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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좀보고 웅얼웅얼

[책]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by soulfree 2006. 10. 28.

올리고 싶었었는데 자판두드리기 귀찮아서 예전에 올렸던 이걸 찾아내고야 말았다는...^^;;;
집념의 박진주!!!! ^^
이 책... 참 예쁘다...
지난 화요일 '긴급출동 SOS'를 보면서 이 책이 떠올랐었다.
1급장애를 가진 언니를 동생처럼 챙겨주고 돌봐주고 언니의 장애가 창피하지않다고... 언니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얘기하던 꼬맹이들이 참 예뻤고... 대견했고... 그 부모가 참 대단해 보였다.

내게는 불빛이 없는 깜깜한 밤에,
가끔 울보가 되는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나도 어두움 밤에 침대에 누워 손가락으로 귀를 막아보면,
선반 위의 시계 소리도, 거실의 텔레비전 소리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
집밖의 도로를 내달리던 자동차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온 세상이 텅 빈것 같은 기분입니다.
내 동생이 매일같이 느끼는 기분도 이런 것일까요?

"내 동생이 매일같이 느끼는 기분도 이런 것일까요?..."
매일매일 온세상이 텅 빈것같은 기분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꼭 이런 프로그램을 볼때마다... 이런 책을 볼때마다... 아차!하는 느낌이다...
참 새삼스럽다...
지난 '긴급출동 SOS'에서 나왔던... 저 위의 대견한 사례와 정반대되는...
단지 다운증후군이었을뿐인데 26년동안 갇혀서... 부모로부터 숨겨져서 살아온 장애인의 이야기가 참... 할 말 없게 만들었다.
단지 부모의 '무지'때문에 라는 식이었지만... 그 이유로는 그 분노가 삭여지질않았다.
'무지'가 단지 몰라서일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자식을 보면서도 그렇게 가둬놓고 방치한 부모의 잔인함에... 그저 인간의 잔인함은 혈육을 저렇게 만들수도 생각에 멍~할뿐이었다.
신체장애가 아닌데도 26살의 나이에 극심한 영양실조로 기형적이고 앙상한 5~6세의 몸을 가진 그 장애인을 보면서 그저 기막힐 따름이었다.
'무지'한 부모라도 장애아를 창피해하고 숨기지않고 자연스럽게 그저 '장애가 있을뿐인' 아이를 사회속에서 별일아니라는듯이 키울수있는 그런 상식들이 지배하는 사회가 오기를...
장애인을 '장애'인이 아니라 장애'인'으로 보게 되고 받아들이게 되는 사회가 되기를 빌어본다...
나부터도...

작성일: 2000-04-17 12:53

영풍문고에 갔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서 읽다가 덥썩 사버린 책.
참 예쁜(?) 이야기...
그림과 함께 올릴 수 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J.W. 피터슨 지음 ( 원제 : I have a sister - my sister is deaf )

내게는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그애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아이랍니다.
내 동생 같은 아이는 정말 드물 거예요.


내 동생은 피아노도 칠 줄 압니다.
손가락으로 전해지는 소리를 느끼는 거지요.
하지만 피아노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지는 못합니다.
그 예쁜 피아노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 동생은 친구들과 춤을 추고, 일렬로 서서 행진놀이도 합니다.
그애는 구르고, 뛰고, 재주넘는 것을 좋아하지요.
놀이터에 있는 사다리를 오르는 데도 선수랍니다.
나는 동생과 사다리를 오르다가 서로 눈길이 마주쳤습니다.
내가 "조심해!"라고 소리를 쳐도, 내 동생은 듣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애는 사다리에 다리를 걸친채 몸을 흔들면서
나를 볼 수 있지요.
그애는 즐겁게 웃어대면서 내 다리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내 동생이 학교에 다니기 전, 아주 어릴적에
그 애는 집에서 말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매일 엄마와 함깨 마루에 앉아서,
구두상자 속애 넣어둔 장난감을 갖고 놀았지요.
엄마는 말했습니다. "이건 공이란다. 이건 강아지, 그리고 이게 책이야."
나는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와 동생 곁에 앉았습니다.
내 동생은 장난감 상자에 손을 집어넣고는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공...이야"
하지만 내 귀에는 '겅'으로 들렸습니다.
"그건 공이야."하고 내가 엄마처럼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그애는 그저 끄덕이며 웃기만 했지요.
다시 한번 힘겹게 "공...이야"라고 말했지만,
내 귀에는 여전히 '겅'으로 들릴 뿐이었습니다.


내 동생은 지금 학교에 다닙니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아직도 집에서 동생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쳐 주십니다.
입술이 움직이는 모양을 보고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는 방법도 알려 주시지요.
선생님과 친구들은 내 동생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합니다.
오늘은 동생의 같은반 친구들이 내게 말했습니다.
"언니 동생이 오늘 '파랑새'라고 말했어!"
하지만 그것은 예전부터 동생이 할 수 있었던 말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나처럼 내 동생과 오래 살지 않았기 때문에,
동생의 정확한 말씨가 몹시도 신기했나 봅니다.


나는 내 동생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습니다.
동생도 내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요.
물론 말을 천천히 하고 입술을 크게 움직여야 하지만.
그런데 내 동생은 내가 말하고 있을때 손가락이나 입술만 보는게 아니었습니다.
어제 나는 엄마의 커다란 검은색 색안경을 쓰고 놀았는데,
내 말을 듣고 있던 동생은 그 색안경을 벗기려고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내 눈이 그애의 갈색 눈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소꿉장난을 그만하고 밖에 나가서 공놀이를 하자고 말했을까요?
엄마가 그만 들어와서 저녁밥을 먹으라고 나를 부르실 때에도,
내 눈은 "들어가기 싫어요!"라고 말하고 있을까요?


내게는 내 말을 잘 알아듣는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잘 듣지는 못합니다.
어젯밤 내가, "내 잠옷이 어디 있지?"라고 물었더니,
그애는 부엌으로 달려가 자몽을 양손 가득 들고 왔습니다.
(원본에는 pajamas를 bananas로 알아들었다고 나와있음)
내 친구들은 내 동생에 대해 가끔 이렇게 묻습니다.
"귀가 안들리면 아프지 않아?"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귀가 아픈건 아니야. 하지만 사람들이 자기를 이해하지 못할 때에는
마음이 아주 아플거야."
내 여동생은 자기가 느끼는 것을 항상 말로 표현하지는 못합니다.
손가락으로 말하는 수화를 할 줄 알지만,
어떤 때는 그것도 별 소용이 없나 봅니다.
하지만 내 동생이 기쁘거나 슬플 때, 아니면 화가 났을 때
그애는 얼굴 표정으로, 또는 어깨를 들썩이며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많은 것들을 표현할 수 있답니다.


나는 내 친구들에게 말합니다.
내 동생은 가까운 곳에서 개가 짖고 있다는 것을 알고,
또 그 소리를 싫어할 줄도 안다고 말입니다.
우리집 고양이가 야옹거리는 것도 느낄 수 있답니다.
고양이가 그애의 무릎 위에 앉아 있을 때 말이지요.
그리고 라디오가 켜져 있는 것도 알아 냅니다.
물론 라디오를 손으로 만져보고 아는 거지요.


하지만 내 동생은 전화벨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합니다.
문 밖에서 누군가가 아무리 노크를 해도, 동생은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쓰레기를 가져가는 청소차가 온 날은 온 동네에 다 들리도록 종을 치지만,
내 동생은 그 소리도 들을 수 없습니다.


내게는 불빛이 없는 깜깜한 밤에,
가끔 울보가 되는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나도 어두움 밤에 침대에 누워 손가락으로 귀를 막아보면,
선반 위의 시계 소리도, 거실의 텔레비전 소리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
집밖의 도로를 내달리던 자동차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온 세상이 텅 빈것 같은 기분입니다.
내 동생이 매일같이 느끼는 기분도 이런 것일까요?


내게는 나뭇가지가 창문을 때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그애는 내가 창가에 걸어놓은 작은 종이 바람에 흔들리며 나는
예쁜 소리도 듣지 못할겁니다.
하지만 사나운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는
천둥이 아무리 무섭게 내리치고 바람이 아무리 요란하게 불어도,
내 귀여운 동생은 새근새근 잘도 잡니다.
나만 혼자 무서워서 뜬눈으로 밤을 새지요.


내 친구들이 "너 동생 있니?"하고 물을 때, 나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소리를 꺼놓은 채 텔레비전을 보는 동생이 있다고,
자장가 없이 인형을 재우는 예쁜 여동생이 있다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내게는 손가락으로, 혹은 쉰듯한 목소리로 조용히 말하는
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씩은 큰 소리로 외치기도 하지요.
엄마는 그럴 때마다 이웃사람에게 폐가 된다고 동생을 타이르십니다.


나는 동생을 부를 때 발로 바닥을 구르거나,
먼 발치에서 몸을 크게 흔들어 보입니다.
곁으로 다가가서 그애의 팔을 만질 때도 있습니다.
그애는 내가 발 구르는 소리를 느낄 수 있고,
또 만지는 것도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아니면 곁눈으로 내가 팔을 흔드는 것도 볼 수 있지요.
하지만 애가 그애 뒤로 다가가서 아무리 큰 소리로 이름을 불러도,
동생은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내게는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런 동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