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4
너는 누구냐
그러나 문 밖에 와서 문을 두드리며
문을 열라고 외치니
나를 찾는 일심이 아니고
또 내가 너를 도무지 모른다고 한들
나는 차마 그대로 내어버려 둘 수는 없어서
문을 열어 주려하나
문은 안으로만 고리가 걸린 것이 아니라
밖으로도 너는 모르게 잠겨있으니
안 에서만 열어주면 무엇을 하느냐
너는 누구기에
구태여 닫힌 문 앞에 탄생 하였느냐
(내가 보기 편하려고 임의로 행 나누기와 띄어쓰기를 함. ^^;;;;)
+
내가 이상 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해 준...
내가 이상을 단숨에 좋아하게 했던 시.
중학교 예비 소집일 이었던가?
쌀쌀한 날씨, 꽁꽁 언 운동장 바닥에서
눈 속에 반쯤 파뭍혀 있던 손바닥만한 시집을 주웠었다.
시 라고 해봐야 10개 남짓 있는,
시 보다는 예쁜 요정 그림같은게 더 중요한 포인트 였던, 그런 팬시 문구 상품속에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저 시가 들어 있었다.
'닫힌 문 앞에서 탄생'한게 무엇이었을까?
그 당시에... 신부님을 지나치게 좋아하던 친구들을 보면 저 싯귀가 생각나곤 했었다. ^^
그리고 이런 시도 있었지. ^^
이런 시
역사(役事)를 하노라고 땅을 파다가 커다란 돌을 하나 끄집어내놓고 보니 도무지 어디선가 본 듯한 생각이 들게 모양이 생겼는데 목도(木徒)들이 그것을 메고 나가더니 어디다 갖다 버리고 온 모양이길래 쫓아나가 보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큰 길가더라.
그 날 밤에 한 소나기하였으니 필시 그돌이 깨끗이 씻겼을 터인데 그 이튿날 가 보니 변괴(變傀)로다, 간데 온데 없더라. 어떤 돌이 와서 그 돌을 업어 갔을까. 나는 참 이런 처량한 생각에서 아래와 같은 작문을 지었도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 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어떤 돌이 내 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 것만 같아서 이런 시는 그만 찢어버리고 싶더라.
내가 이 시에서 가장 강렬하게(?) 받아들인게
아마도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줄 알면서도 ~ 내내 어여쁘소서" 싯귀였겠지만...
어쨌든 이 시에 홀딱 반했더랬다.
어떤 돌이 와서 그 돌을 업어갔을까 라니...
저 촌스러운 직진 고백이라니...
내내 어여쁘소서 라니!!!! ㅜㅜ
글자 그대로 시를 받아들이던 중1~2 시절의 내게 이상의 시 만큼 매력적인 시는 드물었었지.
여중생들이 더러 그러듯이 아마도 나 역시 요절한 천재들에 대함 동경 같은게 있었나보다.
뭐... 나 역시 30살 이상의 내 모습을 상상하기도 힘들었을 뿐더러... 난 천재가 아니어도 '어른'이 된다는 자체가 뭔가 끔찍한 기분이어서
'어른'이 되기전에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꽤 많이 했던것도 같다.
뭐... 여하튼....
저 시 들을 좋아한 덕분에
중 1때 부터 친구들에게 카드나 편지를 보낼때 '내내 어여쁘소서" 라는 말을 많이 쓰기도 했었지....
고등학교땐 3년 내내 학생증에 저 이상의 사진을 증명사진 사이즈로 그려서 붙여서 다니기도 했었고
이 사진을 그리고 "데미안"의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구절을 적어 책상 유리 사이에 끼워놓기도 했었지...
오늘
알라딘 중고서적에 갔는데
익숙한 이상의 사진이 벽면에 붙어 있어서
나도 모르게 깜빡 시간 여행을 했더랬다.
모모도 보고
네버앤딩 스토리도 보고...
또
루이제 린저, 박인환, 릴케, 전혜린, 카프카, 김소월, 이상, 포스터 등등
내가 중고등학생 시절에 동경했던
요절한 천재들의 작품과 전기들을 찾아보고는
혼자 피식피식 웃었더랬다.
난 그들이 산 시간보다 적어도 10년은 더 살았는데~~ 메롱(?)
이러면서...
한편으론 몹시 아쉬울 때가 많다.
그들이 30대를 맞이하고 4~50대를 맞이해선 또 어떤 작품들을 쏟아냈을까 생각하면...ㅠㅠ
'(* ̄. ̄)a 취향나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민현] 얼굴이 내 타입 (3) | 2017.11.16 |
---|---|
핀에어 순록 (0) | 2017.11.09 |
커피잔 (0) | 2017.09.01 |
[김연아] 김연아 선수의 코스튬 인형도 나와라!!!! (0) | 2017.07.19 |
[고 신해철] 신해철 거리 & Crom's archive!!! (0) | 2017.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