랑을 신파극의 그것마냥 미화하지도, 그렇다고 어둡다고 비난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관객들은 뚜렷하게 권선징악이 드러나는 영화를 좋아하죠. 그런데 <뷰티풀 선데이>에는 그런 권선징악적인 틀이 없어요. 새로운 지향점을 개척하는 영화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평소 종종 했는데 <뷰티풀 선데이>가 바로 그런 영화였어요. 그래서 선택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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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아직 뜨거운 맛을 보지 못해서인지” 박용우는 여전히 흥행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 예전부터 뜻대로 풀린 영화가 없었던 탓이다. 기대한 작품은 오히려 흥행이 별로였다. 그러나 모두가 말렸던 작품, 예를 들면 <달콤, 살벌한 연인>은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경험을 통해 박용우는 일종의 교훈을 얻었다. 흥행에 대한 감보다는 배우로서의 감을 믿는 것이 낫다는 것을 말이다. “

<뷰티풀 선데이>에 거는 기대는 내적인 부분이에요.
제 나름대로는 (예전과 다른) 연기 스타일에 도전했다고 생각해요. 그에 대한 평가를 기대하고 있어요.”
예상 밖으로 현실의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아닌 영화가 남긴 후유증이다. “요새 사랑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뷰티풀 선데이>를 하면서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프고 무겁고 힘들어지고…. 다음 작품이 로맨틱 코미디였으면 할 정도예요. 따뜻하게 사랑을 연기하기 싶어요. 요즘 힘들어요, 정말.”

13년 전 방송국 공채로 연기에 입문한 뒤, 줄곧 그를 달리게 한 힘은 연기에 대한 욕심이었다. 연기에 대한 불안. 한 캐릭터에 머물고 싶지 않다는 그 불안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욕심을 품게 했고, 그 결과 지금의 배우 박용우가 있게 됐다.

수십 편의 필모그래피에서 그는 관객이 눈치 채진 않았더라도 꾸준히 변신을 시도해 왔다.
<뷰티풀 선데이>는 그런 변신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말랑말랑하고 둥글둥글한 느낌이 덜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깊어져야 하지 않을까, 요즘 고민하고 있어요. 저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야 연기자로 오래갈 거라고도 생각하고요. 지금 바람은…. 얼핏 이야기했지만 조금만 더 나이 먹었으면 하는 것. 전보다 더 익은 것 같기는 한데. 조금 더 익었으면 해요.

그 말에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묘한 표정을 입가에 머금고 있는 박용우가 보인다. 오후의 따스한 햇살 아래서 그 남자의 모습이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