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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뉴스레터 4회

by q8393 2010. 5. 29.
부산국제영화제 뉴스레터 4회

지 난 5월 11일부터 21일까지 칸영화제를 다녀왔습니다. 저는 늘 그랬듯이 대부분의 작품을 마켓에서 보고, 미팅도 많이 하였습니다. 특히 아랍영화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아부다비영화제의 프로그래머 인티샬 알 타미미와 긴 시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쌍방간에 긴밀한 협조를 다짐하였습니다. 대화 도중에 제가 타미미의 광범위한 네트워크에 감탄한 일이 있었습니다.

칸영화제 기간 중에 저는 놀라운 이라크영화 한편을 건졌습니다. 평소 저와 가까이 지내는 세일즈 회사 드림랩의 나스린 샤흐동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란과 이라크의 신작 DVD 를 저에게 건네줬고, 저는 그날 밤 숙소에서 작품 하나하나를 모두 살펴보았습니다. 그 중에 이라크의 신인감독 알리 하싼이 만든 데뷔작 ‘까마귀와 허수아비’는 놀라운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 이튿날 나스린에게 당장 만나자고 하였고, 프리미어 여부를 물었습니다. 그녀는 로카르노영화제에도 DVD 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부산에서 프리미어를 하자고 제안하였고, 그녀는 별 망설임 없이 동의해 주었습니다. 지난 해 저희 부산영화제에서 뉴 커런츠상 수상자 중 한명이 이라크 감독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지요? ‘킥 오프’의 샤우캇 아민 코르키가 바로 그입니다. 그런데, 올해도 바로 그곳 이라크에서 놀라운 신인 감독이 등장한 것입니다. 저는 그야말로 밥 안 먹어도 배부른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타미미 왈 ‘자기가 잘 아는 이라크의 젊은 신인 감독이 있는데, 어제 통화를 했다. 자기 데뷔작이 부산영화제 초청을 받아서 너무 기쁘다고 하더라’ 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깜짝 놀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타미미의 네트워크에 감탄하면서, 한편으로는 타미미와 같은 전문가를 만나게 된 사실 또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그를 통해서 아랍영화와 보다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뭄바이영화제의 스리니바산 나라야난 집행위원장과의 만남도 의미있는 만남이었습니다. 뭄바이영화제는 빅픽처스 라는 인도 굴지의 영화사가 전체 예산의 80%를 지원해 주는 영화제로, 나라야난 집행위원장도 빅픽처스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분입니다. 빅픽처스는 세계적으로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거대 기업집단인 인도의 릴라이언스 그룹의 자회사입니다. 그런데, 빅픽처스의 최근 행보는 놀랍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공동제작 협약을 마쳤고, 조지 클루니의 소모크하우스, 톰 행크스의 플레이톤 프로덕션, 브래드 피트의 플랜 비 엔터테인먼트 등 7개의 할리우드 프로덕션 회사들과 공동투자를 하기로 하는 등 할리우드의 중심부에 맹진격 중입니다. 최근에는 미국에만 200개 이상의 스크린을 론칭하기도 하였습니다. 나라야난 집행위원장은 우리 영화제의 명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꼭 참가하고 싶은 영화제이지만 뭄바이영화제와의 개최일정이 너무 가까워서 참석하지 못하였노라고 하였습니다(올해 우리 영화제는 10.7-15, 뭄바이영화제는 10.21-28). 저는 우리 영화제 개막식만이라도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고, 그는 힘든 일정이지만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저희는 지난 해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발리우드의 황제인 야쉬 초프라 에게 수여한 바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할리우드에 필적할 유일한 파워인 인도영화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기 위한 본격적인 시도였습니다. 올해 뭄바이영화제와 빅픽처스와 관계를 공식화함으로써 그러한 시도는 탄력을 받을 것 같습니다. 올해 빅픽처스의 라인 업 중에는 마니 라트남 감독의 ‘라아반’(아이쉬와리아 라이 주연), 아누락 바수 감독의 ‘연’ 등 화제작이 있습니다. 이들 작품과 관련한 깊은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는 아시아영화가 강세였습니다. 메인 부문인 공식경쟁부문과 주목할만한 시선의 최고상을 모두 아시아영화가 휩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시아영화의 그늘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였습니다. 평소 정치적 언급을 전혀 하지 않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칸영화제 기간 중 현재 구금중인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석방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모사본’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줄리엣 비노쉬도 수상소감에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석방을 언급하였습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곧바로 이란으로 돌아가지 않고 파리에 당분간 머물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짐작하시는 대로입니다. 또한 5월 20일에는 이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파리에서 살고 있는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을 잠깐 만났습니다. 그는 지난 2009년 대통령 선거 이후 얼마나 많은 이란인들이 핍박을 받고 있으며,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 저에게 상세히 설명하였습니다. 이번 칸영화제 개막식에서 자파르 파니히를 명예 심사위원으로 위촉하고 자파르 파나히의 네임택이 붙은 빈 의자를 소개한 이벤트 역시 자신이 제안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이 당신에게는 가장 소중한 일이겠지만, 영화감독으로서의 당신 역시 내게는 소중하다. 제발, 몸조심하기 바란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우여곡절 끝에 칸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태국의 불안한 정정 때문에 비자를 제때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지요. 21일이 ‘전생을 기억하는 분미아저씨’의 상영일이었는데, 바로 그 날 겨우 칸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 역시 태국정부의 가혹한 검열에 피해를 입은 바 있습니다. 2006년작 ‘징후와 세기’가 정부 당국의 지시에 의해 6개 장면이 가리워진 채 상영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정부 당국의 무원칙적인 검열에 대해 자주 비판을 하곤 했었습니다. ‘프리 타이시네마’ 운동에도 열심입니다. 각본상을 받은 ‘시’의 이창동 감독 역시 제작준비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을 겪은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칸에서 아시아영화의 약진, 아시아 감독들의 분투는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아시아영화의 든든한 보호막으로서의 부산영화제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뉴스레터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