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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웅얼웅얼-Q

죽음에 대한 생각

by q8393 2018. 8. 17.

엊그제밤에는 또 다시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너무 괴로웠다.
자주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어제 문득 깨달은 것은 내가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늘 장수가 꿈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래서 내가 장수 할지는 알 수 없고..
현실적으로 체력조건이나, 성격이나, 유전인자나 등등으로 볼때 확률이 높지 않다.
그러면... 특별한 사고나 질병이 아닐지라도 앞으로 내가 살날이 지금까지 살아온것보다 더 적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30년 좀 더 남았을지 알 수 없다. 길다고 한들...

물론 그렇게 따지면... 엄마아빠나 가까운 가족은..
이 생각까지 하면 정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내가 죽음에 대해 더 뭔가 조급해하는 이유는...
세월이 너무 빨리 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의 십년이 너무 눈깜짝할 새였는데, 한국에 와서 5년은 그보다도 2배속이 더 빠르다고 느꼈다.
난 이제 한 2년쯤 된것 같은데 5년이란다...
그러니 이런 속도라면, 10년은 정말 금방, 그렇게 3번이면 노인이다.

보통 젊은 사람들은 오래살고 싶다는 말을 잘하지 않는데, 그러다가도 노인이 되면 달라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난 아직도, 내 마음은 젊은데, 내가 벌써 이 나이 이기 때문인듯 하다.
물리적인 육체와 정신이 일치하지 않는다.
여전히 가고 싶은 곳도 많고 해보고 싶은것도 많고, 삶을 즐기고 싶은데 벌써 내가 노인이라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삶을 역동적으로 적극적으로 사는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그런 현상은 더 높은것도 같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사람들이 젊을때는 오래사는것에 더 관심이 없다.
아마도 육체적으로 노쇠해서 뭔가 활기찬 삶을 살지 못하는채로 살아있는게 무슨 의미냐 이런 생각이 무의식중에 있어서인듯 하다.

하지만 자신의 부모라던가 혹은 사회에서 어떤 나이많은 사람이 뭔가 소일거리를 하고 있는걸 보며
뿌듯해한다. 그 얘기는 결국 그런 삶을 긍정적으로 보고 본인도 그렇게 살기를 바랄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근데 그들이 그렇게 사는 이유는 바로 그 노인들이 몸은 노인일지라도 정신, 마음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은 건강에 안좋다, 위험하다 라면서 말리지만
나이든 사람들은 이정도는 할 수 있다라면서 꽤 무거운 짐을 든다라던가, 일을 너무 많이 한다라던가, 운전대를 놓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게 바로 다 본인들이 그렇게 늙었다는걸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기때문이다.
이건 단순히 넘치는 자신감도 늙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것과 다르다.

사람은 스스로 느끼고 깨닫지 않으면 주위에서 아무리 얘기해도 듣지 않는 경향이 종종 있다.
본인들이 여전히 젋다고 느끼고, 스스로 스스로의 늙음을 느끼지 못하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자각할지라도 그렇게 자각하고 포기하는 순간
더더욱 나라는 존재에 대한 존재감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늙음과 죽음을 원하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미화시킬지라도 어떤 인간의 처절한 현실앞에서 그 본모습은 드러나고야 만다.

내가 늘 하는 얘기지만,
아무리 죽음이 무섭지 않고, 오래 살고 싶지 않다고 하는 사람도
막상 내가 큰 병이 걸린것 같다 하면 병원에 가기를 두려워한다. 왜인가? 그 현실을 회피하고픈 심리다.
길을 걷다 옆에서 왠 차가 갑자기 나오면, 순간적으로 몸을 뒤로하며 멈추지,
그냥 나 치고가라 하고 가는 사람은 없단 말이다.
인간의 본능적인 반응이다.

물론 죽음은 두렵지가 않고, 오래 살고 싶지도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죽음을 어떤식으로 인식하냐에 따른 차이가 나같은 사람과는 가장 큰것 같기는 하다.
아마도 그렇기에 나같은 사람은 철학공부같은걸 할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죽는것도 마찬가지다.

여하튼 결국 생각을 하다보면 정말 이렇게 산다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마지막에 가서는 든다.
물론 내가 이를테면 이룬게 별로 없는 사람이라 더 그럴 수도 있다. 이제 시간이 얼마 안남았으니. ㅜㅜ
근데 많이 이뤘다한들. 그게 달랐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어릴때부터 이랬으니.
나라는 사람의 성향상 이룬게 많으면 많은데로 또다른 허탈감에 빠졌을 확률도 있고,
사실 그에 앞서.. 일단 그렇게 정신없이 사느라 죽음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괴로워 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지금도 어떤 일로 바빠서 그런 생각들을 좀 안하고 지나가게 되면..
그다음에 밀려드는 어떤 괴로움이 너무 크다.
그러니까 내가 죽음을 까먹고 있었다는 사실이...
늘 자각하고 늘 온몸으로 느끼고 있어야할것 같은 그런게 있다.
나같은 사람은 회피하는건 성격상 맞지 않다.
치과에서 치료를 할때도 너무나도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플지라도 차라리 마취주사를 맞기를 원하지 않듯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생생히 알고 싶다.
그것을 모른다는 자체가 더 괴로운 일이다.

내가 이 얘기를 했더니 누군가 그랬다.
아 그러니까 혜규씨가 죽음에 대해 괴로워 하는 이유는,
죽음이 뭔지 "알 수 없다"는 그 사실 때문인거로군요.
하고.

사실 나의 괴로움의 근원에는 그 죽음에 대한 무지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죽지 않는 이상 영원히 나는 그 무지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아무튼 지금도 이러니 나이가 더 들면 어떻게 살지 걱정이다.
뭘 모르는 사람들은 니가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하는데, 일단 그럴 얘기 들을만큼 어리지도 않거니와 -_-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이 내 나이떄는 그럼 생각이 달랐냐? 고 묻고 싶다. 이런 소리를 20대때도 들었고, 지금도 듣고 있는 나는 뭐냐고.. )
이런 현상은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고 있다. 죽음에 가까워가고 있으니 당연한게 아닐지..
사실 어릴때도 많이 했던 시기가 있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지금은 보다 더 구체적으로 죽음에 대해 인식하게 된것 같다.

여하튼 결국 걱정하다 내명에 못살것 같기는 하다.

방금 오랫만에 스톡하우젠 을 재생시켰는데... 이럴때 이음악을 들으니 뭔가 너무 마음이 편안해진달까...

위로가 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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