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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ど) Empathy

부끄러워서...

by soulfree 2008.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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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무얼하고 계세요?"

술이 가득 든 병 한 무더기와 빈 병 한 무더기를 앞에 쌓아 두고 말없이 앉아 있는 술꾼을 본 어린 왕자가 물었다.

"술을 마시고 있단다."

침통한 기색으로 술꾼이 대답했다.

"술은 왜 마시나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잊으려고 마시지."

술꾼이 대답했다.

"무얼 잊으려고요?"

술꾼에 대해 측은한 마음이 든 어린 왕자가 물었다.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서."

술꾼은 고개를 푹 숙이며 털어놓았다.

"뭐가 부끄러운데요?"

어린 왕자는 그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었다.

"술을 마시는 것이 부끄러워 그렇단다."

술꾼은 말을 맺더니 완전히 침묵속으로 잠겨 버렸다.

어린 왕자는 당황해하며 그곳을 떠났다.

'어른들은 정말이지 너무 너무 이상해.'

어린 왕자는 그런 생각을 하며 여행을 계속했다.

나는...
나는 뭐가 부끄러워서 술을 마시는걸까...
뭐가 부끄러워서 자꾸 알면서도 숨기려고 하는걸까...


예전에... 어릴적에...
내가 어린 왕자를 처음 읽을적에 누군가가 내게 그랬다.
어린 왕자를 해마다 한번씩 읽어보라고...

"왜요?"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달라질거야.
아마 가슴에 와 닿는것도 다를거고...
지금은 아아~하며 눈을 읽을 속속들이 가슴으로 이해하며 내가 지금 같은 책을 읽고 있는건가? 할만큼 달라질지도 몰라.
같은 내용을 읽으면서도 아마 가슴 저미는 날도 올지도 모르지."

그땐 저 말이 그저 흥미로웠을 뿐이었다.
정말 그럴까? 하는 기분도 있었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겐 저 말이 어떤 주문이었는지...
정말 내게도 어린 왕자가 그렇게 다가올 날이 있을지 확인해보고 싶었는지...
해마다는 아니어도 2-3년에 한번씩은 꼭 어린왕자를 뒤적거리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로 저 말처럼 읽을때마다 달라지는 어린 왕자를 느끼고 있다.

'아... 이게 이런 내용이었을까?...'

아는 만큼 이해한다고 했던가?
겪은 만큼 느낀다고 했던가?

어제, 오늘...
또 어린 왕자를 읽으면서 마음이 아릿아릿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이 책을 처음 읽던 시절의 철의 여인 무쇠 심장 이라던 나는 어디로 간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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