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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보고 웅얼웅얼

[부부의 세계] 똥이든 된장이든...

by soulfree 2020. 5. 17.

첫화의 반전매력(?)에 낚여 어쨌든 마지막 회 까지 보고야 말았다.

물론 [부부의 세계] 5~6회 쯤에 결말이 궁금해서 원작인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도 몽땅 보고 말았지.

영국드라마 원작대로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화제를 불러일으키지도 못했을것 같고,

[부부의 세계]에 비하면 훨씬 순딩순딩하고~ 오히려 닥터 포스터가 진짜 이상한 여자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 상황에 맞게 잘 각색을 했고, 연결고리마다 더 뚜렷한 차별화를 뒀고, 인물의 성격을 극대화 해서 그런지

[부부의 세계]는 정말 잘 현지화한 리메이크 작품이다!!! 라고 할 만하다.

일본드라마 리메이크 작들은 왜 이렇게 못했을까? ㅜㅜ (꽃남은 제외)

아직 미성년자인 아들이 우리나라에선 어떤 결말을 가져올까? 라고 궁금해했지만

좀 색다른 선택이길 바랬던 상상과 달리 원작대로 마무리되어서 나 혼자만 충격(ㅡ.ㅡ)

 

어제 지선우가 집안 계단에 앉아서 결혼이란게, 사랑이란게 내 인생 전부를 걸어야 할만큼 대단한건지 모르겠다며 한탄하는 장면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지선우처럼 똑똑한 사람이 그걸 왜 이제 안거니?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먹어봐야 아니?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고 하니까 난 해보고 후회할래! 하는 파였니? 쯔쯔...'

 

어쨌거나 생똥이든 생된장이든 난 다 싫어하는 종류이므로

드라마를 보며 새삼, 애초에 내 인생에서 결혼이란 항목을 고려조차 안했던 나를 칭찬했다.

난 내 부모님 챙기며 살기에도 바쁘고 벅차다.

혼자 놀고 쉬기도 바쁜 사람이라 나만의 가정은 물론 그것도 모자라 상대방의 부모 형제까지 챙겨야 하고

내 세대의 정서상 친정보다 시댁을 먼저 챙겨야 하는 결혼같은거

애초에 하고싶지도,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난 우리 부모님이 더 우선이고, 더 중요했으니까...

너무나도 다행인건 이런 내가 외로움 같은거 잘 못 느끼고, 혼자 놀아도 충분히 행복해하고,

다른 사람의 관심과 애정을 몹시몹시 귀찮아하고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라는거지. ㅋㅋㅋ

 

내가 이런 '내 맞춤형' 올바른 판단을 일찍 할 수 있도록

어릴적부터 여러 케이스의 결혼생활을 보여주신 나의 수 많은 친척분들께 무한 감사!

우리 엄마, 이모, 작은 엄마들이 보여준 헌신적인 시댁 모시기, 자식 챙기기에 비해

그들과 그들의 남편들이 하는, 시댁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나 초라해 보였던 친청 챙기는 모습은

어린 나로 하여금 일찌감치 '우리 부모님께 내가 저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었고

'난 그냥 우리 부모님이나 성심성의껏 챙기면서 살아야겠다' 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해줬으니까...

무엇보다 난 '당연히 여자만의 몫'인 것처럼 몰아가는 학부형 역할, 육아노동, 가사 노동들이 너무 싫었거든~^^;;;;;

 

드라마속 지선우도 그렇게 바쁘고 능력있는 사회인 이지만

집에선 가정의 경제, 요리, 기타 가사노동을 혼자 다 하고 있고

아빠는 그저 종종 아이와 놀아줬을 뿐인데도 아이는 아빠를 더 좋아했잖아.

이게 뭐임?

드라마에서 자꾸 이런 불공평하고 보수적인 모습 보여주는거, 엄마만 자꾸 당연히 슈퍼우먼이 되야한다고 몰아가는거

진짜 짜증난다규...

 

뭐... 그만하고... 

내가 느낀 이 드라마의 교훈(?)은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 성격, 취향, 버릇, 생활습관, 생각, 가치관 등등 모두...

선택은 언제나 신중하고, 현명하게! 모든 상황고려가 끝났다면 미련없이 선택에 따른 실천은 빨리 할수록 좋다.

선택의 결과는 결국 그 선택을 한 나의 책임.

 

마지막으로 [닥터 포스터]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부분인 오프닝 필름을...

모든 욕망들이 다 부질없어. 결국 모두 다 시간의 강물 속에 흘러갈 뿐?

https://youtu.be/LbdbQNYm8y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