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전날 점심을 먹다가 어쩌다 시(詩) 얘기가 나왔었지...
처음엔 어떤 얘기부터 시작되었는지 기억도 나지않지만 얘기가 흘러 안도현씨의 연어 얘기가 나오고 나는 또 그 연탄 얘기가 나오고...
그러다 또 도종환 시인의 얘기도 나오고 하는데
아마도 그때쯤 [애정결핍여인네1] 이 그랬던것 같다.
"도종환씨 사인 받아다드릴까요? 저희 엄마랑 친한데..."
"응??? 아! 어머니가 시인이시라고 했지?"
"엄마 팬을 늘리는 차원에서 책한권 갔다드릴까요? ^^"
"그래그래!!! 넘 좋아!!!
참! 충청도면... 혹시 이철수 아저씨는 엄마랑 안 친하신감? 왜 그... 판화가..."
"아! 그 분도 모임에 나오신다는것 같던데~"
"정말!!!!!! 진짜????? 나 그 아저씨 팬이거덩~~~
그 분 사인도 어케 안될까?????"
"쿠쿠쿠... 엄마한테 물어보고~ 가능하면~^^"
"진짜진짜??? "
저리해서 오늘 [애정결핍여인네1] 어머니의 친필사인이 있는 시집을 한권 선물 받았다.
책 앞머리의 시인소개를 보니 등단하신지 벌써 10년이 넘으셨네... 오오오...
시인의 프로필 사진을 보며 [애정결핍여인네1]가 어머니를 많이 닮았구나... 하면서 그냥 무심코 책장을 한장한장 넘겼는데...
너무나 솔직한... 군더더기없이 표현해내신 마음들에 울컥...
시집 중간중간에 있는 그 분의 시들이 마치 우리 엄마의 마음이셨을듯한 착각...
우리 엄마도 이러셨을텐데 하는 생각을 안할수가 없는 것들이어서 눈물이 또 왈칵 맺히더라...
불행히도(ㅡㅜ) 내가 이 시집을 펼쳐보던곳이 하필이면 퇴근길 전철속...
황급히 문쪽으로 가서 문에 바싹 기대어서는 눈을 있는대로 크게 뜨고 꾸욱꾸욱~
자제를 해볼 사이도 없이 내 눈에 가득 맺혀버렸던 눈물들을 어떻게든 안 떨어뜨려보려고 또 나 혼자만의 쌩~쑈~를 했다.
어떤 시는 장정일씨의 긴 산문시처럼 한편의 디테일한 단편영화를 보는듯하고
어떤 시는 노희경씨의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속 독백같기도 하고
어쩜 이러니...
어쩜 이런 글을 이리 쓰셨니...
[애정결핍여인네1]은 엄마 시 보면서 어땠을까...
혼자 속으로 삭히시는 엄마들을 둔 사람들은 모르고 지나가겠지만
이렇게 담백하게 절절한 속내를 드러내신 어머니를 둔 [애정결핍여인네1]은 어머니 글 읽으면서 맘 많이 아팠겠다...
꽤나 울었겠다...
이렇게 소소한 일상을 놓치지않고 다른눈으로 보시고 표현하시는 어머니가 계시니
[애정결핍여인네1]은 참 행복했겠구나...
훌쩍이며 시집 한권을 홀랑 다 읽고나니
문득... 이 시인이 나고 자라고 사신 곳이자
[애정결핍여인네1]의 고향인 충북 보은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드누나...
다음 여행은 충북으로 떠나볼까나...
p.s.
나는 오래전...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한 지인이 모 잡지에 고정칼럼으로 쓴 어떤 글을 보고 경악(ㅡㅡ;;;)까지는 아니어도 참 기가막혀 했었었지.
일상이야기를 담담히 쓴 수필이었는데... 그건 수필이 아니라 '사기'같았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닌데 글 속에 등장하는 그 사람은 자신을 마치 신사임당의 현신같은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자신이 자기자신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어느정도 자신의 치부를 살짝 가리거나 비켜가고 싶어하는건 사람의 본능이라 해도... 픽션이 아닌데... 말 그대로 논픽션 장르의 글인데 내용도 논픽션이어야 하는거 아니었나?
내가 읽은 그 수필은 치부를 살짝 비켜가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독자가 원하는 기대에 원없이 부응할만큼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해서 모든이들의 이상형을 적어놨던것이었다.
그때 이후로 문인이라는 사람들에 대해 어느정도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되었고
수필이나 시를 읽고 그 글을 쓴 사람도 그러할거라고 상상하던 버릇은 거의 그만두다시피했지만...
이런 시집을 읽고나면...
정말 어쩔수없이 그 시인을 또 내 맘대로 상상하게되고... 팬이 되어버린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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