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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람사이

조르기

by soulfree 2009. 1. 12.



미쿡에 있는 오라방이 자꾸 뭔가를 사주고 싶어한다.
처음엔 카메라나 휴대용 기기 같은걸 물어보더니 내가 자꾸 머뭇거리기만 하니까 이젠 청바지나 뭐 기타등등의 옷들은 어떠냐고 묻는다.
굉장히 낯선 기분...
굉 . 장 . 히 !
특히 오빠에게는 뭔가 받은 기억이 별로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오빠가 자꾸 뭔가를 해주겠다고 하는게 기분은 좋으면서도 슬슬 부담이... ㅡㅡ;;;;

근데...
오빠의 이런 기분...
알 것 같긴해...
내가 오빠의 역할을 대신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오빠가 여기서 해야할 몫을 내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그래서 자꾸 나한테 미안해 하는게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뭐라도 받아야 오빠가 마음이 편해지는걸까...?
나도 한번쯤 오빠에게 졸라보는것도 나쁘지 않은걸까? ㅡㅡa
난 별로... 졸라본적이 없어서...
게다가 오마마마 아바마마도 아니고 오빠한테??? ㅡㅡ;;;;

하긴...
내가 뭔가 해달라고 조른적이 있긴 했던가? ㅡㅡa
조른적이 별로 없는것 같긴해...
특히 가족들에겐...
조르고 떼쓰고 삐치고... 집에서의 난 어릴적부터 이런거랑 거리가 먼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상관이 없었지.
생일선물 뭐해줄까? 물으면 인형이요~ 이런 대답을 하는 정도?
기껏 조른다는게 이번엔 여기로 여행가면 어떨까요? 하는 정도?
오마마마께서 돈 아깝다고 안가신다고 버티시면 우겨서 함께 가시게 하는 정도?

내가 나를 위해서 뭔가를 해달라고 조른게 너무 없는걸까?
내가 너무 해달라는게 없어서... 원하는게 없어서 안스러워 보이는걸까?
뭐든 다 내가 알아서 사고 해결해서... 그래서 더 미안하신걸까?
언젠가부터 가족들 모두가 내게 뭔가를 해주고 싶어선 안달을 하는것 같다.
왠지 자꾸 다들 나에게 미안해하는것 같다.
심지어 고기를 못먹어서 함께 식사를 못하는것조차 미안해 할 사람은 나인데도 다른 가족들이 나에게 미안해하고 안쓰러워 한다.

이상해라...

한때 난 선물을 해주는데 익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받기보다 주는데 익숙하며 늘 무언가 내가 베푸는 입장이라고 생각했었다.
모자란 생각...

내가 대체 뭘 베풀었니? 얼마나?
지금의 내가 누리는 이것들은 뭐니?
지금은 내가 오히려 많이 받는거 아닌가?

어릴적엔 내가 은진이에게 하는것처럼 나를 신경쓰고 챙겨주는 언니가 있었으면...
나처럼 내게 이런 선물들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나처럼 이렇게 편지를 써주는 사람 있었으면
나처럼 잘 기다려주는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었지...
그땐 내가 들이는 정성에 비해 내게 되돌아오는 마음이 적다고 쓸쓸해 했던것 같다.
맨날 나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정성을 들이는거라고 마음을 쓰는거라고 생각하면서 답장이나 답례같은건  기대조차 안하며 지냈던것도 같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내가 무심하게 지나가는 사소한 일에도 신경써주고 챙겨주는 이들이 주위에 가득...
그것도 뒤늦게 아차! 내가 왜 이런걸 당연하게 받는걸까 하며 깨닫는 경우가 부지기수.
난 지금도 충분해...
너무 충분한데 어쩌다 자꾸 분에 넘치게 받는게 익숙해져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린걸까?...

참... 진부한 표현인데...
오라방
난 오라방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고맙수~
정말 오라방의 그런 생각만으로도 충분해.
내가 전화를 돌같이 보는 인간인지라~ㅡㅡ;;; 생전 먼저 전화 한통 못하는 내게 이렇게 먼저 전화해주고 신경써주는 오라방의 관심만으로도 매우매우 값진 선물을 받는 기분이야.
내가 정말정말 갖고싶은게 생기면 그땐 꼭 오빠한테 사달라고 졸라볼게.
그러니 자꾸 나 뭐 사주려고 애쓰지마.
자꾸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지마.
알았쥐? 오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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