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즈음?
교보문고를 쉬~쉬~ 돌아댕기다 공지영씨의 신간을 발견했었지...
주욱~ 훓어보다 '블루노트'부분들을 봤는데 헉.... 했다.
서서 몇장을 읽어내려갔는데 난감하게도 계속 눈물이 비질비질 새어나왔다.
안돼안돼! 하고 책을 덮고 다른데로 갔었지
며칠동안 볼까말까하다가 책방에서 책을 빌려서 봤다
밤새 단숨에 다 읽어버렸는데... 계속 울면서 본것같다
장마처럼 쏟아져내리는 불행을 한번도 피해본적없는 윤수때문이었다
영화속 '정혜'같은 유정이보다 사람을 셋이나 죽인(??? ㅡㅡ;) 윤수때문이었다
그 책보고 며칠동안 머릿속에서 위선과 위악이라는 단어가 무시로 불쑥불쑥 튀어나왔었다
자기 죄를 알고 미안해하는 사람과 자신이 지은죄를 인식조차 못한채 자기자신이 썩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중 사람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이라는 물음...
사람 손을 잡는다는것에 대해서 사람을 보는 시선에 대해 생각하게 했었다
그러다 우리엄마는 나환자촌에가서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손을 덥석덥석 잡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그 윤수역을 강동원이 맡았다는 소식에
지난번 시네코아에서 '형사'를 보면서도 윤수의 눈빛을 상상해보곤 했었다
어제 오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사서 또 읽었다
또 계속 훌쩍훌쩍하면서 봤다
내일 영화를 어떻게 볼지... 참 걱정이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이 먼저였는지 동트는 새벽이 먼저였는지 기억안난다.
한참 책방에서 책을 빌려보는데 재미를 붙이던 90년대 초반쯤... 내 눈에 착 달라 붙었던 소설
공지영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소설가
난 공지영씨의 술술 읽히는 문체가 좋았다
(그녀의 책은 잡으면 그냥 그자리에서 다 읽게 된다는... ㅡ.ㅡ)
그녀의 글에서 풍겨지는 아우라가 좋았다
그녀의 초기작들... 80년대 운동권의 잔향이 어떤식으로든 남아있는 글들이 좋았었다
참 이상하게도...그녀의 소설속에는 가슴을 후벼파는 문구들이 있다.
마치 카인의 표식처럼 죄있는 사람들만 그런 마음을 가져본 사람들만 알아보라는 문구인지...
설마 나만 그 문구들에 감동받고 찔려하고 하지는 않겠지만서도
그 문구들때문에 그녀의 소설을 읽고나면 난 한동안 마음이 얼얼하곤 했었었다.
누구는 무기력한 지식인들의 사치스러울수있는 감상의 절정이라고도 하지만... 난 그냥 공지영씨 글이 좋다.... 크크크... ㅡㅡ;;;;;
p.s. 울엄마...
예전에도 그랬지만 우리 엄마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엄마
원래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타나는 '홍반장'스러운 전형적인 아줌마시다.
가식떠는 사람, 거짓말 하는 사람을 제일 용서못하시는 울 엄마
직설적이고 화끈한 잔소리의 대가!이나 한번 화력이 지나가면 절대 뒤끝없다. ^^;;;;
어울리지않게 왕소녀틱한 면모를 과시하며 귀엽고 예쁜거 모으는 낙으로 사시는 육순의 할머니.
취미는 음식 열라~많이 장만해서 잔치해서는 사람들 음식먹는거 보고 흐뭇해하시는게 취미시고
특기는 열심히 나물뜯고 김치담고 떡 서말씩해서는 이집 저집 돌리는게 특기시다
우리집에 사람이 끊이지않는 이유중 50%이상은 다 엄마의 음식덕분이다. ^^
활동반경이 넓으신 울엄마... 간염과 당뇨로 고생하시기 전에 참 열심히 다니시던 곳이 있었다
전라도의 나환자촌과 교도소 그리고 영등포에 있는 모 수도회...
"엄마 내일 아침일찍 어디 가니까 니들이 알아서 다 챙겨먹고 챙기고 나가"
그러시면서 휭~ 나가실때가 있었는데 어디 놀러갔다오셨냐고 물으면 "응~ 전라도에~"라고만 하셨었다.
나중에 전라도에 왜 자꾸가세요? 하니까 한번씩 전라도에 있는 나환자촌에 가서 거기 수녀님들이랑 같이 목욕시켜주고 밥해주고 손잡고 얘기 들어주고 그러다 온다고 하셨었다
깜짝 놀라서 엄마가 나환자 손을 잡았다고? 하면 정색하시면서 화를 내시곤 했었다
손잡는다고 옮는병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못쓴다고
병자를 병자취급하는게 젤 나쁜거라고
아픈사람도 사람이고 나쁜 사람도 사람이라고 그러셨었다
말은 못했었지만 나환자촌에 다니시는 엄마가 참 대단하다~생각되면서도 걱정됐었더랬다.
교도소에도 한 몇년 다니시며 봉사활동같은걸 하신것 같은데 그건 잘 모르겠다
하긴... 뭘 하시든 워낙 적당히 하는걸 모르시는 분이라 봉사활동도 하도 여기저기 다니셔서 어디어디 다니셨었는지도 나는 잘 모른다.
가끔 사형수들이 나쁜짓을 해서 사형선고를 받았겠지만 보면 정말 그럴사람으로 안보이는 사람들뿐이라 곧 죽을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맘이 아프다고 하시는 얘기를 혼잣말 하시듯이 하신적이 있었다.
영등포에 있는 수도회는 일주일에 두번씩 노숙자들에게 배식봉사를 하는곳이었는데
그땐 진짜 집에 반찬이 남아나질 않았었다^^
거기 수사님께 자주 전화가 왔었는데 엄마는 봉사하는 날이 아닌데도 수시로 전화를 받고나면 또 냉장고를 뒤지고 후다닥 음식을 해서 나가시곤 했었었다.
울엄마가 그렇게 열심히 봉사활동 하러 다니시는것도 참 대단해 대단해 했었는데
가족들에게조차 말씀도 안하시고 다니시고 누가 아는것도 싫어라 하셨던 모습도 좋았었다.
TV보시면서도 나환자촌이 나오거나 노숙자들이 나오거나 하면 엄마가 예전에 봉사활동 하시던 곳 사람들 생각난다면서 눈물짓고 하시면서 속상해하시는 모습도 좋다.
사람이 간사해서 내 몸 아프고나니까 내 목숨이 더 소중해서 이러고 있는거 보라고 그러면서 자신을 자책하는 모습도 좋다.
어떻게 울엄마한테서 나같은 애가 나온건지...
참 알다가도 모를일이야... ㅡ..ㅡ;;;;;
http://sum.freechal.com/soulfree/1_5_326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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