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과사람사이

넌 언제나

by soulfree 2009. 5. 8.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이달 말쯤에 출산이라고?
축하한다.
근데... 내게 이게 얼마나 어이없는 소식인지는 너도 알지? ^^
넌 항상 깜짝 소식을 전하는구나.

생각난다.
고등학교때 우르르 몰려다니던 우리들중에 너랑 나만 만화책에 푹~ 빠져 지내는 인간들이라 시험이 끝나 일찍 하교하는 날이면 만화책을 보러가곤 했었지.
만화방에 가기도 했고
책을 빌려서 너희집에 가기도 했고...
그때 넌 '별빛속에' 연재 기다리느라 미쳐있었고 난 '아르미안의 네딸들' 기다리느라 미쳐있었고...
가장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어서 하교길에 늘 마지막에 헤어졌던 너.
그리고 남장 여인네(ㅡㅡ;)라 칭해지던 3인중 2명이었던 너랑 나. ^^

비록 진로선택은 문과, 이과, 예체능과로 나뉘었었지만
같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이 밥 먹고...
그렇게 3년을 함께 보냈던 우리들...
창원에서 미술학원 하고있는 1인
유치원 원장을 바라보고 있는(?) 1인
파란만장 부동산 투자 달인 1인
좋은 과학선생님이 되려나 했더니 미스테리 인물이 된 1인
자유로운(?) 약사 1인
그리고 나.
우리... 참 오래됐다. ^^

대학생 무렵까지 우리 둘이 문화적 코드가 가장 가깝지 않았을까?
영화며 음악이며 만화며 소설이며...
어쩌면 우리는 꽤 잘 맞는 친구였는지도 몰라.
우리들 중 가장 특이했던 너
우리들 중 가장 까칠(ㅡ.ㅡ;)했던 나
아마... 그럭저럭 괜찮은 사이였을까? ^^

넌... 여전히 특이해...^^
어느날 갑자기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 싫어서 꼭 결혼을 해야겠다며 입만 열면 결혼타령만 몇 년을 하더니
어느날 갑자기 전화해서는 번갯불에 콩볶듯 결혼날짜 잡혔다며 통보하고
어느새 출산이라고???
대체 임신은 언제 한거였어??? @.@
정말 예상 할 수가 없구나... ^^
하긴... 알려주질 않으니 예상 할 수가 없지. (ㅡ.ㅡ )a


네가 여전히 특이한것처럼
나도 여전히... 함부로 '끝'을 말하는 사람이 무서워.
어려서 그랬다, 젊은 치기에 그랬다 는 말로 포장을 아무리 잘해도... 난 오래전 네가 뱉었던 그 '끝'이라는 말의 기억이 너무나 선명해서 말이지...
다른 애들은 금방 회복이 되었던 걸까?
난 내가 납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느닷없이 들었던 '끝'이라는 말이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내내 마음에 앙금같은게 잘 안 없어지더라구...
(나 '뒤끝 작렬'이라니까! ^^;;;)
사실 난 네가 다시 편해지기까지 꽤 오래 걸렸었어.

이런 좋은 소식을 접하고도 금방 '축하해' 소리가 안나오고 멍~때리는...
뭔가 께름칙하고 걸리적 거리는... 이건 뭘까?
예전의 서운함이 되살아 난걸까?
아님 또다시 너무 쉽게 '끝'을 내뱉었던 너의 출산 소식이 놀라운걸까?
아님 이젠 너무나 달라진것 같은 우리의 가치관과 관심사가 불편해진걸까?
아니야.
기쁘면서도 네게 서운한거야.
서운한거라구...
멀리 이사가서는 1년 넘게 얼굴도 안 비치고 은둔해서 지낸다는둥 어쩌고 하더니 뭐니?
왜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를 이제서야 하는데?
겸연쩍어서?
우리... 친구 맞는거니?
네가 아무리 특이해도 그렇지...
다른 애들이 네 상황 걱정들 하고 있는거 몰랐다고하면 넌 진짜 바보야!
이 모자란 녀석아!
지금 다들 벙~쪄서 이거 농담아니지? 하는 확인 전화들이다.
오죽하면 이런 소식에 다들 농담인지 진담인지 확인하느라 난리겠니?
이 나쁜 녀석...
이 황당한 녀석...

예전에 뻑하면 혈액형별 특징이 어쩌고저쩌고 얘기할때
난 기복이 너무 심한 여자 O형이 가장 감당이 안된다고 말했던거 기억하니?
내게 그 고정관념을 만들어준게 너라는거 아는지 모르겠다...^^;;;;
너란 녀석... 정말 맞추기가 힘들고나...

에....
어찌됐든....
열나 축하해!
꼭 건강하게 출산하길 바래!!!!!
출산하면 꼭 늦지않게 연락하기!
이번엔 꼭 늦지않게 연락하기!!!!!!

'사람과사람사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이 시간  (0) 2009.06.17
다카타노바바 (高田馬場)  (0) 2009.06.08
경축! 어린이날?  (0) 2009.05.05
시간 ≠ 시간  (2) 2009.03.07
미안하다 '어린 것들'  (0) 2009.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