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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 웅얼웅얼

[2046] 구멍의 애상(哀想)...

by soulfree 2004.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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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2046
감독 : 왕가위
주연 : 양조위(梁朝僞), 기무라 타쿠야(木村拓哉), 공리
제작사 : 상하이필름스튜디오/제톤필름
배급사 :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제작국가 : 홍콩
상영시간 : 120 분
장르 : 드라마
홈페이지 :
http://www.foxkorea.co.kr/2046


1. Hole...
구멍으로 시작해서 구멍으로 끝나는 영화...
내 마음속의 구멍...
내 기억속의 구멍...
그 공허함...
그 허허로움...
처음엔 갸우뚱했다가 중반 이후론... 역시 왕가위표 맞군...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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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 맥빌] 시리즈에서 앨리가 어린딸에게 이런 말을 했었지...

"내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있어...
난 내 마음의 구멍을 채워줄 사람이 남자라고 생각했어...
그 남자를 찾으려고 얼마나 애를썼는지 몰라... (정신과)상담비도 얼마나 많이 들었는데...
근데 내 구멍을 메워줄 사람이... 그게 너라는걸 지금 방금 깨달았어..."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
첸부인(=장만옥)의 마음의 구멍을 채워줄 사람은
바람난 남편도 아니고
차우(=양조위)도 아니고
그녀의 어린 아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바이링(=장쯔이) : 인연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차우(=양조위) : 운명이겠지...

우리 영화 [공감]에 이런 대사가 있어...

"세상엔 인연들만이 만나는 건 아니에요.
인연이란 말은 시작할 때 하는 말이 아니라....
모든게 끝날 때 하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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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와 함께 떠나요..."
앙코르와트 사원의 나무 구멍에 대고 차우는 이렇게 말했었나 보다...
그게 그의 비밀이었나보다...
그가 그렇게도 간절하게 원했지만... 말할수 없었던... 이룰수 없었던 비밀이 그거였나보다...
그의 비밀을 그렇게 나무구멍에 영원히 봉인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마음엔 영원히 채워질것같지 않은 구멍이 생겨버렸다...
그의 마음 전체가 구멍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내게 티켓이 한장 더 있다면 함께 가겠소?"
그는 묻지 않았어...

"내게 자리가 있다면 내게 올건가요?"
그녀도 묻지 않았지..

단지 끝까지 '그들'처럼 되고싶지않았던 자존심이었을까...
차우가 체념하고 떠난 2046호에 뒤늦게 첸부인도 가서 눈물까지 뚝뚝 흘려가며 기다렸지만...
엇갈린거지...
그래서 사랑은 타이밍이냐고?
엇갈리지 않고 그들이 만났다면 끝내 하지 못했던 말들을 주고 받을수 있었을까?

아니...
포기하지 않으면 가능성이 있다는게 답일까?
차우가 이제 그 곳엔 아무것도 없다며 포기하지 말고 한번만 더 그 아파트에 찾아갔다면
그 문앞에서 망설이지 않았다면...
그의 아들일지도 모를 아이를 혼자 키우며 사는 첸부인과 만났을텐데...
그의 마음이 구멍인채로 그렇게 살진 않았을텐데...
계속... 끊임없이 '만약에 .... 했다면 ... 했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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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함께 떠나요...
묻지도 못했던 그 말을 비워버리지도 못하고 차우는 계속 기다리는거야...
막연하게...
알수 없지... 듣지 못한 첸부인은...
근데... 말안하면 모를까?
알면서도 거부한걸까?
아님 누가 먼저 확실하게 말을 해주기를... 잡아주기를 기다린걸까?
서로 그냥 서로에게 모종의 기대만 했던걸까? 기다리기만 한걸까?
아님... ㅡㅡa
차우는 첸부인이 자기와 같은 생각이기를... 행동해주기를 기다렸나보지...
혼자 기다리고기대하고... 그러다 지쳤어...
그녀가 과연 날 사랑하긴했었을까...의심도 들기시작했지...
하지만 그 기다림을 멈출수 없었지...
그 사랑을 멈출수가 없었데...
그 사랑을 지울수가 없었데... 근데 지쳐서 포기를 하게 되었데...
근데 그것도 부질없다는걸 알게됐데...
더 나중엔 알게됐데...
그에게 대답을 못한건 그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른 연인이 있어서일거라고...
2047이란 소설이 빗대어 차우와 징웬의 얘기였을테지만
난 차우와 첸의 이야기 같던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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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차우는 그녀가 없는 그의 삶은 너무나 허망했데...
그래서 도박에 빠져들었데...
도박빚을 너무나 많이 졌는데 수리'첸'이 나타나 그를 도와줬데...
연인같은 사이가 되었어도 둘다 과거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한채였다지?...
차우는... 나랑 함께 떠나자는 말을 하지 못하고 헤어진 그 시간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했어...
단 한발짝도...
시간이 너무나 흘러버린후에 뒤늦은 깨달음 같은게 마음에 더 상처를 주고 후회와 미련을 남길뿐이지...
왜 꼭 필요할땐 그 대답을 들을수가 없는걸까...
왜... 내가 꼭 필요한 그때 깨달음이 와주지 않는걸까...
꼭 필요한 그때가... 사실 필요한 그때가 아니었던걸까...
오히려... 내가 필요했다고 느꼈던 그 시간이 아닌... 너무 뒤늦었다는 그 시간이 내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을까...?
소설의 마지막을 해피엔딩으로 바꿔줄수 없겠냐는 징웬의 요청에
손끝하나 움직이지 못했던... 끝내 고칠수가 없었던 차우...
그러면서 생각하지...

“내게도 해피엔딩이 있을 뻔했다. 오래전 그때...”

유치뽕인 나... 혼자 울컥...... ㅡㅡ;;;
왜 저 대사에 혼자 울컥하고 난린지... ㅡㅡ;;;;;
(내게도 해피엔딩이 있을뻔했었나??? ㅡㅡa)
왜 그렇게 명치끝이 시큰...했을까... 흑...

혼자 울컥하며 또 생각한다...
바이링도 몇 년 후에 저런 생각을 할지도....

“내게도 해피엔딩이 있을 뻔했다. 오래전 그때... "

사랑은 타이밍이다...
아니... 인생이 다 타이밍이지...
사랑이 느닷없이 와?
인생엔 언제나 느닷없는것 투성이 아닌가?
차우는 그래서 징웬(왕페이)도 사랑했었다는건가?
사랑하고 싶었으나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게 도와주며 그녀의 행복을 바라보는...
그런 종류의 사랑인건가?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빌어주는... 큐피트 역할같은 그런 사랑?
오래전 그때... 그에게도 그같은 조력자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징웬의 결혼소식에 표정이 어색해질만큼... 그렇게 마음이 기울었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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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루루을 보며 포기하지않는한 가능성이 있다고 그랬나?
또다른 첸과 차우...
자의든 타의든 둘 다이든 현재를 살아가는 과거의 사람들...
차우는 ‘다시’ 사랑하지 못하게 된건지... 스스로 다시는 사랑에 빠져들고 싶지 않은건지...
그는 거부하는 여자에게는 “과거에서 벗어나게 되면 내게로 돌아오라”고 말하지만,
그를 원하던 여자에게는 인연이 아니라고 한다...
그건 그 자신을 향한 애원이자 탄식이었겠지... 자포자기였겠지...
근데... 그 탄식의 시간에 첸부인은 혼자 차우의 아들일지 모르는 그 아이를 키우며 그 아파트에 있었을까...
그녀는 계속 그 아파트에서 차우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차우는 계속 사랑 타령으로 방황만 하는구나... 쯧...
영화자체가 한편의 슬픈 사랑시같다...

한때 장예모 감독의 페르소나였던 공리...
공리가 장예모를 떠난후... 공리의 이미테이션 같았던 장쯔이...
그 둘을 한 화면에서  만나는 기쁨과 어색함이란...
원조의 녹록찮은 깊은 원숙미...
이미테이션이 아니라 그녀 역시 원석이었음을 드러내는 영리한 반짝임...
너무나 멋진 여배우들을 한꺼번에 볼수 있다는게 이영화의 또다른 즐거움이었지~^^
5-6년전에... 심혜진씨가 초록물고기로 줏가를 올리던때
왕가위 감독의 신작 2046에 캐스팅 됐었다고 그랬지...
심혜진씨의 역할이 뭐였었을까... ㅡㅡa


p.s.

영화 시작에 자막을 보면서 혼자 킥킥거렸다.
물론 다른 사람들 너무나 선명한 LG때문에 웃은 모양이었는데 난 미처 LG는 보지 못했고
배우 이름들때문에 웃었었지...
누구는 공리 왕가위 유가령 양조위 장만옥 이고...
누구는 장쯔이 왕페이 장첸 이래...
한국 발음으로 표기하던지... 중국어 발음으로 표기하던지...
아직은 두가지가 혼용되는 과도기... 쿠쿠쿠...
초난강이나 쿠사나기 츠요시나... 쿠쿠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