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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 웅얼웅얼

[그날,바다] 왜?

by soulfree 2018. 4. 11.

1.

왜?
왜 그렇게?
왜 꼭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라는 의문이 강하게 남는다.

이 의문의 답은 언제쯤 알 수 있게 될까?
답을 쫓다보면 결국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이유일 것 같기도 한데...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이렇게까지 항적과 사고시간을 조작, 은폐하려 했다면
분노를 넘어 허탈해질것 같기도 하다.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다. 
적극 추천!

2.

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선박자동식별장치

AIS가 아스키코드 로 되어있다는데서 괜히 혼자 빵 터짐. ㅡㅡ
아스키코드와 유니코드, 모르스코드 는
그냥 알아두면 뜻하지 않을때 큰 힘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
(그래도 난 기계어가 무서움. ㅡㅡ;;;;; 바이너리디지트, 어셈블러, 컴파일러... 명사만 기억난다능...)

감정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그리 어렵지 않은 과학적 상식으로 접근해서, 
근거 자료를 토대로 결과에 이르는 것들을 유추해내는 과정이 좋았다.

어떤 사고든 사실 근거 확인이 가장 기본 아닌가?
왜, 어떻게, 어떤이유로 이 사고가 발생했는지 사실관계가 명확해져야
판단도 감정도 명확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세월호'라는 단어만 들어도 그냥 슬퍼질 정도로 감정적이게 된 사고를
감정을 배제하고 사고원인과 시간, 장소 만을 파고들어서,
기본에 충실해서,
그래서 좋았다.


3.
아무리 큰 재난이었어도
뒤늦게 구조 활동이라도, 시신 수습이라도 상식적인 속도와 체계로 진행이 되었었다면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꽤 많은 사람들 기억에 마음에 죄책감으로 남지 않았을거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는 다른 참사와 좀 달랐다.
배의 침몰과정을 생중계로 보다시피 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안타까워하는 것 말고는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는... 그런 과정을 TV로 보면서 함께 겪었고
설마 저렇게 큰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 구조가 안되겠어? 싶던게
진짜로 구조가 안 되고, 시신 수습도 안되는 안타까운 장면들을 생생하게 목격했기 때문에...
그래서 집단적인 충격도 컸고, 분노도 커졌고, 슬픔도 커졌고, 죄책감도 커졌다고 생각한다.

웬만한 큰 사고도 
길어야 2달이면 지쳐하고, 지겨워하고, 잊혀지는게 당연시 되는게
우리나라 대중들의 기억력인데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416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이들이 많은건 다 이유가 있는거다.

난 아직도 영화를 안봤지만 많은 사람들은 분개했던 개, 돼지 발언이 그냥 나온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대중들은 정말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아무리 충격적인 큰 사건도 금방 잊어버리고 싶어하고, 실제로 잊는다.
어떤 문제가 발생해서 그 문제해결에 매달리면 그만하란다. 적당히 하란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그냥 2-3달 지나면 지겹다고 그만하라는 소리를 자연스레한다.
피해자들에게 피해자 가족들에게 
그거 아니어도 내 삶이 피곤하고 지치니까 그만 포기하라는, 잊고 편히 살라는 말을 아무 거리낌없이 한다.
그 사고의 당사자였어도, 유족이었어도 그런 말이 나올까?

세월호 유족들이 유난스럽다고?
전혀 집요하지 않고, 평소 집착이나 뒤끝이 없는 사람도
그런 사고를 당하고 나면 끝까지 결과를 보고자 하는 사람이 되더라.
내게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죽은 지인이 있고
군 복무중 총기사고로... 이른바 군 의문사 로 처리된... 그런 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이웃이 있었다.
그 사고 후 그들의 가족들이 겪은 고통은, 그 고통으로 인해 그 가족들이 무너지는 모습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죽은 아들이 저승이라도 편하게 가게 하고 싶으시다며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사고의 진상규명에 매달리셨었다.
10년 넘는 세월을 생계도 포기하시고 매달리셔서 비록 형편은 어려워졌고
진상규명을 한다해서 늦게 얻은 귀한 외아들이 죽은 사실이 변하는것도 아니었지만
아들의 죽음이 비관자살로 위장되는걸 막아내서 마음이 편하다고, 여한이 없다 하셨었다.

다른 참사의 유족들이라고 다를까?
그들이라고 힘든 기억 다 잊고 포기하고 잠잠히 있으신걸까?
그들이 세월호 유족들에 비해 대중적 관심을 덜 받은 만큼 이슈화 되지 않았을 뿐
다른 사고사의 유족들 마음도 같을거라 생각한다.
그들도 제대로 된 사고 진상규명을 해보고 싶고, 가해자(혹은 가해기관)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와 위안을 받고 싶을거다.

지겹다고 하지말고, 그만하라 하지말고
이런 어이없는 참사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더 이상은 생기지 않게 
사고가 나더라도 사고 원인규명이 제대로 되도록
집요하게 끈질기게 시스템을 하나하나 고쳐나가자고 해야 옳지 않을까?


4.
용산 CGV
영화를 기다리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김지영 감독, 김어준, 엣나인의 마케팅 담당자가 들어와 짤막한 인사와 영화소개를 했다.
내가 본 회차가 첫 유료관객의 관람이었단다.
만석이 아닌 관람석이 괜히 미안해졌다.

손익분기점을 넘어,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을 끝까지 할 수 있을만큼

4.16단원장학재단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만큼

흥행이 되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