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_ど) Empathy43

오래 닫아둔 창 몇해전... 장-기-간의 저조기가 있어서 집에만 들어오면 방콕하며 지내던 시절... 가끔씩 들락거리던 시들을 모아놓은 사이트에 들어가 뒤적거리다 마침 그때의 내 상태 같았던 '오래 닫아 둔'이란 제목에 끌려 무심코 클릭을 했었지 방도 때로는 무덤이어서 사람이 들어가 세월을 죽여 미라를 만든다 방도 때로는 무덤이어서 내 생애 다시오지 않을 이 귀한 시간들을 나도 모르게 미이라로 만든다는 저 말들이 직역해서 읽고 받아들인 그대로 마음에 푹 꽂혔었다. 그랬다. 그 때는 내 방이 마치 진공상태의 무덤같았다. 내 방에 틀어박혀 있으면 시간도 사람도 느낄수 없는... 나는 무존재같았다. 바깥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빛들을 풍경 구경하듯 구경하는 구경꾼 같았다. 귀신같았다. 조심스럽게 방문을 두드리며 내 이름을 .. 2010. 3. 30.
첫째와 고양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고양이에 대해 갖고 있는 인상을 설명하자면, 독립적이다, 도도하다, 사람 말을 안듣는다, 영물이다, 눈이 무섭다, 정도일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외로운 게 싫다며 애완동물을 들인다고 할 때 고양이를 주로 추천하는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주인을 사랑해 마지않는 충성스러운 개들은 일 때문에 하루 종일 바쁜 주인을 기다리며 혼자 집에 있다 보면 우울증까지 걸린다지 않는가. 그에 비해 고양이는 혼자서도 외로움 안 타고 알아서 잘 노니까 혼자 키우기에는 고양이가 딱이라고,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입을 모은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본다. 제 앞가림 알아서 잘 하고 집도 혼자 잘 본다며 어른들께 이쁨 받던 첫째는 허울 좋은 어른들의 칭찬이 지나가고 나면, 그 칭찬을 지키기 위해 혼자 조용히 어린.. 2009. 4. 14.
잊혀진 천사 어른들은 대체 무얼 보고 있기에 저리도 심각한 것일까? 그 무슨 세속적인 구경거리에 그토록 절박하게 붙잡혀 있기에 그들은 오직 하나뿐인 중요한 것을. 잊혀지고 무시당하고 버림받는 저 어린 천사를 보지 못하는 것일까? 뒤에서 기다리는 천사에게 등을 돌린 채 우리는 몇번이나 어리석은 즐거움을 찾아 무작정 달려가기만 했던가? 미셀 투르니에 「뒷모습」중 '잊혀진 천사' 전문 내게서 잊혀진건 무얼까... 내게서 버림받은건 뭘까... 내가... 까맣게 잊고 있는건 무얼까... 이상해. 요새는 그냥 집어들어서 뒤적거리는 책마다 마음에 맺히네... 이미 다 읽었던 책인데... 벌써 여러번 뒤적거리며 봤던 내용들인데 왜 새삼 이렇게 맺히는걸까... 2009. 3. 8.
자유에 대하여 그대들이 성문 앞에서 그리고 보금자리에 꿇어 엎드려 자유에 경배하는 것을 나는 보았다. 죽이려고 하는 폭군 앞에서 비굴하게 경의를 표하는 노예들처럼. 사원의 숲에서 그리고 요새의 그늘에서 그대들 중 가장 자유로운 이가 자유를 멍에처럼 걸치고, 수갑처럼 차고 있는 것을 나는 보았다. 내 가슴은 내 안에서 피를 흘렸다. 자유에 대한 욕망이 그대들에게 몸을 구속하는 마구가 될 때, 자유가 목적이자 성취처럼 말하지 않을 때만 비로소 그대들은 자유로울수 있기에. 그대들은 실로 자유로워지리라. 근심없는 낮이나 욕망도 슬픔도 없는 밤이 아니라, 이 모든 것들이 그대들의 삶을 포위할지라도 그것들을 극복하고 훌훌 벗어 던졌을 때에. 깨달음의 새벽에 한낮의 시간을 묶었던 사슬들을 끊지 않는다면 그대들이 어떻게 낮과 밤을 .. 2009. 3. 2.
회수할 수 없는 실언들 닭털베개 이명산 시인 이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짓은 남을 중상모략 하는 일이다. 성경 십계명에서는 살인만큼이나 중한 범죄로 취급하고 있다. [거짓 증거 하지 말라 - You shall not bear false witness. 마태복음 19:18] 남을 실력으로 대결할 수 없을 때, 시기 질투심으로 그런 비겁한 짓을 하게 된다. 아무리 결백이 입증된다 해도 일단 피해를 본 사람의 상처는 영원히 가시지 않는다. 특히 친한 친구로부터 받은 배신은 그 상처가 너무 크다. 평생을 형제처럼 친하게 사귀던 두 사람이 있었다. 어떤 이권이 개입된 사건에서 상대방을 해치기 위하여 한 친구가 중상모략을 했고 그 중상모략을 받은 친구는 크게 실패하여 재기불능의 어려움을 당했다. 그런 상태로 세월이 흐르고 피해자는 병이 들.. 2009. 2. 19.
부끄러워서... "거기서 무얼하고 계세요?" 술이 가득 든 병 한 무더기와 빈 병 한 무더기를 앞에 쌓아 두고 말없이 앉아 있는 술꾼을 본 어린 왕자가 물었다. "술을 마시고 있단다." 침통한 기색으로 술꾼이 대답했다. "술은 왜 마시나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잊으려고 마시지." 술꾼이 대답했다. "무얼 잊으려고요?" 술꾼에 대해 측은한 마음이 든 어린 왕자가 물었다.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서." 술꾼은 고개를 푹 숙이며 털어놓았다. "뭐가 부끄러운데요?" 어린 왕자는 그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었다. "술을 마시는 것이 부끄러워 그렇단다." 술꾼은 말을 맺더니 완전히 침묵속으로 잠겨 버렸다. 어린 왕자는 당황해하며 그곳을 떠났다. '어른들은 정말이지 너무 너무 이상해.' 어린 왕자는 그런 생각을 하며 여행을 계속했다.. 2008. 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