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혼자 웅얼웅얼-S_Free

불, 향

by soulfree 2019. 1. 1.

<강원도 추암 촛대바위 앞 / 2019.1.1>

나무타는 향
이렇게 찬바람 부는
파도가 철썩이는 바닷가에서
나무타는 향이 은은하게 번지고 있어.
불의 온기도 좋지만
이 향이 더 좋은건,
외갓집 아궁이에서 불지피는걸 유독 좋아했던... 그 시절의 기억 때문일까...

그립다...
바닷가에서 시골 외갓집의 아궁이를 그리워하게 될 줄이야... ^^;;;;

지박령처럼 하루종일 아궁이에 불을 때겠다며 아궁이 앞을 떠나지 않던 나를 위해
늘 빈방 아궁이 하나쯤은 비워놓고 큰 무쇠 가마솥에 쓸데없이 물을 부어놓고 물을 데우라 하셨던 외할머니...

아이 셋의 육아가 힘드셨던 오마마마가
잠시 잠깐이라도 힘을 덜고자 셋 중에서 제일 군소리 없이 혼자 잘 놀고, 어른 말씀은 철썩같이  잘 듣던(?) 나를 종종 외갓집에 몇주씩 맡기곤 하셨는데
눈 내린 겨울이면 시골마을에서 또래 친구도 없는 꼬맹이 혼자 놀 수 있는게 별로 없었다.
눈사람 만들거나, 볏집에 나무막대를 던져서 꼿는 놀이를 하거나,
V자를 그리며 날아가는 철새 떼를 세어보거나,
마당에서 강아지, 고양이, 닭을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놀거나,
아궁이 앞에서 이글거리는 예쁜 불을 보고 멍때리거나... ^^

놀고 놀아도
자고 또 자도
오마마마가 나를 데리러 오신다는 열밤 뒤, 스무밤 뒤는 길기만 했었다.
아침마다 머리를 빗겨주던 옥자 언니, 미숙이 언니는 "엄마는 언제와?" 하고 묻던 내게 "이제 몇 밤 남았어~" 하며 대답해주는게 매일의 일과였을거다. ^^

갑자기... @.@
영화관에서 [집으로]보면서 터들넥 니트 목이 다 젖도록 소리없이 폭풍 눈물을 쏟아서
동행했던 친구가 영화관 불이 켜진 후에  퉁퉁 부은 내 개구리 눈을 보고 당황해하며 나 달래준다고 술을 사줬던 기억도 떠올라...
갑자기 또 괜히 혼자 창피해짐. ㅡㅡ

'나혼자 웅얼웅얼-S_Fre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명이인에게 하는 흔한(?) 실수  (0) 2019.01.08
2마트에서의 디너(?) 풀코스  (0) 2019.01.04
송년모임  (0) 2018.12.22
기절, 잠  (0) 2018.12.15
스타필드 시티 위례점  (0) 2018.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