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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ど) Empathy

한 눈에 알아보았다는 사람들을 믿지 않습니다

by soulfree 2005. 9. 7.
서른 해
                                           구광본

처음부터 그대를 알아본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그대를 사랑한 것은 아닙니다

물 빠진 뻘밭에서 갯흙을 일으키며 헤매던 지난 여름 무언가가 기어간 흔적에 한나절 따라가다 가뭇없어 눈 들자 바다 너머 하늘에 가 닿아 있던 온몸으로 긴 흔적, 그 한 평생의 궤적
문신처럼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대여, 더 멀리 떠나가세요
아득할수록 깊게 꽃 핍니다
서른 해 이끌고 온 지친 몸 남루한 밤낮
그대를 다시 찾아갑니다

한 눈에 알아보았다는 사람들을 믿지 않습니다
한 눈에 사랑하였다는 사람들을 믿지 않습니다,

기  린
                                           구광본

내가 그리고 있는 기린은
네가 그리고 있는 기린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엉터리 기린 그림이라고
너는 말하지만 그래 나는 기린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기린을 그렸다
너의 기린이 점점 형체를 갖추면서
나무의 잎사귀와 열매를 따먹으며
너의 붓끝에 사로잡히는 동안에도
나의 기린은 점점 자라 화폭을 뚫고
이젤을 넘어뜨리곤 시멘트 바닥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간다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이 시를 안지 얼마 안되는 난... 뒤늦은 궁금증이 생긴다.
이병우 아저씨의 앨범 제목이기도 했던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 이 문구가 이 시에서 비롯된것일까?
아니면 '간장공장 공장장' 처럼 동음 반복 말장난중 하나인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일까?

기린그림을 그린게 아니고 기린을 그렸다...

화폭속에서 붓끝에 의해 형체를 갖추어가는 기린과

화폭을 뚫고 나와 실존하게 되는 기린...

나는...?

나는 내 꿈을 어떻게 했지?

나는 내 시간들을 어떻게 한걸까?...


http://sum.freechal.com/soulfree/1_16_262097