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마마께서 오래된 책을 정리해서 버리시는데
그 속에서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그렸던 만화컷이 몇장 나온 모양.
그래...
이걸 그렸었던 기억이 난다.
언제 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어떻게 어떤펜으로 그렸었는지
뭘하다 그리게 됐는지... 그런것들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선이 깨끗한 내 만화컷들이 새삼스럽다.
그땐 거침없이 한번에 그려냈었는데...
어떤 형태든 같은 선을 지금처럼 두번 세번씩 덧그리지 않았었지.
크로키든 풍경 스케치든 인물화든 만화든
하나의 선으로 형태를 잡아 단숨에 그리던 스타일이었지.
제대로 화실같은데 다닌적도 없었고
그당시 인문계 중,고등학교가 다 그랬듯 있는둥 마는둥 하는 미술시간에
드로잉의 기초에 대해 제대로 배웠을리 만무했지만
어릴적부터 장난삼아 만화를 보고 그렸었던 덕분에
무언가를 보고 그리는것이 익숙했었고
내가 그리고 싶은것들에 대해 거침없이 잘 그리는 편이었고
심심찮게 미대입학을 권유받곤 했었지.
난 그저 만화를 보고 그렸을 뿐이라며
나 스스로는 꽤나 하찮게 취급해버리던 내 만화 노트를 보시고
배껴그렸다해도 이렇게 자신감있는 선들이 나올수 있다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능이 있는거라며
정말 재능있는 사람이면 모를까 어영부영 성적 나쁜 애들이나 가는 예체능계는 갈 생각없다고 고집부리는 나를
참 열심히도 설득하시던 분도 계셨었지.
나는 지금봐도 다른사람에겐 보여주기 쑥스러운 정도의 만화인물컷인데
대체 여기서 뭘보시고 '재능'이라는 표현까지 쓰시면서 칭찬을 하셨던걸까? ㅡㅡa
훗...
그 분들이 지금의 나를 보시면 뭐라 하실까?
내 오랜 지인들처럼 "거봐! 넌 그럴줄 알았다니까!" 이러실려나?
"죽어도 문과생이라더니 어떻게 된거니?" 이러실라나?
쩝... ^^;;;;
문득...
옛날 내 만화를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난 저런 깨끗한 선이 나오지 않아.
선이 깔끔한 만화를 좋아하면서도 정작 나는 그런 선을 그리지 못해.
뭘그려도 여러번씩 덧그리고 지우고를 반복하지.
큰 일러스트를 그리면서 생긴 버릇이었는데 이게 참 없어지지도 않고
여태도 이런다는게... ㅡ..ㅡ
그게 참 이상한게... 저런 선을 그릴땐 그게 당연한줄 알았는데
언젠가부터 자신감있는 깨끗한 선을 보면 나도 모르게 부러워하고 있더라.
나도 예전엔 저런 선이 나왔었는데...하면서...
어쩌면... 선은 내 상태의 반영인걸까?
거침없이 직선적인 성격이었던 그땐 저렇게 깔끔한 선이 나왔었고
주저하고 망설이다 자폭하는 성격의 지금은 대여번씩 덧그리는 선이 나오는걸까?
하. 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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