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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좀보고 웅얼웅얼

[책] 약한 것들끼리 울리는 공명(共鳴)은 깊어서 슬프고, 슬퍼서 깊다 - 아침시

by soulfree 2017. 6. 19.
진경(珍景)

북한산 백화사 굽잇길
오랜 노역으로 활처럼 휜 등
명아주 지팡이에 떠받치고
무쇠 걸음 중인 노파 뒤를
발목 잘린 유기견이
묵묵히 따르고 있습니다
가쁜 생의 고비
혼자 건너게 할 수 없다며
눈에 밟힌다며
절룩절룩
쩔뚝쩔뚝

손세실리아, 『꿈결에 시를 베다』, 2014


★ 약할수록 연민도 깊다.
쓴맛을 본 자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 함께 아파하지 않는 것은 다른 감정의 파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絃)이 다른 현을 건드리듯 공감하는 일생은 그래서 부피가 크다.
내 것에 다른 것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약한 것들끼리 울리는 공명(共鳴)은 깊어서 슬프고, 슬퍼서 깊다.
늙어서 “무쇠 걸음”인 노파와 “발목 잘린” 유기견의 동행을 그린 시다. 그들이 함께 가는 길은 “굽잇길”이고, 노인의 등은 “오랜 노역으로 활처럼” 휘어 있다.
“명아주 지팡이”는 노파의 손처럼 울퉁불퉁 마디로 가득하다.
유기견은 발목까지 잘린 채 버려졌지만 “가쁜 생의 고비”를 함께하기 위해 노파를 뒤따른다.
노파가 “절룩절룩” 걸어갈 때 유기견은 “쩔뚝쩔뚝” 걸어간다.
아프고 약한 것들 사이의 이 슬프도록 아름다운 화음(和音)의 저 끝에 산이 있고 절이 있다.
적멸(寂滅)로 가는 길이 화사하다.
그래서 “진경”이다.

「아침시 - 나를 깨우는 매일 오분」오민석



정말... 시 보다 더 시 같은 시평이다. ㅜㅜ
알흠다운 우리 말~~

+뱀발1+
공명(共鳴)
이 단어의 매력에 푹 빠진적이 있었다.
만화가 이정애 씨의 작품에서 '사랑한다' 라는 말 대신 쓰였던 '공명한다' 라는 표현에 매료되었었다.
내게 있어선 '사랑'이란 어원도 잘 알수 없는 애매모호한 개념에
내 기준에서 명쾌하게 정의 내려준, 대체할 단어를 발견해준 고마움? 기쁨?? 이었달까?
단순히 '심금을 울린다'는... 정작 뜻도 제대로 모르고 아무렇게 써대던 낡고 진부해져 버린 표현이
어느날 베스트셀러가 된  대만소설의 번역본에 '내면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마음의 현을 울렸다' 로 표현되었을 때의 놀라움에 비할수 있었다.

+뱀발2+
오늘 뉴스룸 앵커브리핑은 공감능력에 대한...
공감이 없던 야만의 시간...
양산 밧줄 추락사와
경악을 금치 못했던.... 세월호 피해 가족들의 단식투쟁 앞에서 피자폭식을 하던 이들의 사진이 보였다.
뉴스를 보다 그저께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왔던 캐릭터 커뮤니티도 떠올랐다.
그 방송에도 타인을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는걸 인식시키고 공감을 할 수 있는데 부터가
이런 상처와 비극을 치유하는 첫 걸음이 되지 않겠느냐의 의견이었다
 
"약한 것들끼리 울리는 공명(共鳴)은 깊어서 슬프고, 슬퍼서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