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극을 본 토요일.
문득 여기저기 광고가 실린 월광의 추억이란 앨범이 무척 사고싶었졌었다...
月光의 추억이라...
태양은 강렬한 무언가들의 은유적 표현으로 많이 쓰이는것 같은데...
달은 참... 감성에 가까운 무언가가 있나보다...
원래 밤이라는 시간이 감상적이기 마련이지만...
내가 기억하는 노래 제목들만 해도 MOON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게 꽤 많은걸 보면... 역쉬... 음...
지난 주말부터 밤마다 듣고 있는 베토벤 소나타...
달의 저편... 월광의 추억
단어들의 조합이... 참... 뭔가가 디게 아련하네...
L모공연장 홈페이지 공연설명에서 연출자 로베르 르빠주와 배우 이브 자끄가 '몬트리올 예수'에 출연했었다는 이유로... 연극패키지표를 구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작품.
(그 영화에서도 연극배우들이 나왔었는데... ㅡㅡa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진않고... 스물 한두살때쯤 연말에 굉장히 인상적으로 봤었다는 내 감정의 기억정도... ㅡㅡ;;;)
참... 흥미있는 모노드라마였지...
무대는... 여기저기 자주(?) 많이들(?)보이는 설치미술을 보는듯...
난 서사적인 연극보다는... 좀 시각적으로 두드러진게 좋구... 여러가지 이미지들을 활용한것들을 좋하해서리....^^
또 무대를 입체적으로 활용한 연극을 좋아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적절하게... 또 적극적으로 활용된 프로젝터와 무대중앙의 멀티(?)구조물이 여러가지 장면들을 연출해내서 모노 드라마였음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었지...
일상적인 장면들에서도 재치있는 대사들이 넘쳐났고
사소한 부분들에서 불쑥불쑥 마음을 헤집는 말들이 나오더군...
왜 제목이 달의 저편(The far side of the moon)일까?
연극의 마지막부분에 이유(?)가 나오더군...^^
구 소련의 치올코프스키라는 사람이 파리의 에펠탑을 보고 무릎을 탁 쳤더란다.
우주왕복선을 개발할게 아니라... 저 달까지 닿는 에펠탑을 짓자고...스페이스 캐슬(Space Castle)이라 명명해진....
그러면 우주선 띄울때마다 엄청나게 돈이 들지만... 스페이스 캐슬을 짓고나면 그냥 엘리베이터 운행하는 전기세만 있으면 달에 갔다올수 있다는 이론의... ^^
순수하고 고지식한(요즘 세상에선 무능하고 무기력한) 박사과정의 필립(형) 과 꽤나 성공한 기상캐스터 앙드레(동생).... 서로 너무나 다르고 서로를 참아내기 힘들어하던 형제가 어머니의 조촐한 유품들을 정리하며 생긴일들 이랄까...
냉전시대때 달 정복(?)을 위해 미국과 구 소련이 세웠던 우주계획들이 인용되면서 상업적인(?) 달 정복을 시도했던 미국과 꽤 낭만적인 사상으로 달 정복을 계획했던 구 소련의 이야기는 세속적인 삶에 익숙한 앙드레와 몽상가적인 필립으로 대치되는듯한 구조.
실수로 돌아가신줄 알았던 어머니가 사실은 자살이었다는것을 안 후의 필립은... 텅빈 강연장에서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약간은 강단있어진듯한 어투였지만...
글쎄....그는 이제 더이상 어머니의 관심을 끌기위해 노력하던 수줍은 소년의 사고에서 벗어난걸까?
어떤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된것인지...
극 중간중간 나왔던 몽롱하고 아련한 기억같은 이미지들...
특히 우주복을 입은 꼬마인형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연출들은...진짜... 머쪘따~~
근데...르빠주라는 작가는 소련이 달 정복을 먼저했더라면 어땠을까...하며 구 소련이 먼저 달정복(정복이라니까 디게 이상하지만..)을 못한게 못내 아쉬웠었나보다...^^
- 제기랄! 용돈마련을 위해 벼룩시장에 물건을 내놓는 대신 형은 온갖 잡동사니들을 들여놨어,
이 좁아터진 아파트에!!!!
삶에 새로운 일들이 일어날 공간을 만들지 않아!
외투는 어디다 뒀어?... 내 말은....(외투를 찾느라 벽장을 여는데 잡동사니로 꽉차있다)
이걸 봐!!! 내가 돈이라면 이 벽장 같은 곳에선 살아남지 못할 거야!...
좀 둘러보라구...
-우리 지구인들은 외부 요소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 할 때 '집'이라고 부르는 곳에 숨습니다. 하지만, 나처럼 운이 없는 사람들은 '임대 아파트'에 숨죠...
내가 세들어 사는 아파트 복도입니다. 방들도 보여드리죠.
우선 거실(living room)... 의아하겠군요...
사실 제 거실(living room)은 죽어(dead)있는데...
이렇게 설명하죠, 옛날에는 가족 모두가 이런 작은 집에 모여 살았습니다.
일과 후 모인 장소가 바로 여기고 난로가 있던 곳이죠.
그 주위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그 날 하루가 어땠는지 담소했죠...
물론 요즘엔 TV가 난로 자리를 차지했고, TV가 이야기를 하고, 그 날 하루가 어땠는지 결정합니다...(-->접니다... ㅡㅡ;;;;)
-우린 이런 아파트를 '원 베드룸 아파트'라고 부르는데, 그러니까 베드룸이 하나라는 거죠. 베드는 종류가 많습니다. 싱글이 있고 더블, 트윈이 있죠...
어떤 사람이 싱글 베드에서 잔다고 반드시 싱글인 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그가 더블에서 잔다고 커플 중 하나인 것도 아니고...^^;;;;
트윈에서 잔다고 쌍둥이인 것도 아니죠.^^;;;;;;;..
사실 트윈에서 잘 때 쌍둥이일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커플이지만 싱글이길 원하는 경우가 더 많죠...ㅡㅡa
-우리 어머닌 아주 세련된 분이었거든요...
어머니에겐 각각의 이브닝드레스마다 그에 어울리는 구두를 갖추는 게 아주 중요했습니다... 왜냐면 외출이 잦으셨거든요...
탁월한 개성을 지닌 아주 인기있는 분이었죠.
댄스파티나 칵테일파티에 초대되곤 하셨습니다. 하지만 사교생활을 할 수 없게 되셨습니다...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어머닌 어린 두 아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일을 하셔야 했거든요...
저녁엔 피곤에 지쳐 외출할 엄두도 내지 못했고, 시간이 더 흐른 후엔 모든 이브닝 드레스를 처분하셨습니다. 결국엔 구두마저....
어머니는 구두를 신을 발을 잃으셨죠.
의사는 처음엔 발톱, 발, 마지막엔 무릎 아래를 절단했습니다...
정말 재앙이었죠...
우리 어머니 다리는 정말 근사했거든요. 아마도 몸매 가운데 가장 자부심을 가지셨던 부분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어쨌든, 그런 역경이야말로 이 곳 지구에서 우리들이 겪게 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익명으로 남길 원했던 한 위대한 철학자의 말처럼 삶은 정말 엿같고 그 다음엔 죽는다!는 거죠.
-15살 때였죠.
1972년 12월 11일.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는 건 아폴로 17호가 달에 착륙했던 날이기 때문이죠.
그건 아폴로 우주선의 마지막 임무였는데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볼 게 없다고 생각했죠.
주요 TV방송사들이 전혀 방영하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TV를 끄고 이 곳, 아브라함 평원에 와서 한밤 중에 달을 올려다보며 승무원들이 착륙했을 정확한 지점을 찾아보는 거였습니다.
그 날... 달은 붉었습니다.
당시 전 LSD(환각제)를 했는데, 빛깔이 평상시보다 훨씬 짙어 보였습니다.
마치... 달이 피를 흘리는 것 같았죠.
전 그건 수 차례의 임무에 걸쳐 달 표면에 마구 꽂아댄 그 많은 깃발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달과 우주를 떠다니는 온갖 행성들에는 일종의 혈연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나와 나머지 우주가 맺고 있는 혈연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내가 별과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깨달은 바로 그 순간, 밤하늘에 빛나고 있는 무언가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 무한함 속에서... 내가 감당해야 할 어떤 역할이 있다는...
나는 마치 거대한 두뇌 속의 작은 아이디어와 같다는 너무나 찬란한 생각에 덜컥 겁이 났고, 난 뛰어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혈연이나 가족 간의 유대가 훨씬 이해하기 쉬운 그 곳으로...
자신의 소견을 발표하러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고 지구 반바퀴를 날아간 순박하고(?) 소심한(?)필립이 시차를 착각해서 강연장에 많이 늦게 도착해서는 자책하고 낙담하다가... 이미 사람들이 떠난 텅빈 강연장 연단에서 혼잣말을 하는장면...
-죄송합니다...
늦었죠...
절 기다리지 않으셨으니 다행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앞에 나와 강연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보시다시피 부끄럼을 많이 타서, 이렇게 빈 방에 울리는 제 목소리를 듣는데 익숙하죠...
하지만... 여러분께 제 생각을 들려드릴 흔치 않은 기회였는데.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에 대한 존경심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여러분에게 말이죠, 저는 지구 위의 우리들은 수족관 속의 물고기처럼 살고 있다는 그 분의 말에 공감합니다...
우린 매일 새로운 조망을 발견한다는 터무니없는 환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죠.
그런데 우린 실상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주제넘게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에 우리 모습이 비춰지길 바라죠.
그것이 치올코프스키의 우주 엘리베이터 프로젝트의 건설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고요.
그런 엄청난 무게를 감당할 만한 소재가 없기 때문에 저는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한 달에 이 엘리베이터를 건설할 것을 제안합니다...
엘리베이터는 달의 저 편에 건설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거기선 지구가 안 보입니다... 그렇게 하면 우린 항상 자신에게로 향해있던 눈을 돌려 광활한 우주를 바라보며 궁극의 현기증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마치.... 부모님을 여읜 후... 무한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 분들이 내 시야를 가리고 계셨고, 지평을 바라보는 걸 방해해 왔다는 걸 깨달았을 때에 비교될 만한... 그런 현기증 말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망원경이 발명되고 갈릴레오가 처음으로 관측하기 전에... 옛사람들은 달을 거대한 거울로 생각했다는 대사를 형상화한듯...
공항에서 앉아있던 필립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1악장 아다지오(일명 월광소나타)에 맞춰 꿈을꾸듯 무중력상태로... 마치 아기가 태내에서 태동하듯 부유(浮遊)한다.
필립의 거울속의 인물(혹은 달에 비친 필립??)과 똑같은 동작으로...
지난 토요일... 이 몽롱하고 인상적인 연극을 보고나서...
후다닥 장소 이동을 해서 얼 크루의 공연까지 봤었지...
사실 얼 크루 공연을 포기할까(?)하는 생각까지 들만큼 연극의 여운을 음미하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얼 크루니까...
어쿠스틱 기타소리와 함께 잔잔하게 계속 음미할수 있을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ㅡㅡ;;;;;
예상외로 얼 크루의 공연은 꽤나 열광적인 분위기속에서 빠른 곡들이 연주되는 공연이어서 쬐끔 아쉬웠더랬쥐...
(하긴... 요즘은 재즈공연이라고 가면 거의 락밴드의 콘서트 못지않은 분위기들이어서...^^;;;)
참! 지난 토요일에...예술의 전당 개관10주년이라고 공짜 뷔페파티를 하고 그... 무슨 분수를 가동했던데...
생각지도 않게 멋진 분수쇼를 봐서 좋았지.... 음하하하하...
이건 연극과 상관없는 잡담~
지난 토요일에도 그렇구... 저번에 데레보의 신곡을 볼때도 그렇고...
디게 튀게입은(어제는 연한 연두색의 하늘하늘한 긴 겉옷, 글구 거의 원색적이고 특이한 옷들) 삭발머리의... 걸걸하고 꽤 목이 틘듯한 목소리의 중년 여인네를 대체 어디서 본걸까??? 궁금하게 했던 분의 정체를 드뎌 알아낸듯...^^... 무용가 안은미씨 인듯합니다...^^;;;;
공연끝나고 나오는길에 팜플렛들 뒤적거리다 '앗! 안은미씨 였군!!!'했더랍니당...쿠쿠쿠...
아닐수도 있지만...^^;;;;
팜플렛에서 몇 번 본 얼굴이 그렇게 TV에 나오는 연예인처럼 낯익을수도 있는지 첨 알았습니당...쿠쿠쿠...
그나저나... 난 이제 공짜표 안 생기려나보다... ㅡㅜ
웬만한데는 다 한번씩 되고나더니만... 자꾸 실패율이 높아져서 흐흑...
요즘은 낙담중...
비싼 공연들.... 포기하구 사는수밖에... ㅡㅜ
그래두... 공짜를 위한 도전은 계속된다!!! (물론 생각날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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