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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 웅얼웅얼

[호우시절] 무뎌진걸까? ㅡㅡa

by soulfree 2009.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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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와 동하가 만나 옛기억을 더듬는 장면들에 문득 [오!수정]이 떠오르기도 해서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때만해도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같은 날 함께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이 각자 다른 기억을 저장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으니까...
중국의 밤거리 골목을 거니는 장면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있습니까?]에서 홍콩의 버드케이지 거리를 걷는 장면들이 떠올랐다.
허허허...
이런이런...
저렇게 와닿지않는 붕 뜬 느낌과 대사들이라니...
내가 지금 허진호 감독의 작품을 보고 있는게 맞는걸까?

'허진호' 감독의 작품이기에 보았다.
게다가 시성이라 불리우는 '두보'의 시에서 모티브를 따왔다지않나...
근데 이건...
너무 숭덩숭덩
뭔가 뭉뚱그려 대충대충 넘어가는듯한...
뭔가 손에 잡힐듯 하면서도 손가락 사이로 교묘하게 스르르 빠져나가는 느낌...

무엇보다 놀란건 내가 허진호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결말을 예상하거나 다른 영화를 떠올리거나 하는 딴 생각을 했다는거...
[외출]을 보면서도 그러진 않았었는데... ㅡㅡ;;;;
보통 코믹이나 추리물이 아닌 다음에야 그냥 넋놓고 앉아서 영화속 상황에 몰입하면서 보는 편인데 [호우시절]을 보면서는 다음 줄거리를 예상하거나 다른 생각들을 줄기차게 했더랬다.
'두보초당 보니까 전남 담양 대나무골 테마파크 가고 싶어지네... 눈내릴때 한번 가봐야 되는데~'
'아! 청두로 가면 두보초당과 팬더곰을 볼 수 있구나~ 언제 한번 가볼까?'
'쓰촨이 사천이었어? 그럼 지진? 그럼... 메이 가족의 몰살인건가? 아님 남편? 애인? 메이의 누가 죽은걸까?'
이랬었다.
훔...
내가 허진호 감독의 코드를 비껴나간걸까?
아님 허진호 감독의 디테일이 떨어진걸까?
아님 내가 일본식 담담하고 디테일한 드라마에 너무 길들여진걸까?

메이의 마음은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그녀의 아픔이 와닿진 않아도 이해는 갔다.
근데... 동하는 뭐지? ㅡㅡa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 재회의 설레임?
영화속 동하의 모습은 옛사랑을 다시 만나 들뜬 샐러리맨이라기 보다
경포대 놀러가면 야간의 오락실에서 많이 보이던 잠시잠깐 휴가에 들떠 여인네 무리들만 보이면 무리하게 들이대던 헌팅족들?
혹은 해외 출장가면 너도나도 한건 해보려고 바에서 추근거리는 넥타이들 같았달까? ㅡㅡ;;;
한식집에서도 상처받은 모습이라기보다 헛물킨거에 화난 아저씨 같아서
'저 사람 옛사랑 만나서 기뻐했던 사람 맞아?'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상황상 동하가 충분히 벙~찌고 화날만 했던 상황이지만 너무 평면적으로 '화났다'가 표출된니까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해 보였다고나 할까?
설명하니까 더 이상해지는데... 여하튼 그런 모든 상황과 연결들이 좀 어색하게 보였었다.

애초에 시나리오가 헐거웠던걸까?
배우의 연기가 모자란걸까?
(고원원 이란 배우의 연기에는 딱히 나무랄데가 없었던것 같은데... ㅡ..ㅡ)
허감독님이 유~~해져서 대충 연기해도 OK를 해준걸까?
어색한 영어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아님 내가 듣기 싫어하는 '박팀장!'하는 호칭에 흠칫흠칫 거부반응을 일으켜서 일까?
(영화속 지사장이 박팀장이라고 할때마다 뭔지모를 짜증이 솟구쳤었다. ㅡㅡ;)

뭔가...
무지 아쉽다.
내가 좋아하던 즐거움이 하나 사라진듯한 기분?

날카롭게 와닿던 일상의 디테일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도 내내 어떤 상황을 접하면 스르르 그 영화를 떠오르게 하는 특유의 진~~한 여운이 있었는데...
호우시절은 아이러니하게도 허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다른 것들을 잔뜩 떠올리게 하는구먼...

훔...

무지 아쉽다...

무지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