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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듣고 웅얼웅얼

가요> 혁오 / 와리가리 (Comes And Goes)

by soulfree 2018. 3. 13.

낼 모레 도쿄를 가려고 여권을 챙기고 보니, 일본에서 입출국시 붙이는 스티커를 붙여줄 공간이 없다.
이런이런...

익숙하니 또 무뎌지네요.
흘러간 장면이 펼쳐지네요.
다시 그 순간을 마주한대도
그땐 또 지금 같진 않겠지...

And we play comes and goes
'cause we did this when we were child before
and we play comes and goes
'cause big boys still play the game all the time

복면가왕 '테리우스'의 2라운드 무대 - 와리가리 http://tv.naver.com/v/2843645

1.

2015년 여름
일에서 도망치듯(?) 여름 휴가를 무작정 해외로 가야겠다 결심하고
급히 항공권과 호텔을 알아보고, 당장 예약 가능한걸로 닥치는 대로 예약하고 결제해버렸었다.

해외에 있다는 핑계를 대서라도 
적어도 일주일간은 나를 불러내지도, 전화도 맘대로 걸지도 못하게 해야겠다는 생각 뿐...
그때 교토-오사카의 날씨가 33-37도를 오간다는걸
여권 만료일이 채 한 달도 남아 있지 않았다는걸
미처 생각도 못해봤었다.

항공권을 결제하고 보니 여권 만료일이 한 달도 남지 않아서
부랴부랴 사진 찍고, 여권을 재발급 받으러 구청에 갔을 때
새 여권의 사증란을 24P로 할건지 48P 로 할건지 체크하는 칸에서 미련없이 24P를 체크했었다.

그땐...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사표를 낸 상태였기 때문에
앞으로 해외에 나갈 일이 별로 없을거라고..,
여행을 간다 해도 자동 출입국으로 왔다갔다 할거고,
내가 앞으로 비자 받는 나라에 갈 일은 거의 없을 테니까
이 정도면 도장 찍을 공간이 충분하다 생각했었다.

근데 오늘... 빈 페이지가 남아있지 않은 여권을 확인하고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시간이 참 빠르구나
그때 악몽같았던 일을 함께 했던 이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다시 그 순간을 마주한대도 그땐 또 지금 같진 않겠지."

응.

그럼그럼...

일에 미련이 남아 잡는다고 잡히는 나나
몇번씩 나가겠다던 나를 굳이굳이 붙잡았던 회사나
그냥 고액 알바 한다 생각하고 있을 만큼 있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같이 나가서 독립하자는 동료나...
다들 이렇게 흘러흘러 사는걸까...

Familiarity is a common sense
I feel like Im not here anymore

그냥 다들 안고선 살고 있더라고...

 

2.

잠적을 해버려야겠다! 라고 생각해서
무작정 갔던 교토에서 극한의 더위(내 기준에선...ㅠㅠ)를 경험하면서 "이건 쌩지옥 이야!!!!" 이러고 다녔었는데
그때 들었었던 내 플레이 리스트에 이 '와리가리'가 있었다.

정말... 그때 땡볕에 비 오듯 땀을 흘리며 '내가 미쳤지~ 이 더위에~' 이러면서도 오르막길을 올라 청수사를 갔었던 생각을 하면 아직도 무섭다. ㅋㅋㅋㅋ
같이 갔던 친구와 청수사에서 내려오는길에 카페에 피신해서 쉬면서 이랬었다

"우리, 일 피해서 쉬러 왔는데 왜 극기훈련을 하는 기분이지? ㅠㅠ"
"우리, 다시는! 한여름에는! 오사카 근처에도 오지 않는걸로~ 약속!!"

어쨌든... 그때 교토며, 오사카며 돌아다니면서 들었던 '와리가리' 노랫말 하나하나가 내겐 이렇게 들렸었다.

아마 그럴 줄은 알았는데
(내가 사표 낼줄 알았으니까...)
이젠 좀 잔잔하다 했었는데 (당장 일을 때려치고 싶은 마음이)
뒤도 돌아보지 않아
(어쨌든 난 이제 그 일에서 손을 뗄테니까)

그런 마음을 낮추지 마요
저기 (일의 끝이) 다가온다 기대했는데
또 한 편 언젠가는 (내 마음이 이 일에서) 떠나갈걸
이젠 슬쩍 봐도 알아

이런 멋진 노래도 그 당시 내 마음속에선 저렇게 받아들여지고, 저렇게 해석이 되고... 그랬지.
어차피 나란 사람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해석하고 싶어하는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싶은대로 받아들이니까...
저 노랫말 하나하나가 저렇게 내 식대로 해석되어 마음에 콕콕 박혔던 반면,
이 곡의 생기발랄한, 리드미컬한 리듬 하나하나는 내 기분을 전환 시켜주는데에 큰 힘이 되었었지.

훗...

원래 난 무한도전을 거의 안보는 편인데
조카들이 드디어 '2015년도 무도 가요제'를 한다며 열심히 보는데 
채널 돌리려다 윤상도 거기에 나오길래(^^;) 옆에서 그냥 같이 봤었다.

거기서 처음 보고 알게 되었던 혁오의 노래를 듣고~ 홀딱 반한지 얼마 안되서
땡볕의 교토를 돌아다니며 '와리가리'를 듣고 저러고 있었다는거지. ㅋㅋ

 

3.

비이버 사전에 '와리가리'의 뜻을 찾아보았다.

와리가리 :
왔다리 갔다리의 약자 

1. 왔다 갔다 한다
2. 차나 오토바이 주행중 핸들을 좌우로 마구 흔들어 좌우로 왔다리 갔다리 휘청거림

와리가리:
고전게임 '파이널 파이트'의 일종의 버그로,
적을 향해 주먹을 2번 날리고, 뒤로 돌아 주먹을 1번 날리는 것을 반복하며, 적의 반격을 받지 않고 적을 쓰러트리는 기술.


오호!!!! @.@
일종의 버그일 망정
'적의 반격을 받지 않고 적을 쓰러트리는 기술' 이라는건 좀 부럽다. @.@
나도 와리가리 기술을 장착하고 싶어.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