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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보고 웅얼웅얼

[인터뷰 대한민국 2018] 미투, 생존자들의 목소리

by soulfree 2018. 6. 3.

지금은 2018년도...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은밀하게 듣던 익숙한(ㅜㅜ) 학교에서의 학원에서의 성희롱, 성폭행 얘기들을 딸뻘의 학생들 입에서 또다시 듣는 기분은...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아.
그 성폭행, 성평등 등 관련의 국제순위는 아직도 압도적으로 하위인 나라인게...
마치 나 같은 기성세대들의 무관심과  게으름의 결과 같아서...
나의 무관심과 귀차니즘도  이런 사태에 보탬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다.
저 인터뷰자들에게, 많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당신들의 사연이 가슴아프고, 피해자들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된 의견들에 지지를 보낼순 있지만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행동들을 실질적으로 옮기기엔... 귀찮아요, 쉽지 않아요'로 대처하는 나의 일상이 무척 부끄러워졌다.
얼굴도 모르는 피해자들에게, 그들의 가족들에게 몹시 미안해지는 기분이다.

이제 중고등 학생이 된 나의 조카들과 가끔씩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에 대해 얘기를 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어쩔수 없이 스스로 자신을 잘 보호해야한다, 스스로 현명하게 잘 대처하는 수 밖에 없다 라고 얘기를 하면서... 그게 참 무기력하게 느껴졌었다.
어른들이 미안해, 아직도 이런 사회라서 미안하다 라고 얘기하는 어른인게 참 한심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나 같은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내 주변을 챙기는 정도, 내 주변을 도와주는 정도가 다인지라...

그러고보니... 얼마전에도 동생과 조카들과 외출하는 길에 어쩌다 성폭력 얘기가 나와서 한참 이런 저런 얘기를 했었었다.

🐥맞아요! 어딜가나 또라이들 있기 마련이죠!
제가 알아서 잘 피할게요. 저도 말 조심 행동조심 할게요.

🐸그래. 그랬으면 좋겠다.
근데 이런 성폭력은 믿기 힘들겠지만 피해사례의 50%이상이 다 지인, 가족, 친족이 가해자래.
그렇다고 네 주변사람들을 다 의심하라는건 아니지만
'혹시,설마'라는게 사람 뒤통수를 치는법이니까... 아는 사람이라고 막 방심하고 그러지는 않는게 좋아.

🐥진짜요???

🐸슬프지만 그렇다네.
본인 스스로 조심하고 본인 몸을 스스로 잘 지키는게 최선인것 같아.
내가 조심해도 상대방이 나쁜맘을 먹으면 그것까진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그럴땐 무조건 일단 도망쳐.
방귀를 뀌든, 트림을 하든, 침이나 콧물을 흘리든 좀 더럽더라도 그 나쁜마음을 어이없게 하는 방법이 젤 좋다고 하더라만...
여하튼 유사시에 잘 대처해.^^
그리고 누군가 좋아하거나 사귀거나 할 때도 의사표현은 분명히 하는게 좋아.
싫다, 좋다가 불분명하면 상대방이 오해하고 너희들에게 어떤 애정표현을 막무가내로 할 수도 있으니까~
너희도 상대방한테 꼭 의사를 확인하고!
어깨 정도야~ 키스 정도야~ 하고 그냥 넘기지마.
본인이 좋아서 스스로 하는것과 억지로 당하는건 정말 엄청엄청 다른거야.

🐥에~ 억지로 하면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이잖아요. 그 정도는 저희도 알아요.

🐸아는거랑 실전이랑 다르니까 실전에서 잘 판단 하라는거지.
성폭력 가해자라고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은 몰라서 그런 짓을 했겠니?
머리로는 알아도 막상 현실 생활에선 아는걸 실천하는게 더 힘든일이니까 현명하게 잘 판단하라는거야.
달리기도 네가 운동하고 싶어서 기분좋게 달리는거랑 벌 받느라 땡볕에 운동장 도는거랑 다르잖아.
연애하는 친구들 있으면 친구들한테 이런 잔소리들 좀 하고~^^

🐥걔네들 연애사에 왜 제가 참견을??

🐸 통계수치 얘기했잖아.
요새 데이트폭력도 장난 아닌거 알지?
입 밖으로 나온 통계가 저정도면 사람들이 숨기고 말하지 않은 피해는 아마 10%이상 더 많지 않을까?
자꾸 남일이라고 창피하다고 쉬쉬하니까 몇십년이 지나도록 이 모양이잖아.
나부터, 너희 주변부터 자꾸 얘기해서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을 고치도록 해줘야지.

🐸이모 지인은 초등생때 성인 친척에게 성폭행을 당할뻔 했었는데 자기가 잠이 깨서 어리둥절해하니까 후다닥 몸을 떼더란다.
그땐 그게 뭔지도 몰랐었는데도 자기 옷이 헤쳐져있는것도 그렇고 소름끼치는 기분이어서 그 후로 그 친척을 무섭다며 피해다녔었대.
중학생이 되고 성교육을 받다 그때 무슨일이 있었던건지 깨달아서 엄마한테 얘기했더니 내 지인을 탓하시더란다.
그런 얘기는 흉이니까 다시는 입밖에도 꺼내지 말라고 하시더란다.

🐥에~~? 진짜요???

🐸그래. 그땐 사회가 또 그런 분위기였어.
아주 보수적인 분들은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어.
근데 그건 너희가 들어도 아닌거같지??
만약 너희가 그런 일이 있어서 누구한테 얘기했는데 저 엄마처럼 반응해주면 어떨것 같아?

🐥완전 멘붕

🐸 이모 지인도 그런 얘길 하더라.
본인이 당했던 성추행보다 엄마의 그 얘기가 더 큰 충격이었다고, 엄마가 자기보고 몸 간수도 못했다고 탓하는게, 자기를 부끄러워하는게 더 큰 상처였대.
엄마의 그 말들이 너무 상처가 되서
오래오래 엄마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
나이를 먹고나니 엄마의 생활환경이나 사고방식에선 그럴수도 있었겠다 라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래도 울면서 그 날의 일을 얘기하던 본인에게 엄마가 내뱉으셨던 말들은 어떻게해도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더라.
너희도 혹시 누군가 피해자의 얘기를 듣게되면 잘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잘 다독여주고 병원가자고 해.
그리고 꼭 관련단체에 가서 도움을 받으라고 해.
너희가 당황스러우면 엄마 아빠든 이모한테든 도움을 청해.
너희가 도움을 청해주면 적어도 우리가 어른 노릇은 해줄 수 있겠구나~싶어서 무척 뿌듯할거야.


이런 얘기들이 조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싶지만 그래도 이런 대화를 종종 하는편이다.
자꾸 이런 얘기를 하다보면 생각이 자리잡고 최소한의 상식으로 자리잡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최소한 어떤 상황이 닥쳤을때 자연스레 이런 대화들이 생각나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우리 조카들이 내 나이쯤 됐을 땐
이런 미투 운동이 없기를
지금과 달리 몇십년전엔 이런게 사회적 이슈였지...하면서 추억팔이용 기사가 되어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