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V보고 웅얼웅얼

[바람의 화원] 눈물이 주루루룩

by soulfree 2008. 10. 5.
수목 드라마의 전쟁.
베토벤 바이러스와 바람의 화원
장르 또한 음악과 미술
이러니 내가 고민 할 수 밖에...^^;;;;
둘의 공통점? 자기 재능을 모르는 천재와 천재를 알아보는 천재...
지음(知音)을 연상케하는 그들 사이에 미묘히 흐르는 교감
가르치는 자의 시샘어린 감탄의 시선과 자신의 재능에 눈떠가는 자의 행복과 고마움
부러움, 공감, 감탄, 시샘, 자학...
베토벤 바이러스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콕콕
바람의 화원은 화폭 하나하나에 감탄
두개 다 보고싶지만 어쩔수없이 하나는 본방사수, 하나는 녹화나 재방이나 다운로드의 길을... ㅡ..ㅡ;;;

오늘 바람의 화원을 재방으로 봤다.
어린 제자 신윤복과 가르치는 능력도 탁월한 스승 김홍도가 합작으로 군선도를 그리는 장면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나도 모르게 질투심이 화르륵...
좋겠다....
저런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은 진짜 좋겠다
나도 저런 그림을 그려봤으면...
나도 저런 스승을 만나 가르침을 받아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저런건 대체 어떤 기분일까?
저렇게 무아지경으로 그림을 그리는 마음은 대체 어떤 마음일까?
부러움일지 뭔지 모를 감정이... 드라마를 보는 내 눈에 눈물이... 자꾸만 맺혔다.

드라마가 끝나고 이 이상한 나의 상태에 당황한다.
가보지 못했던 길에 대한 아쉬움이라 해도 좋고...
뒤늦은 욕심이라 해도 좋고...
머리도 마음도 시끄러운 요즘의 나의 진짜 욕심은
그저... '그림을 그리고 싶다' 였을까?

그림이라...
지금이라도 종이 사서 화구 사서 그리면 그만이지.
그림으로 밥 벌어 먹자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리고 싶은거라면 그냥 그리면 그만인건데도
실행없이 게으름 부리면서 무작정 그리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
왜 그림에 대한건 자꾸 이런 모순된 마음이 드는걸까?...

대체 왜 이렇게 욕심도 질투도 없이 사냐며
왜 그렇게 매사에 모두 만족을 하느냐는 타박을 듣는 내가
유일하게 이런 격한(?) 감정 반응을 일으키는게... 그림인가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이러는 내가 너무 이상해...

캔버스  들고가는 사람들만 봐도 여전히 질투가 화르륵~하는 나는... 대체 어디가 꼬여있는걸까...

그림 그리고 싶으면 그리면 되잖아?
훗...
왜 내가 내 스스로 어이없는 욕심을 부린다고 해대는지 내가 잘 알지...
그냥 그리고 싶어서 그리는게 아니라... 그냥 그려도 '잘'그리고 싶은거잖아...
재능은 없어도 보는 눈은 있어서 내 그림은 내 눈에 차지 않을 그림이 될 거라는걸 알잖아...
내가 이렇게 선뜻 연필은 못 잡으면서도 그림 그리는 사람들만 보면 괜히 마음이 부글부글 거리는게 바로 그런 이유잖아.
아니야?
왜... 이런 욕심은 버려지지 않는걸까? ㅡ.ㅡ;;;;
쩝...

난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니라 제품 디자이너야...
10년도 넘게 난 디자이너였잖아...
여태 만족해하며 좋아하는 일 하며 잘 살아왔잖아...
근데 왜 새삼 이러는걸까...
이 몇글자 안되는 직함 명칭에... 왜 이렇게 새삼새삼 목마르는 느낌이지?
아라레~가 회사 때려치고 뒤늦게 유학길에 올랐을때 마음이 이랬을까?
아라레가 유학갈때 대책없이 무모하다며 만류하던 내가
왜 이제서야 그 간절했을 마음이 떠오르고 이해가 되는걸까...

'바람의 화원'이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걸까?

그들은 나의 안정됨을 부러워하는데
나는 그들이 그렇게 원없이 배우고 그림 그리는 용기를 이렇게 부러워해.
남에게 손 빌리는건 죽어도 못하는 나란 인간은 죽었다 깨어나도 백수는 못할거면서
강마에 말처럼 이기적이지 못해서 내 생각만 하는건 절대 못하는 인간이면서
이런 부질없는 욕심들이 가끔 내게도 이렇게 부글부글...

사람은 어째서 내 손에 있는건 하찮게 여기며 가지지 못한것만 열망하게 되는건지...
사람의 욕심이란...

'베토벤 바이러스'는 마음을 찔리면서도 보고
'바람의 화원'은 내 어이없는 욕심을 자책하며 보고...
왜 나는 TV드라마 보면서도 나를 괴롭히는지... ㅡㅡ;;;
역시... 자학의 시기가 도래했나보다.
흑...


바람의 화원
채널/시간 SBS 수,목 저녁 9시 55분
출연진 박신양(김홍도), 문근영(신윤복), 류승룡(김조년), 배수빈(정조), 김응수(장벽수)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