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그렇습니다. 이젠,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말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문득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학대가 일어날 수도 있고 비겁한 위인과 순결한 배반자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한다고 꼭 그대를 내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J, 그대가 저를 부르시면 어떻게 하죠? - 공지영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중에서 |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서 다 저렇게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걸까?
나도 저래서 나이 먹는게 좋거든... ^^;;;;
내가 숱하게 끄적이던 낙서 내용 그대로를 책에서도 보게 되니
좀 창피하면서도 무한 공감이랄지...^^;;;;
근데...
저 시귓는 놀랍네~
오래전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무척 인상적인 대사가 있었지.
"첫사랑이 저를 다시 부르면 어떡하죠?" 라는...
이 대사가 사라 티즈데일의 '비상'에서 나온것임을 이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어쩜 저렇게 대사마저도 윤석호 PD 스러울까? 했던 저 대사가 싯귀였구나...
그래도 말해야 한다고, 이야기해달라고 하시면 저는 말할수 밖에 없습니다만, 그 무렵의 내 삶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아무튼 나중에 돌아보니까 저는 그 무렵 오랫도록 거울을 보지 않았습니다. 아마 머리를 빗거나 할때 잠깐 들여다는 보았겠지만 저는 제 얼굴을 피하과 있었습니다. 사진도 찍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왜냐하면 내 얼굴은 내가 아는 그 얼굴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처럼 저 자신과 마주치기 두려웠던 때가 또 있을까요? 나는 마주침을 결코 달가워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눈꼬리는 올라가고 광대뼈는 튀어나오며 얼굴은 거뭇해져 갔습니다. 눈가에 새까만 기미가 덮이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습니다. 나중에 돌아보면 그 시기를 이런 단어로 묘사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증오와 혼돈과 무지. 참을 수 없이 솟아올라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던 내 안의 살의. 요즘은 가끔 지옥이란 어떤 곳일까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옥은 전혀 공간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씀하신 어떤 신부님의 말씀을 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도 저는 서울에 살고 있었고 비슷한 술집에서 비슷한 술을 마셨습니다. 비슷한 옷을 입고 기르거나 짧거나 미슷한 머리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념을 위해 신을 버리고, 청춘을 바쳤던 이념도 잃고 그리고 그때 나는 내 곁에 있는 한 사람을 죽이고 싶어 하고 있었습니다. 미아가 된 우주인처럼 끝도 없는 공간과 시간 속을 부유하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 공지영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중에서 |
마음이 지옥일때는 누구나 이러는걸까?
나를 외면하고
함부로 나를 내동댕이 치고
알콜의 포로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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