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용 식탁이 보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 (결코!!! 공포, 호러 영화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 기면증(嗜眠症)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 아마도... 아이다호의... 리버 피닉스에 대한 향수일지도... 남달리 잠에 대해서 탓(?)을 많이 듣는 나로선... 기면증은 뭔가 내게 무척 궁금한 증상이다. 한번 쓰러지면 몇날 며칠동안 시체처럼 혼수상태로 잠을 자는줄 알았는데... 기면증으로 쓰러진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짧다~! 정말로 정신은 말짱한데 몸이 말을 듣지않고 잠든상태로 있는것일까? 어쨌거나... 정신이 잠들지 않고 있다는건 새로운 사실이다!!!!
그리고 전지현... 전지현의 말간 얼굴과 아름다운 선... 몸이 말을 하는듯한... 지극히 정적이고... 지극히 여성스러운... 선... (이건 34-24-34 운운하는 글래머러스한 바디라인을 표현하는 말이 전혀! 전혀! 아니다!!!!!!!!!!) 곧고 가는 게다가 길기까지한 목선 팔 다리... 움직임 하나하나가 수묵화를.... 난초를 그리는 붓선같은... 동양화같은 단아한 여백의 미랄까... 여하튼 그런 우아한 움직임의 선이 아름다움을 가진... 정말 축복받은 배우. 멀리서 잡아서 화면에 점같이 나와도 단번에 전지현을 알아볼만큼 느낌이 참 독특한 배우... (곧고 긴 팔 다리를 가진 모델은 많으나 이런 느낌이 흐르는 모델은 무척 무척 드물다....)
이 영화를 전지현의 재발견이라 해도 좋을만큼... 기대 이상의 연기다... 영화보기전 '시월애'를 떠올리며 목소리와 발음상태를 아쉬워(?)했었는데... 정말 기우였다. 문득 김혜수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때 문화의 한 경향의 아이콘 같았던 김혜수. 지금 현재의 문화 아이콘이 되어버린 전지현. 어린 나이에 유달리 어른스러운 역할을 많이 해냈던 김혜수. 스무살이 넘어도 애기같은 비음섞인 목소리인가 하면... 캐릭터에 따라 허스키하고 깊은 목소리를 낼 줄 알았던... 정말 저 배우일까 싶은 목소리를 내는...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표정을!!! 하며 감탄하게 했던...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것 같은 배우였지...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김혜수가 줄거리가 있는 화면(^^)에 나오면 정말 말그대로 '화면에서 따로 놀기'시작했었다... 문득... 김혜수가 장희빈이 아닌 바람난 가족을 찍었다면 어땠을까... 그녀는 좋은 기회를 놓친건가? 아님 영화 망쳤다고 혼자 비난을 다 뒤집어 쓸뻔했는데 모면한걸까?... 전지현은 김혜수의 지금과 같은 연기슬럼프가 없기를....
글구 유선도 궁금했었다...^^ (영화가 그렇게 맘에 들었는데도 박신양은 참 별로구나~^^) 오미희씨를 떠올리게 하는 발음과 목소리... 꽤나 지적인 이미지당~ 팝콘과 영화던가? 그거 진행할때 첨 봤는데 난 아나운서인줄 알았었다~ 쿠쿠쿠쿠... 비교적 무난하게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데도 그닥 주목을 받지 못해서 좀 아쉬운 배우지...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흔히 보아온 가정내 폭력의 공포... YTN뉴스에 늘 즐비한 끔찍한 자살들, 살해들... 미래의 결과를 짐작치 못하고 본능에 충실해서... 잔인한줄도 무서운줄도 모르고 행하는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의 황당(?)함...
사람들은 감당할수 있을 만큼만 믿는다...
신기(神氣)를 가진자의 고립감, 두려움... (며칠전 TV에서 보았던 '여고괴담1'에서 지오의... 진주의 원혼의 고립감들도 이런거였겠지...? 쯔... 흠...) 그들이 원치 않았던 능력으로 고통받는 이들...
-쓸데없이 끼어들던 기억-
내가 아는 이중에 신기가 있다는 이가 있었다. 아이들은 심심풀이로 그 애에게 손금을 봐달라 관상을 봐달라 기회가 있을때마다 지나치게 졸라댔다. 여러번을 거절하다가 조름에 못이겨 몇마디 해주면 깜짝깜짝 겁을 집어먹곤했다. 장난삼아 맞춰봐! 맞춰봐! 해놓고 너무 잘 맞추면 겁을 냈고 별로 밝히고 싶지않은 과거를 들키거나(?) 좋지않은 미래를 말하거나 하면 이유없이 원망을 들었다. 어느샌가 은연중에 아이들은 그 애가 무섭다는 생각을 하는듯했다. 어느날 그 애와 내가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다가 이런말을 했다.(갸는 가수 이소라의 말투와 정말로 흡사하다~^^) "00언니가 자꾸 자기도 좀 봐달라고 조르는데 정말로 난처해서 죽겠어요. 봐서 좋으면 나도 말해주면서 기분좋지만 나쁘면... 거짓말을 할수도 없잖아요. 굳이 그거 보지않아도 그냥 느낌으로 별로 봐주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이어요. 아마 내가 아플거예요. 언니 그거 모르죠? 점을 보더라도 점장이와 점보러 오는 사람의 궁합이 맞아야 되요. 안그러면 봐도 잘 안나올 뿐더러... 그런 사람이랑 대면하고나면 내가 너무 몸이 안좋아져요. 음... 언니 손 좀 줘봐요~ 간단하게 잠깐 봐줄께요" "어? 나 그런거 보는거 별로 안좋아 하는데... ㅡㅡ;;;; 정말 봐줄래? 그럼 난 좋은것만 얘기해줘... 안 좋은건 그냥 너도 못봤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려~ 내가 겪어보지도 않은 내 미래가 벌써 결정되어있다는건 기분 나쁘거덩...^^ 그리고... 또... 난 귀가 얇아서 안그런다고 하면서 자꾸 집착하는것 같거든~ 그러니까 알아서 걸러서 좋은것만 말해줘^^"
∵ 나도 내가 감당할수 있을 만큼만... 기분 좋을 만큼만 알고 싶어하던 사람이었다... ㅡㅡ
-끼어들기 끝!-
아이들은 사랑스러운 존재이지만... 동시에 시한폭탄과도 같다. 아픔의 강도를 짐작할 줄 모르고 행동의 결과를 예상하지 못하고 상황을 파악하는 지각력이... 자신을 방어할만한 힘도... 선악을 구분할 판단력조차 자라지 못한탓에... 본능에 의존한 즉흥적인 행동들이... 때때로 전혀 생각조차 못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초래하기도.... 그 천진한 얼굴로 타인에게 어떠한 고통을 주는지도 모르고...'배려'가 아직 자리잡지 못한 그들은 자신의 명확한 싫고 좋음의 논리만을 따른... 그냥 단순한 사고(思考)로 놀이처럼 사고(事故)를 유발시킨다. 그렇다고 그런 일들을 벌인 아이들에게 죄를 묻기는... 곤란하지...? 물론 고의성이 없었다해도 범죄는 범죄이지만... 흠.... 법에서도 정신장애와 아이들의 미숙함을 동급으로 보나? 흠... 글쎄~다~!
"나... 믿죠?"
영화를 보면서 난 가슴이 멍먹했었다... 감정이입이 너무 심한거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4인용 식탁은 공포 스릴러 영화라기 보다... 아프고 아픈... 서글프고 진지한 '드라마'다.
'우리'라는 대명사속에... 존재하는... 당연히 존재하리라 생각하는 믿음... 믿음... 믿음으로 이루어진 인간관계라... 가족이라... 존재의 근본이라 생각하는 가족이... 사실 내 가족이 아니었다면... 진짜 내 가족을 내 손으로 죽였었다면...
당연히 내것이라고... 내자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들에 대한 의심... 의혹... 설자리를 잃어버린듯한 상실감. 잘못을 한게 아닌데... 거짓말한게 아닌데... 단지 간곡한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들어줬을 뿐인 내게 닥쳐오는 불행들 불신들 원망들...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는 절망감... 내 모든걸 믿어주지 않은... 믿어의심치 않았던 가족에게마저 모든걸 부정당하는 아픔... 폐쇄시켰던... 봉인된 기억의 퍼즐들...
서슬퍼런 거대한 괴물같던 아파트촌의 이미지... 너무나 깔끔하고 모던한 실내의 결벽증같은 불안함 로드무비만큼이나 괞찮았던 거친 필름의 우울한 느낌들 그러나 과도해서 창세기(그 무서웠던 연극!!)만큼이나 신경을 거슬렸던 소리들...!
벼랑끝에서 위태위태하게 썩은 밧줄이라도 잡고싶어했던 사람을... 자신이 그토록 절실하게 부탁을 하던 사람을... 그 부탁을 들어준 사람을 잠시 자신의 혼란스런 공포로 외면한... 결과라니...
이 완벽한 4인 가족...
"맛있어요?"
"...뜨거워요..."
영원히 이렇게 4인용 식탁을 쓸겐가... 뜨거움이 시원함으로 변할즈음엔... 뜨거움이 익수해질 즈음엔... 그들이 사라질겐가... 아님 정원이 무뎌질겐가....
뜨거운게 시원한거고 시원한게 사실 뻐근하게 아픈거지...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감독의 단편들을 볼 수 있었음 좋겠다... http://sum.freechal.com/soulfree/1_3_1983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