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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 취향나름

해철옹의 '나 같은' 팬들

by soulfree 2024. 10. 20.

난 아직도 해철옹의 아카이브에 안가고 있다.
신군의 집 근처에 신해철 거리가 있다는걸 알면서도
핑계삼아 분당쪽에 놀러갈 생각조차 안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방점은 '못'이 아니라 '안'하고 있는 것.

왜냐면...
왜 . 냐 . 면....
이상하게도 난... 음...
이렇게 표현하는게 맞을까 싶은데... 시간이 흐를수록 해철옹의 죽음을 떠올리고싶어하지 않는달까? 인지거부 같은걸 하고싶어한달까?

돌아가시고 몇년은 추모공연 소식이나 헌정앨범이나 아카이브 설립 같은 소식들에 감사한 마음이었고 동참하고 싶어했는데
언젠가부턴 해철옹의 노래를 한 두곡 듣다보면   자동으로 눈물 줄줄 상태가 된다.
시간, 장소의 구애도 받지않고
자율신경계의 하나인것처럼 의지와 상관없이 정확하게 눈물이 반응을 한다.
더 곤란한건 해철옹 때문에 시작된 눈물은 쉽게  멈춰지지도 않는다.



2주전 지방 친척집에서 갔다가 자고오게 됐는데
자기전에 TV나 보고 잘까 싶어서 틀었다가
해철옹의 다큐를 보게됐다.
당연히 해철옹 이름 석자만으로 또 눈물 줄줄 상태가 되어 젖은 머리를 닦던 수건을 눈밑에 대고, 갑자기 친척분이 잘 자라고 인사하러 오실까봐 방문도 걸어잠그고
그렇게 울면서 다큐를 시청했고, 눈의 붓기를 빼려고 잠도 못잤었다.

그 다큐속에서
해철옹의 노랫말에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고, 공감어린 조언을 들었다고,
해철옹의 노래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엇나갈수 있었던 나를 정신차리게 하고 네 몫을 삶을 살고 견뎌내라는 충고를 들은것 같다고,
내가 좀 더 나 답게 열심히 살게해줬다고,
해철옹의 노래가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수호천사처럼 좋은 형처럼 친구처럼 내 곁을 지켜줬다고,
그들이 고백하는 그 얘기들이... 다 내 얘기였다.



끅끅 울면서 TV를 보는 와중에도 나 같은 이유로 해철옹의 묘를 아직 못가봤다는 분들이 등장해서 한편으론 안심도 했었다.

혼자있을때야 내가 울거나 말거나 상관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해철옹 노래 때문에,  혹은 해철옹 때문에 눈물을 흘리게되는건 원치 않아.
그건 싫다.

보통은 다른 사람이 있을때 눈물이 고이면 '그냥 눈물이 나네?' 이러고 말텐데

'해철옹 생각에 갑자기 눈물이 나네?'
이건 하기 싫은걸까?

"어쨌든 나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살아남았기 때문에 음악을 한다. 음악을 해서 살아남은지도 모르겠다. 다만 팬들에게 말하고 싶다. 있을 때 잘 하라고. 나는 여러분의 곁에 영원히 있지 못할 것이기에..."

해철옹이 돌아가시기전 몇 년 동안은
여러모로 힘든 시간들을 보내시다 이제 좀 괜찮아 지시려나? 싶을때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어서...  "있을 때 잘 하라"라던 말이 내내 가시처럼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블랙리스트,
넥스트 멤버들로 인한 팬들과의 마찰,
학원광고 등등

이딴게 뭐라고...
이딴게 다 뭐라고...
ㅠㅠ

그때 해철옹을 비난했던
혀로 텍스트로 독화살을 쏘던 그분들은
해철옹의 비보를 전해듣고 어땠을지, 지금은 어떤 마음일지 궁금해질때가 있다.

+뱀발+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은메달을 따며 은퇴했고
세월호 참사
판교에서 추락사고
경주에서 붕괴사고
레이디스코드 교통사고
헬기 추락사고  등등
유독 어린친구들이 많이 죽었던 해
갑질 정점 땅콩회항 사건까지 있던 해
그해 슈퍼스타K 에서 서태지가 해철옹의 쾌유를 빌었고 곽진언이 서태지의 소격동을 불렀었던
그 20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