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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ど) Empathy

우아? 우아가 뭔데?

by soulfree 2007. 4. 28.

출처> 씨네21 599호 / 칼럼 [투덜군투덜양]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article_id=45915&mm=005003001

하나도 안 우아한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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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양, <우아한 세계>를 보며 밥벌이의 지겨움에 한숨을 내쉬다

삼십대 중반을 넘어서니 왕자님을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 그 너머의 쪽박 깨지는 소리만 들려온다.
회사에서 잘리고, 이혼을 하는 건 여기에 끼지도 못한다.
누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더라,
누구는 배우자가 진 빚더미 탓에 외국으로 야반도주했다더라,
거기에 이제는 아이의 불치병이나 장애까지 끼어드는 지경이다.
이래저래 심란한 말만 듣고 칙칙한 일만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우리팀 팀장은 “<우아한 세계>나 한번 더 봐야겠어”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그러시겠지.
왜 아니겠나.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은 밥벌이의 전사들이 아닌가.

인생 참 뜻대로 안 돌아간다.
암흑계의 대부가 되겠다는 거창한 야심을 품은 것도 아닌데 후줄근한 밥줄 하나 건사하기 힘들다.
집에 오면 아이가 달려나와 볼에 뽀뽀하며 “아빠 힘내세요” 노래를 불러주기를 기대한 것도 아닌데 애는 차라리 아빠가 죽었으면 좋겠단다.
지금 누구 때문에 더러운 꼴 보며 이 생활하는데 아내는 집을 나가서 이혼하잔다.
영화 초반 허우적대는 자신의 똘마니들을 보면서 강인구가 했던 말이 절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아름답다, 아름다워….”

왜 그렇게 사냐.
질문은 쉽게 할 수 있다.
왜 빠져나오지 못하고 깡패세계에서 허우적거리는데?
왜 지질한 박봉에 인정도 안 해주는 회사를 때려치우지 못하는데?
왜 알량한 아파트 한채 소유하는 데 그렇게 집착하는데?
왜 머리도 안 좋은 애새끼 유학 보낸다고, 대학 보낸다고 돈을 처바르는데?
대답은 쉽지 않다.
무능해서,
줏대없어서,
속물이야,
라고 잘라서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 질문은 결국 ‘왜 사냐’를 거쳐, ‘왜 태어났냐’는 지극히 존재론적인, 끝내 하나마나 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애당초 우아한 세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강인구가 깡패세계를 은퇴한다면,
가족을 하나로 묶을 넓은 집을 포기한다면,
남들 다 간다는 조기유학을 보내지 않았다면
그에게 다른 세계가 펼쳐질까.
어차피 인생은 뜻대로 돌아가지 않고 다른 지옥이 수렁처럼 그의 발을 잡아당길 것이다.
필요한 건 지혜로운 선택과 과감한 결단이 아니라 누군가의 말처럼 어쩔 도리 없는 인생의 악의를 모른 척하고 그냥 묵묵히 사는 것 말고 다른 게 있을까.

조용히 들어가려고 했는데 투덜군이 안녕의 글을 쓰는 바람에 덩달아 독자 여러분께 인사드린다. 그동안 보내주신 성원, 특히 <록키 발보아>에 관한 글에 보여주셨던 열화와 같은 성원에 감사드린다. 너무나 많았던 리플과 이메일에 드리지 못한 답장을 대신해 한말씀 올린다. “무뇌충아, 꺼져라”, “된장녀야, 찌그러져 있어”라고 진심어린 권유를 하셨지만 그 말씀을 과감하게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마감이 돌아오면 다시 꾸역꾸역 노트북 앞에 앉아야 하는 이 처지가 바로 인생이 아닐까요?

글 : 김은형 (<한겨레>기자)

내가 씨네21을 못끊는 이유중 하나는 바로 이런 글때문이다. ^^
어쩜어쩜 이렇게 다들 똑같은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듣고 겪은 얘기들이 꼭 이 잡지속 컬럼에 어김없이 등장한다는거...
거봐거봐~ 또 김은형 기자님 글이지...^^
이러니 내가 팬이 안될수가 없다니까...^^

삼십대 중반을 넘어서니 왕자님을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 그 너머의 쪽박 깨지는 소리만 들려온다.
회사에서 잘리고, 이혼을 하는 건 여기에 끼지도 못한다.
누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더라, 누구는 배우자가 진 빚더미 탓에 외국으로 야반도주했다더라,
---> 정말이지... 듣는 내가 심난할 정도로 이런 얘기들이 도처에 깔려있다.
결혼할땐 삼성맨이네~ SK네 했던 신랑감들이 30대 중반에는 다 백수가 되어있는데 또 대기업 다녔던 쫀심에 아무데나 재취업 안하겠다고 버팅겨서 계속~ 쭉~ 백수로 있다는 얘기들...
검사네~ 의사네~ 예물 몇세트 받았네~하며 결혼하더니 바람나서 이혼까지 갔다더라
아파트로 재테크해서 돈방석에 앉았다더니 주식으로 홀랑 다 날렸다더라
혹은 암으로 뇌졸증으로 사고로 급작스레 유명을 달리했다더라
누구네 집 아이가 무슨무슨 병이라더라...
겨우 돌지난 아이가 죽었다더라... 장애라더라...
듣다보면 내가 결혼 안하고 홀몸으로 있는게 너무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부모님 잘 만나서 잔병없이 건강한게 너무너무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수십번도 더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연애하고 결혼할때는 세상에 둘도없이 행복한 모습으로 우아를 떨어주던 커플이었는데 결혼한지 10년도 안된 지금은 어찌나 급격하게 변해있는지... '정말 저 사람들이 옛날 그 사람들 맞아?' 하고 의심스러울때가 종종 있기도 한... 그런 사람들도 있더라...
인생역전? 반전? 그거 생활이더라...
손바닥 뒤집는것보다 더 쉽게 아무렇지도 않게 휘딱휘딱 뒤집히는게 사람일이더라...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은 밥벌이의 전사들이 아닌가 --->이 표현에 괜히 급울컥 했었다는...^^;;;
언젠가 드라마에서 '밥 벌어 먹고 살기 드럽고 치사해서 눈물이 난다'는 대사가 나온적이 있었는데 그 대사에 정말 명치끝을 강타당한 기분이었었지...
그때가 또 마침 내게도 무지무지 꿀꿀한 일이 있었던 때였구...
내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하나... 나는 사람이 아닌걸까... 그런 생각도 들었었구...
그러면서 울아빠는 어떻게 그 오랜세월동안 직장생활을 하셨을까... 아빠도 이러셨을텐데...
딸린 식구가 없는 나도 이런데... 아빠는 어떤 마음이셨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
그럼에도 나한테는... 우리 남매들에게는 단 한번도 흐트러짐없이 한결같은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셨던 아빠가 참 고마웠고 대단해 보였구... 그랬었었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더 원초적으로 따지면 아무리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어도 '돈이 안되면' 계속 할수가 없는일이니... 그게 내 '밥벌이'인건 틀림없는 사실이거든...
대학 입학하고부터 누구한테 손벌려본적 없는 내가 이제와서 나 놀고싶어!!! 이러면서 누구한테 손벌리고 기댄다는건... 성격상 절대루 못할 짓이고...그러고 싶지도 않고...
아무리 요즘 일하기싫고 백수되고 싶다고 노랠부르고 다닌다해도
나 몰라! 배째! 이러면서 놀수있는 성격도 못되고...
그렇다고 벌어놓은게 빵빵해서 만빵 맘놓고 놀수 있는 형편도 아니니...
가끔씩 드럽고 치사해도 이젠 그냥 그려러니~하면서 내 밥벌이를 계속할수 밖에 없는게 내가 선택한 현실이랄까나... ^^
기왕 이렇게 밥벌이 하는거... 그냥 즐겁게 놀면서 하자는게 내 모토인게지...^^;;;
직장생활이라는거 하면서 누군들 마냥마냥 신나고 즐거울껴?? 누가 그런데??? 그런 일터있음 몸바쳐 일해줄테니 나한테 소개를 시켜주던지~^^
생각해보면... 스무살때부터 내 생활의 목표는 어떻게 하면 빠른시일내에 경제적 자립을 할 것인가! 였고...(난 왜 이런게 목표였을까? ㅡㅡa) 내 나름대로는 내가 생각해낼수 있는 방법내에서는 최대한 그렇게 해왔구...
지금의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진않다해도... 그래도 누구에게도 기대거나 짐이 되지는 않았다는 정도만으로도 나쁘진않다... 라는 맘으루 위안삼아(?) 살고있는게 지금의 나 인건가??... ㅡ.ㅡ
쓰다보니 자꾸 안드로메다행이네... ㅡㅡ;;;;;;


왜 그렇게 사냐.

질문은 쉽게 할 수 있다.

왜 빠져나오지 못하고 깡패세계에서 허우적거리는데?

왜 지질한 박봉에 인정도 안 해주는 회사를 때려치우지 못하는데?

왜 알량한 아파트 한채 소유하는 데 그렇게 집착하는데?

왜 머리도 안 좋은 애새끼 유학 보낸다고, 대학 보낸다고 돈을 처바르는데?

대답은 쉽지 않다.

무능해서,

줏대없어서,

속물이야,

라고 잘라서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애당초 우아한 세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강인구가 깡패세계를 은퇴한다면,

가족을 하나로 묶을 넓은 집을 포기한다면,

남들 다 간다는 조기유학을 보내지 않았다면

그에게 다른 세계가 펼쳐질까.

어차피 인생은 뜻대로 돌아가지 않고 다른 지옥이 수렁처럼 그의 발을 잡아당길 것이다.

필요한 건 지혜로운 선택과 과감한 결단이 아니라 누군가의 말처럼 어쩔 도리 없는 인생의 악의를 모른 척하고 그냥 묵묵히 사는 것 말고 다른 게 있을까.


왜사냐고...?
영화속 마츠코의 죽은 애인은 그러더라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라고...
태어나서 죄송한 인생은... 애초에 시작부터 그런거야? 그런게 어딨는데?
제대로 살지 못한... 자신의 시간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 자기 자신이 그렇게 죄송하면 안 죄송하게 살면 되잖아~ 그렇게 살도록하면 되는거잖아...
어쩔 도리 없는 인생의 악의를 모른 척하고 그냥 묵묵히 사는것...?
이런건 진짜... 정말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