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나요?
저는... 이정향 감독이란 사람이 참 고마웠더랬는데...
저도 나이가 들다보니... 내가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었던 기억들을 자꾸 하나둘씩 까먹구... 잊고... 그래서 때때로 안타깝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영화로라도 내가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었던... 내 어린시절의 기억들을 재현한것 같은 장면들을 본다는건 참 행복한 일이었거든요...
물론 영화처럼 외할머니와의 충돌같은건 없었지만...
어릴적 방학때마다 기차타고 뛰어가던 내 외가집은 정말 하루에 버스가 열번도 오지않는... 다들 도시로 떠나서 아이하나 젊은이 한명 찾아보기 힘든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남아있는... 그런 외지고 한적한 시골마을 이었거든...
영화속 풍경보다 더 경관이 수려하고(^^)... 예쁘고 희안한 나비랑 새들이랑 꽃이랑 나무들이랑 '봄날은 간다'에 나오는것 같은 멋지고 넓은 대나무숲이랑...전설의 고향에나 나올법한 이상한 집도 있던 멋진 산이 있는 그런 시골마을 이었거든....
마루에 엎드려서 방학숙제를 하다보면 버스보다 저멀리서 흙먼지가...버스소리가 먼저 오던 그런 시골마을이었거든...
장이 서는 날이면 나도 '오늘은 할머니가 뭘 사다 주실까?' 기대하며 하루를 보내고 저녁나절에 멀리 할머니께서 내 장난감이라고 흔들며 오시면 장난감보다도 할머니가 더 반가와서 와락 안기고... 그런 기억이 있었거든...
나도 이 영화 보면서 꽤나 훌쩍거렸었는데... 작년에...갑자기 부쩍 늙으신것 같은 외할머니 뵙구 맘아파서 내동생이랑 밤새 훌쩍거리던 생각도 나구... 이젠 많이 편찮으신 외할머니가 보고 싶었기도 했고... 나도 저런 사랑을 받고 자랐는데... 다른것도 아니고 손자 손녀들 얼굴보는게 낙이신 외할머니께 난 내핑계에 바빠서 얼굴도 잘 못보여드리고...어쩌다 뵈어도 같은말을 되풀이하시며 반기시는걸 가끔은 귀찮아하며 건성건성 대답하고 고단한 어깨 한번 제대로 주물러드리지 못한 내가 참......ㅡㅡ 또... 글쎄... 이건 뭐랄까... 나라면 저렇게 못 살텐데... 하는거... 우리 외할머니가 지금 내 세대에 태어나서 배우고 자라셨어도 저렇게 문명이라곤 TV,전화,버스 가 다인양...저런 시골 산속에 묻혀서 사셨을까? 내가 외할머니 세대때 태어났었다면 우리 외할머니처럼 살수 있었을까... 또...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선 엄마가 안계시다는 이유로 이유없이 화를내고 상실감을 느끼던 나같은 애들이 울엄마를... 울 외할머니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진게 아닐까... '집에가서 엄마 안계시면 디게 이상하다~'라는 나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릴땐 엄마를 저렇게 묶어두고... 커서 자기일 바빠지면 저렇게 나이드시도록 '방치'한게 아닐까... 난 보면서 미안함이랄까....죄책감같은게 참 컸었는데... 그래서 보고 나오면서도 눈물이 멈추질 않았었구... 불편하고 미안하고 착찹한 맘에 알콜도 쬐끔 마시다가 그게 더 잘못하는것 같아서 그냥 친구랑 오래오래 옛날얘기 들쑤시며 서로 저런 얘기를 했더랬는데... 어떤 잡지엔 '모성컴플렉스'가 있는 여자들은 별로 반기지 않을 영화라고도 했던데... 글쎄....그냥 막연하게 뭐... 여자들은 다 모성본능이 있나보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 주위(내주위에 어느새 아기엄마들이 많아져서~ ^^)를 보면서 느끼는건... 모성이란.....의무감이 아니라 정말 '본능'에 속하는 영역이라 이성으로는 제어되지 않는 부분이구나... 참 신기하다... '난 모성본능이 너무 약한거 아닐까?'라는 여자들은 말그대로 '본능'의 한 부분이 좀 둔한거지... 그게 컴플렉스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식욕이 왕성하지 않다고 컴플렉스를 느끼는 사람들과 뭐가 다른데? 그런데... 모성이란걸 핑계로 이유로... 울 엄마를 구속한게 아닐까... 난 그런 생각을 많이했지... 엄마가 '내 인생은~'이라고 할때... 그래도 엄마한테는 엄마가 잘 키운(^^;;) 우리가 있잖아! 라고 말할수 없었어.
내가 '내인생은 내꺼야~' 라고 대들때 쓴 말처럼... 엄마 인생은 엄마껀데... 울엄마는 엄마맘대로 하진 못하셨거든... 울엄마도 여느 많은 엄마들처럼 하고 싶은거 많이 접고 사셨거든... 물론 울엄마도 여느 엄마들처럼 그게 내 팔자려니...하시지만... 나도 내동생도... 그런 엄마를 보면서 '엄마는 참 대단해...난 저렇게는 못할거야...'라고 생각해.
아~ 말이 무지 길어졌네.....
<--- 난 이 장면 보면서도 옛날 생각나서 콧등이 시큰시큰해졌더랬는데... 울 외할머니껜 조금 다른 방법을 썼더랬어. 외할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엔 외할아버지께서 모든 기계종류를 다 만지셔서 할머닌 관심 밖이셨는데... 외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는 사정이 달랐거든... 처음 숫자 다이얼 전화기를 놓을때 울엄마는 외할머니께 숫자를 가르쳐 드렸었지... 우리까지 합세해서 할머니 이렇게 이렇게 하는거예요~ 하면서 가르쳐 드렸었지... 여느때 같으면 귀찮다고 손을 저으셨을 할머니신데 전화거는법은 무척 열심히 배우셨더랬어... 별나게 손자 손녀들을 예뻐하시던 분이라 목소리라도 자주 듣고 싶었던게지... 그래서 결국 전화정도는 혼자 거실수 있게 되셨었지...
아....... 진짜루... 또 외할머니 뵈러 가고싶어진다~
참!!! 난 영화이론같은거 들먹이면서 이러쿵 저러쿵 따지면서 보지는 못한다. 기냥..... 본다. 보면서 내가 어떤 감정의 동화를 일으키며 본 영화들이나...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수 있게하는 영화들을 좋아하긴 하는데... 나두 너무 예쁘게 포장된... 필요이상의 힘을 준 영화들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때로는 영화이기때문에... 어차피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이니까 더 예뻤으면~ 더 극적이었으면~ 더 과장되었으면 더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으면... 하는 맘으로 영화를 보기도 한다. 진지한 예술영화거나 다큐멘터리가 아닌 담에야... 필요이상의 리얼리티가 오히려 영화의 극적 재미를 떨어뜨릴수도 있으니까... 어쨌든... 난 보면서 행복했고 재밌었구... 그래서 이 영화 무지 추천해주고 다녔는데... 지난주에 진현님 말씀하시는거 들어보니깐... 남자들은 이 영화를 보는 관점이 좀 다르긴 다른 모양...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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