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이 어려운데…“이민자보다 우리 복지를” 북유럽 극우, 좌파 복지 프레임 훔치다
등록 :2015-07-27 20:48
극우 스웨덴민주당, ‘아동복지’ 강조
작년 총선서 ‘복지’ 내세워 제3당에
덴마크국민당, 6월 총선 2위 이변
더 많은 공공지출 증액 약속 효과
“시민 걱정 잘 짚은 때문” 분석도
“교육과 보건이 우리 당·정부의 최우선 정책이 될 것이다.”
‘복지국가’의 대명사격인 스웨덴의 여름 정치축제 ‘알메달렌’에 어울리는 연설이었다. 그런데 연설의 주인공은 바로 극우정당
스웨덴민주당 대표 임미 오케손(36)이었다. <가디언>은 오케손의 알메달렌 연설이 반이슬람, 반이민자 정책과 ‘세계
최고의 아동 복지’로 요약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총선에서도 오케손은 “선거는 대규모 이민자와 복지 간의 선택”이라며 “선택은
당신의 것”이라고 유혹했다. 유권자의 12.9%가 화답해, 오케손이 이끄는 스웨덴민주당은 제3당이 됐다. 최근엔 인기를 더해
여론조사에서 약 18%의 지지를 얻었다.
오케손의 연설을 들으러 온 여경 라그나는 “시절이 어렵고 국가가 돈이 없다면, 더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이기보다 원래 여기 살고
있던 우리 시민의 안위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케손과 그의 지지자들을 지켜보던 현지 일간 <익스프레선>의 기자는
“이제 (그들의 득세를) 걱정하기 시작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유럽의 관심이 온통 그리스의 시리자(급진좌파연합)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행보에 쏠려있던 지난 몇개월
동안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인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와 핀란드에서는 포퓰리스트 우익이 득세하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 총선서 ‘복지’ 내세워 제3당에
덴마크국민당, 6월 총선 2위 이변
더 많은 공공지출 증액 약속 효과
“시민 걱정 잘 짚은 때문” 분석도
신문은 특히, 이들이 하나같이 북유럽 좌파의 전통적 ‘무기’인 복지를 빼앗아 들고 나왔다고 짚었다. ‘이민자들을 막고, 원래 이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복지는 올려주겠다’는 식이다. 북유럽의 ‘복지’는 1930년대 스웨덴 사회민주당 총리 페르 알빈 한손이 국가를 ‘국민의 가정’이라고 규정지은 데서 시작됐다. 스웨덴은 이에 기반해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복지국가의 기초를 닦았고, 이는 스웨덴 사민당의 사상적 자산이었다. 스웨덴 사민당을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이끌었던 모나 살린은 “(스웨덴민주당의 부상이) 반이민 정책 주장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주류 정치가 신뢰를 잃은 것에 더해 주장과 행동이 다른 극우의 위선을 공격하지 못하는 주류 정치의 비겁함을 꼬집었다. 유럽 극우의 부상을 연구해온 기자이자 작가인 리사 비우르발드는 “(극우는) 과거의 아리안 백인우월주의에서 벗어나, 애국적이고 시민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라고 여겨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덴마크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극우정당 덴마크국민당은 지난달 19일 치러진 총선에서 21.1%를 얻으며 2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낳았다. 이들은 헬레 토르닝슈미트 총리의 사회민주당보다 더 많은 공공지출을 약속했다. 현 정부가 삭감한 실업자 지원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되돌리겠다는 공약도 냈다. 난민과 보호소 수용자들한테 들이는 예산을 노인 복지 향상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해, 노동자층에서 사민당보다 더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일간 <바일레 암트스 폴케블라드> 편집장 모겐스 마센은 “덴마크국민당에 투표한 74만1746명이 모두 인종주의자는 아니다”라며 “그들이 이민자 공약으로 일부 득표한 것은 맞지만, 주되게는 일반 시민들이 걱정하는 문제들을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북유럽에서 ‘복지국가’ 대신 ‘경쟁력 있는 국가’ 구상이 활발한 가운데, 일반인들은 오히려 극우정당들이 ‘기존의 복지국가’를 지켜줄 것으로 믿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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