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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시간이 없다> ⑧ 워킹맘천국 노르웨이

by q8393 2009. 12. 29.
<저출산 시간이 없다> ⑧ 워킹맘천국 노르웨이
[연합뉴스] 2009년 12월 14일(월) 오전 08:01   가| 이메일| 프린트
출산휴가 44주, 수유휴가ㆍ자녀병가는 너무 당연

당국 워킹맘 프렌들리 인식 필요..예산확보도 과제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노르웨이 남성과 결혼해 8년째 오슬로에서 살고 있는 신윤심(35)씨.

노르웨이 통계청에서 근무하는 신씨는 작년 11월 딸 예니를 낳은 뒤에야 노르웨이를 왜 복지국가라고 부르는지 실감했다.

임신 기간 각종 검진과 출산 비용이 모두 무료인 것은 약과였다.

출산휴가는 무려 44주에 달했다. 휴가 5주까지 포함해 거의 1년 가까이를 쉴 수 있었다. 출산휴가 기간 임금은 전액 국고에서 지원됐다. 신씨가 공무원이어서가 아니라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받는 혜택이다.

44주의 출산휴가 중 6주는 신씨의 남편이 썼다. 이 기간 육아는 전적으로 남편의 책임이다. 이른바 `파파쿼터제'다. 작년까지 6주 이상이었던 `파파쿼터'의 기간은 올해부터는 10주로 늘었다.

출산휴가를 마치고 9월 말 직장에 다시 출근하면서 이웃 누구나 그렇듯 예니를 집 근처 어린이집에 맡겼다. 신씨는 "한국처럼 시댁이나 친정 부모님에게 아이의 육아를 맡기는 것은 여기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달에 2천150크로나(한화 약 43만원)인 어린이집 비용은 전액 연말에 환급받을 수 있다. 어린이집은 대부분 국가에서 운영하지만 오슬로의 경우에는 국영 어린이집에 자리가 없어 몇 달 정도는 기다리는 경우가 있다.

예니도 두 달정도 사설 어린이집에 다니다 이달 초 국영으로 옮겼다. 사설이라 해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보육교사들이 근무하고 있어 믿을 수 있다.

신씨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2시면 퇴근한다. 하루 6시간 근무다. 모유 수유를 하기 때문에 하루 2시간씩 수유휴가가 주어진 덕이다. 수유를 이유로 일찍 퇴근한다해서 직장에서 눈치 주는 사람은 없다.

지난달에 예니가 아팠을 때도 부담없이 휴가를 냈다. 자녀가 아플 때 쓸 수 있는 `자녀병가'가 1년에 열흘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달 초에는 어린이집을 옮긴 예니의 적응을 돕기 위해 사흘간 휴가를 내기도 했다.

신씨는 "한국과 비교하면 여기는 그야말로 워킹맘(Working Mom.일하는 엄마) 천국"이라며 "아이를 키우면서, 지금까지 낸 세금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 출산율이 높은 나라로 손꼽힌다.

2008년 출산율은 1.96명. 1980년대 초반 1.6명대로 떨어졌던 출산율은 꾸준히 상승해 2006년부터 1.9명대로 올라섰다.

아이러니한 것은 노르웨이가 출산장려 정책을 쓴 적이 없다는 점이다.

신씨의 사례에서 소개된 워킹맘을 위한 각종 혜택들은 사실 출산장려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양성평등을 위한 정책의 산물이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외국의 저출산 대책을 연구하는 손주영 사무관은 "노르웨이의 경우는 고용환경에서 남녀가 차별받지 않는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공(公)보육 서비스가 강화되고 출산율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처럼 여성이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갖추는 것이 저출산 해결의 필수요소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노르웨이와 같이 광범위한 공보육 체계를 갖추고 출산휴가시 임금을 국가가 전액 지급하는 등의 정책을 집행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든다는게 문제다.

OECD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국내총생산(GDP)대비 가족정책 재정지출 비율이 2005년 기준으로 2.8%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 비율이 0.3%로 OECD 최하위다.

우리나라도 저출산에 따른 위기감이 커지면서 작년에 그 비율이 0.4%로 늘었다지만 3% 안팎인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물론 일본(0.8%)과 비교해도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관련 예산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대통령까지 나서 저출산문제 해결을 위한 과감한 조치를 주문했지만 예산에는 그다지 반영되지 않는게 현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는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대통령 임기내에 빛을 보기 어렵기 때문에 매번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육아정책개발센터 조복희 소장은 "저출산 문제는 예산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면서 "지금도 많이 늦었지만 더 늦기전에 정부와 정치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