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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ど) Empathy

오래 닫아둔 창

by soulfree 2010. 3. 30.


몇해전...
장-기-간의 저조기가 있어서 집에만 들어오면 방콕하며 지내던 시절...
가끔씩 들락거리던 시들을 모아놓은 사이트에  들어가 뒤적거리다
마침 그때의 내 상태 같았던 '오래 닫아 둔'이란 제목에 끌려 무심코 클릭을 했었지

 방도 때로는 무덤이어서 사람이 들어가 세월을 죽여 미라를 만든다

방도 때로는 무덤이어서 내 생애 다시오지 않을 이 귀한 시간들을 나도 모르게 미이라로 만든다는 저 말들이
직역해서 읽고 받아들인 그대로 마음에 푹 꽂혔었다.
그랬다.
그 때는 내 방이 마치 진공상태의 무덤같았다.
내 방에 틀어박혀 있으면
시간도 사람도 느낄수 없는... 나는 무존재같았다.
바깥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빛들을 풍경 구경하듯 구경하는 구경꾼 같았다. 귀신같았다.
조심스럽게 방문을 두드리며 내 이름을 부르는 걱정어린 목소리도
가끔씩 울리는 핸드폰 소리도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소음'처럼 내 귓가를 슁슁 지나칠 뿐이었다.
그저 습관처럼 몸에 밴 책임감 같은것들 때문에 바깥활동은 넋놓고 하는 수준이었고
나의 사생활이란 거의 무생물 같았었다. 내 머릿속엔 아무것도 없었던것 같다.
그땐 그랬었다.
... 그렇게 지냈던 시간들이 있었다.

며칠전
까맣게 잊고 지냈던 저 말들이
새로 구입한 시집에서 또다시 읽혀졌고
또다시 '아... 여기가 또 시간의 무덤이 되려는건가?' 하게됐다.
저 말들 덕분에
저 말들이 가슴에 박혔던 시간의 기억 덕분에
몇주째 스물스물 결계를 치며 안으로 안으로 숨어들던 나... 퍼뜩 정신을 차리게 됐다.

고마워요.
나의 과거.
그리고 이 시를 쓴 분.


오래 닫아둔 창

                                                         신용목

방도 때로는 무덤이어서 사람이 들어가 세월을 죽여 미라를 만든다.

골목을 세워 혼자 누운 방
아침 해가 건너편 벽에 창문만 한 포스터를 붙여놓았다 환한 저 사각의 무늬를 건너

세상을 안내하겠다는 것인가 아이들 뛰는 소리 웃음 소리 아득히 노는 소리 그러나

오로지 그녀를 통과하면서 나는 어른이 되었다
그녀의 몸에 남은 지문에 검거되어 영원한 유배지에서 다시 부모가 되어야 한다

몇 번의 바람이 문을 두드리고 지나갔지만
햇살이 방바닥을 타고 다시 창을 빠져나갈 때까지, 나는 일어나질 못했다.
언제나 건널 수 없는 곳으로 열려 있는 추억처럼

어떠한 발굴도 뒤늦은 일인 것을

낮에 뜨는 흰 달이 모든 무덤을 지고 망각을 향해 건너가는 캄캄한 세상의 내부에서

언제쯤 내가 만든 미라가 발견될지 모른다

창문 너무 불타는 가을 산
그 계곡과 계곡 사이에 솥을 걸고 싶다 바람의 솥 안에 눈송이처럼 그득한 밥을 나의 잠은 다 비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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